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동맹의 역설…바이든 '바이 아메리칸' 압박에 韓 기업만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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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영 기자
2022-08-19 15:51:53

바이든, 11월 선거 앞두고 '자국 우선주의' 심화

"中 버리고 美에 붙어라" 전기차·반도체社 '비상'

'경제 동맹'도 좋지만…삼성·SK·현대차·LG '고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 견제와 자국 우선주의 노선을 강화하면서 삼성·SK·현대차 등 국내 기업들이 대응책 마련에 속 앓이를 하고 있다.

반도체 지원법(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인플레법), '칩(CHIP)4' 동맹에 이르기까지 반도체·전기차 산업을 필두로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압박이 감내하기 힘든 정도로 치닫는 모양새다.

19일 경제계에 따르면 바이든 미 행정부의 행보에 가장 크게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삼성·SK·현대차·LG 등이다.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법은 각각 미국 내 반도체 산업 발전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영향 완화를 명분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실상은 한국 등 해외 기업을 향한 "중국을 버리고 미국에 붙으라"는 경고에 가깝다는 게 업계 평가다.

반도체법은 미국 내 반도체 제조 인센티브 390억 달러(약 51조7700억 원)을 포함해 연구·개발 등에 총 2800억 달러(약 371조6200억 원)를 지원하는 법이다.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거나 장비를 들여오면 25% 세액공제를 해주는 내용도 담겼다.

여기까지는 좋았지만, 이른바 '우려 국가'에 반도체 시설 투자를 못하게 막으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우려 국가는 중국이 대표적이다. 반도체 장비를 중국 공장으로 들인 기업은 인센티브를 10년 간 받을 수 없다. 반도체법이 중국 견제 법안으로 불리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산시성 시안에, SK하이닉스는 장쑤성 우시에 각각 메모리 반도체 제조 공장을 갖고 있다. 막대한 금액을 쏟아부어 생산 시설을 갖췄지만 미국으로부터 인센티브를 받으려면 추가 투자를 포기해야 한다.

한국과 미국·일본·대만으로 구성될 반도체 동맹인 '칩4' 참여에 관한 논란도 뜨겁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에 편입된다는 장점과 중국의 보복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어서다. 지난해 한국 반도체 수출 금액 60%는 중국(홍콩 포함)이 차지한 만큼 결단이 쉽지 않다.

중국 역시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한국에 의존해 섣불리 제재에 나서기는 어렵지만 '칩4' 참여와 자국 내 장비 반입 중단을 빌미로 다른 산업에 보복을 가할 수 있다. 실제 2016년 시작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으로 전자·자동차·유통 등 산업 전반에 걸쳐 한국 기업이 큰 타격을 받았다.

전기차는 미국 시장에서 직접적으로 매출을 잃을 처지에 놓였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법을 통해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을 '미국에서 조립하고, 배터리 부품·자재를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맺은 국가에서 조달한 전기차'로 한정했다.

미 정부가 16일(현지시간) 발표한 보조금 지원 대상 전기차 목록에 현대차·기아 차량은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미국 소비자가 국내에서 전량 생산하는 현대차 '아이오닉 5'와 기아 'EV6'를 사려면 다른 차보다 최대 1000만 원 더 내야 한다는 얘기다.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도 화를 면하기 어렵다. 배터리 양극재 원료로 쓰이는 리튬·코발트·망간 대부분을 중국에서 들여오기 때문이다. 인플레법은 2025년부터 배터리 제조에 중국산 광물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

최근 중국 화유코발트와 합작법인을 설립한 LG화학(LG에너지솔루션 모회사)을 비롯해 배터리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중국과 협력에 나선 기업은 고민이 더 깊다.

경제계에서는 바이든 미 행정부가 강경한 태도로 일관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오는 11월 미국 하원 전체 의석(435석)과 상원 100석 중 35석을 새로 뽑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세가 강화될 여지가 많다.

경제계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바이든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경제안보 동맹'이 화두로 떠올랐다"며 "바람직한 방향은 맞지만 동맹에 매몰된 나머지 국내 산업이 설 자리를 잃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묘수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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