산업

[한중수교 30년] LG전자, "中, 따라올테면 따라와봐"...프리미엄 가전 '공략'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종형 기자
2022-10-20 00:00:00

韓·中 수교 이후 中 사업 유지...2020년 이후 일부 '철수'

中 추격에 프리미엄화 추진...'오브제컬렉션'·'올레드 에보 갤러리' 등 출시

일각서는 과거 日 역전한 韓 업체 사례 떠올리기도...'지속 가능한 혁신'이 과제

LG전자는 2010년 4조원 이상의 중국 매출을 올렸지만 현지 업체 추격으로 실적이 줄어들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모습.[사진=LG전자]


[이코노믹데일리] 국내에서 '가전의 LG'라는 별칭을 가진 LG전자는 전 세계에서도 프리미엄 가전을 생산하는 곳으로 이름 높다. LG전자는 타국 대비 상대적으로 싼 인건비를 갖춘 중국 현지 환경을 이용해 완제품 생산 비용을 아끼는 전략으로 2010년에 4조원 이상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다만 보조금 정책을 등에 업은 현지 가전업체들이 맹추격하면서 매출이 다소 줄었고, 급기야 일부 사업의 경우 손실을 이기지 못하고 '탈중국'에 나서기도 했다. 가격 경쟁력을 점차 잃으며 중국 비중이 다소 줄고는 있지만 LG전자는 '프리미엄화'를 통해 업계를 선도하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LG전자, 10여 년 전 '현지화' 충실...사드 및 美·中 갈등에 매출 비중 '추락'

LG전자는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 시장에서 꾸준히 사업을 이어왔다. 1993년 중국 후이저우에 생산법인을, 1995년에는 베이징에 판매법인을 설립했다. 이후 10여 년 전까지 중국에 적극 투자하며 현지화 전략을 이어왔다. 2005년 당시 LG그룹은 4억 달러(약 4600억원)를 들여 천안문 광장 동쪽 업무지구에 지상 31층 빌딩 2개 동을 세우고 '베이징 LG트윈타워'라 이름 붙였다. 베이징 LG트윈타워는 여의도에 있는 LG트윈타워를 빼닮은 모습으로 중국 사업 전초기지로 쓰였다. 해당 빌딩은 15년 뒤인 2020년 싱가포르투자청에 매각됐다.

10여 년 전만 해도 8%에 달하던 중국 매출 비중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 8월 공개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LG전자의 올해 상반기(1~6월) 매출은 40조4410억원이다. 이 가운데 중국 매출 비중은 3.3%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2010년까지만 해도 가전과 TV부문 매출은 4조6408억원에 달했지만 4분의 1 이상 줄어든 것이다. 올해 하반기(7~12월)에도 주목할 만한 반전이 없다면 중국 매출 비중은 하락 추이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매출 및 매출 비중 감소는 중국 공산당이 자국 기업에 유리한 보조금 정책을 통해 현지 가전업체를 키워내 입은 타격 때문이다. 기존에는 노골적으로 한국 제품을 베꼈던 중국 업체들은 최근 들어서는 공정 기술을 선진화하며 추격 속도를 높이고 있다. 또 과거 고고도미사일방어시스템(사드) 배치 결정으로 인한 중국 내 한한령, 이로 인한 반한(反韓) 감정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받았다. 이후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이 지속되는 등 대외적 요인까지 겹치기도 했다.

LG전자는 지속되는 중국 지역 매출 하락에 일부 사업 철수와 법인 청산 등 몸집 줄이기로 대응해왔다. 2019년에는 LG베스트샵을 운영하는 '하이프라자' 중국법인을 청산했고, 2020년에는 중국 쑤저우 쿤산 지역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부품 생산 법인과 톈진 지역 주방용 히터 부품 생산 법인을 손실을 본 채 청산했다. 이전부터 가동이 중단됐던 톈진 법인도 같은 해 문을 닫았다.

