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믹데일리] 1조5000억원 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 지원 사업권을 두고 국내 빅테크 기업들이 격돌한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전통 강자는 물론 유통 공룡 쿠팡까지 참전하며 향후 국내 인공지능(AI) 산업의 패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2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IT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GPU 확보 사업' 공모에 네이버클라우드, 카카오엔터프라이즈, NHN클라우드, 쿠팡 등 4곳이 참여했다. 이 사업은 정부 예산으로 GPU 1만장을 구매하고 선정된 사업자가 자사 데이터센터에서 이를 운영하며 국내 산학연에 AI 연산 자원으로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과기정통부는 데이터센터 현장 실사 등을 거쳐 다음 달 중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기업들이 이번 사업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단순히 GPU 운영권을 따내는 것을 넘어 향후 정부가 추진할 대규모 AI 프로젝트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교두보로 삼기 위해서다. 특히 사업자 스스로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GPU 서비스(GPUaaS) 운영 노하우를 축적할 절호의 기회다.
정부가 추진하는 또 다른 사업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역시 경쟁이 뜨겁다. 이 사업은 참가 기업에 최대 1000장 이상의 최첨단 GPU를 직접 지원한다. GPU 품귀 현상이 심각한 상황에서 AI 모델 개발에 필수적인 컴퓨팅 자원을 확실하게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이 기업들의 참여 유인을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간에 글로벌 수준의 LLM 개발은 쉽지 않은 도전"이라면서도 "AI 모델 개발과 고도화에 GPU는 다다익선인 만큼 다수 사업자가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경쟁에서 가장 주목받는 변수는 쿠팡의 등장이다. 쿠팡은 전통적인 클라우드 사업자가 아니지만 최근 AI 데이터센터 사업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싱가포르 기업이 서울 양재동에 짓는 데이터센터 계약을 앞둔 것으로 알려지는 등 인프라 확보에 나서며 이번 정부 사업을 통해 본격적으로 AI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결국 정부의 대규모 AI 투자가 국내 기업 간의 기술 및 인프라 경쟁을 촉발시킨 모양새다. 이번 사업자 선정이 단순히 GPU 운영 주체를 정하는 것을 넘어, 향후 대한민국 AI 생태계의 판도를 결정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