◆中 기술 추격 해법은 프리미엄화...몸집 줄이는 대신 고급 제품으로 '활로'

대외적 악재 속에서 LG전자가 펴고 있는 전략은 고급 제품 강화, 즉 '프리미엄화'다. 중국 업체들이 바짝 추격해왔지만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경쟁력은 아직 LG전자를 비롯한 한국 업체들이 세계 최고로 평가된다. LG전자는 2020년 전까지는 OLED TV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TV 상품을 강화했다. 무선청소기 '코드제로' 시리즈와 대표적 의류관리기 '트롬 스타일러', 넓은 청정 면적을 갖춘 '퓨리케어' 등도 프리미엄 시리즈로 꼽힌다. 지난해에는 이런 제품들을 강화한 '오브제 컬렉션'을 내놨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월 개최된 CES 2022에서 휘어지는 OLED 스크린을 공개해 업계 주목을 받았다. 사진은 대형 OLED 스크린과 운동기구를 합친 콘셉트 제품 '버추얼 라이드'를 체험하는 직원 모습.[사진=LG전자]


LG전자는 최근에도 70인치 이상 대형 프리미엄 TV로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를 공략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1월 진행된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22'에서는 90인치에 달하는 대형 TV 신제품을 선보였다. 해당 신제품은 지난달 국내에 97형 OLED TV '올레드 에보 갤러리 에디션'으로 시장에 출시됐다. 

대형 OLED 화면을 갖춘 TV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은 국내 기업이 월등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중국 업체 TCL도 올해 하반기가 돼서야 부랴부랴 대형 TV 시장에 뛰어들며 추격하고 있지만, LG전자와는 지난 8월 기준 130만대 판매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은 프리미엄 가전시장에서의 격차는 국내 우위 현상이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 격차가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긴 했지만 아직 분명한 선이 존재하고, 세계 시장에 LG전자를 비롯한 국산 업체들이 구축한 프리미엄 이미지를 단기간에 넘어서긴 쉽지 않다는 해석이다. 중국 제품들이 국내 업체들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것은 분명하지만 '저품질' 꼬리표를 떼지는 못하고 있다.

◆韓에 추월 당한 日 비슷한 사례 나타날 수도…'지속 가능한 혁신'이 과제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의 가전 부문 성장을 두고 과거 한국과 일본의 사례를 떠올리며 경고하고 있다. 1990년대 세계 가전 시장을 제패하고 있던 일본 소니, 파나소닉, 샤프 등 가전업체들을 LG전자를 비롯한 국내 업체들이 제친 일이다. 당시 국내 업체들은 뛰어난 '가성비(가격 대 성능)'를 통해 당시 가전 수요가 폭증하던 신흥국 시장을 주로 공략하며 성장할 수 있었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산 가전의 점유율이 해마다 늘어나는 점에서 비슷한 사례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학계에서는 과거 일본 사례를 시장을 외면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일본 업체들은 '잘 만든 제품이 잘 팔릴 것'이란 생각에 시장 반응은 무시한 채 기술 혹은 제품 개선만 반복했다. 90년대 일본 업체들과 달리 LG전자를 비롯한 국내 프리미엄 가전 제조업체들은 소비자가 원하는 것에 대한 꾸준한 파악과 소통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같은 혁신이 지속돼 중국 업체들을 추격자에만 머무르게 할 수 있다면 현재 펴고 있는 프리미엄 전략도 긍정적일 가능성이 높다.
 

LG전자가 지난 7월 27일 출시한 올레드 오브제컬렉션 '포제'[사진=LG전자]


최근 나타난 고환율과 원자재 가격 상승 리스크도 LG전자에겐 실적 리스크 요인 중 하나다. 고환율 상황은 수출 기업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지만 고환율이 지속되면 수요 둔화로 해석할 수 있어 마냥 긍정적이지만도 않다. 또 LG전자의 경우 전체 매출 중 국내 비중이 30%대로 높은 편이기 때문에 소비 위축에 대한 우려를 접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해외에서 원자재를 수입해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가전업체 특성상 비용 증가도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지속적인 소비자 피드백과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전략을 펴고 있어 매출 하락 대비 수익성은 나쁘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 대상으로 프리미엄군 제품 수요를 얼마나 확대하는 지가 향후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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