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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증도가자 놓고 이해관계·권력간 교차…문화재 지정 걸림돌 걷어내야(마침)
[이코노믹데일리] 지난 2010년 국내에서 처음 공개된 고려시대 금속활자 증도가자(證道歌字)는 세계 금속활자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만 수십 년간 문화재 지정이 지연돼왔다. 증도가자가 고려 고종 26년(1239)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 인쇄본에 사용된 활자 제작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세계 인쇄문화사에서 한국의 위상을 새롭게 조명할 기회를 맞았으나 문화재 지정 과정에서 드러난 권력, 이해관계, 제도적 허점은 증도가자의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는 데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2025년 국정감사를 계기로 국가유산청은 재심의를 예고하며, 증도가자는 다시 한번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로 인정받을 기회를 맞았다. ◆과거 문화재위원회 부결 결정의 부당성 .논쟁·검증·재검증 끝에 2017년 4월 13일 당시 문화재위원회(동산분과)에서 고려금속활자(‘증도가자’) 101점의 보물 지정 안건을 심의·부결했다. 그러나 올해 9월 작성된 감사원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위원회가 통계 분석 오류, 일부 조사 결과 누락 등의 문제로 잘못된 부결 결정을 내렸다. 또한 위원회가 출처를 문제 삼은 의견도 결점이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 보고서는 당시 위원회가 활각본과 번각본의 크기 차이를 문제 삼아 문화재 지정신청 활자(증도가자)로 “증도가를 인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발표했으나 실제 조판 실험 결과는 “증도가 인출이 가능했다”였다고 통계 분석에 오류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이와 함께 증도가자의 출처와 관련해 “해당 활자는 발굴 유물이 아닌 전래 유물이어서 여타 보물로 지정된 전래 유물과 마찬가지로 최초 발굴 장소, 초기 소장자 등이 불분명한 것은 당연한데 이에 대한 고려 없이 발굴 장소와 시기 등이 불명확하단 사유로 ‘소장 경위 불분명’이라고 결정한 것은 무리가 있다”고 위원회 측의 잘못을 지목했다. ‘출처’는 당시 증도가자의 문화재 지정 부결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 부분이었다. 증도가자를 국내에 처음 공개한 남권희 경북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활자 조판 실험 결과와 연대 측정 자료가 있었음에도, 위원회는 일부 데이터 누락과 비과학적 의문 제기를 근거로 부결했다”며 “이는 제도적 허점과 내부 판단 미비가 결합된 전형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5년 국정감사에서 당시 부결 과정의 절차적 불투명성을 공개하며 “핵심 사항 누락과 통계 분석의 잘못 적용 등 다수 위법·부당 사례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재검토 필요성을 인식하고, 청동소반·청동초두 등 추가 증거를 비교 분석하겠다”고 답변했다. ◆문화재 지정 심의구조의 문제…‘팩트 아닌 주관적 요소 작용’ 지금까지 있어온 ‘증도가자 사건’은 단순히 고려 금속활자의 진위 논쟁이 아니다. 이는 학문적 성취, 문화재 제도, 경제·권력적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복합적 문제를 드러낸 사례다. 증도가자 사례는 문화재 지정 심의 구조가 전문가 영역과 정치·행정적 판단 사이에서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당시 문화재위원회 동산분과 위원 8명 중 서지학(書誌學) 전문가는 한 명도 없었고 한문, 서화, 도자기, 범종 등 각기 다른 분야 전문가로 구성돼 있었다. 증도가자가 7년간 진위 논란 끝에 문화재 지정이 부결되면서 학계 반발이 거세자 문화재위원회는 2017년 9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증도가자 진위 논란’을 가릴 토론회를 개최했다. 주제는 ‘고려 금속활자! 문화재인가? 아닌가?’였으며 증도가자가 진본임을 주장해온 남권희 교수 등 학계 인사와 그해 4월 문화재 지정을 불허한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대거 토론자로 참석했다. 당시 토론자로 참석한 문화재청의 한 실무 책임자는 “증도가자는 출처가 불분명하며 과학적 분석 결과 고려 시대의 금속이라고 확정할 수도 없고, 서체도 증도가를 인쇄한 글자가 아니다”라고 자신했다. 이에 대해 남 교수 등은 “출토 문화재의 특성상 출처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목판으로 인쇄된 증도가에 있는 글자 크기가 증도가자와 다른 것은 목판활자는 시간이 지나면 위축되거나 뒤틀리기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당시 토론회를 계기로 일종의 '음모론'도 고개를 들었다.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1377)을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으로 인정해온 일부 학계 인사들과 문화재위원회, 그리고 남 교수와 의견이 같은 학자들 사이의 이론적 갈등이 객관적 검증에 걸림돌이 됐다는 주장도 그런 음모론 중 하나다. 또한 증도가자의 가장 많은 분량 보유자가 고유물을 거래하는 인물이란 점도 증도가자의 보물 지정을 부결한 원인이었다는 주장도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남 교수와 의견이 같은 학자들은 "2017년 제2차 동산문화재분과 속기록회의록 내용을 보면 일부 위원의 경우 활자 수량, 증도가 인쇄본의 글자 수 등 기초 정보조차 숙지하지 않은 채 심의에 임했다"는 점 등 문화재 지정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적용한 딥러닝 기반 서체분석법에 대해서도 “인장 진위 판별용 알고리즘을 적용한 부적절한 방식”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는 장재완 고려대 문화유산연구소 연구위원이 문화재청 회의록(2017년)에서 직접 밝힌 내용이다. ◆‘청량사 건칠불’ 사례로 본 문화재 지정 제도적 허점·검증 과정 증도가자와 유사한 선례가 일명 ‘청량사 건칠불’ 사례다. 지난 2009년 보물 지정 신청 이후 제작 연대를 두고 논란을 빚었던 경북 봉화 청량사 건칠불, 공식 명칭 '봉화 청량사 건칠약사여래좌상'은 지정 신청 7년 만에야 보물 제1919호로 지정됐다. ‘건칠불(乾漆佛)’이란 삼베나 종이로 틀을 만든 뒤 반복적으로 옻칠을 해서 만드는 불상이다. 청량사 건칠불은 높이 90㎝, 어깨 너비 54㎝, 무릎 너비 72㎝ 크기이며, 1560년과 1715년에 중수됐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통일신라시대에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청량사 건칠불은 얼굴이 석굴암 본존불과 흡사하고, 20세기에 통용된 제작 기법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 때문에 ‘근대 작품’이란 주장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불상의 직물을 채취해 방사성 탄소연대를 측정한 결과 직물 제작 시기가 770∼945년으로 추정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보물 지정으로 청량사 건칠불은 10세기에 제작된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보물 제999호)과 함께 우리나라 건칠불의 시원이 되는 작품으로 인정받게 됐다. 청량사 사례는 증도가자 논의와 중요한 교훈을 공유한다. 출처와 제작 근거가 명확한 유물이라면 과학적 검증을 통해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청량사 건칠불은 제작 연대를 방사성 탄소연대 분석을 통해 확인하면서 국내 학계뿐 아니라 해외 연구자에게도 신뢰를 얻어 문화재 지정으로 이어졌다. ◆남은 과제는…문화재 지정 제도 개선과 국제적 공신력 확보 김종연 한국기록학회장은 “증도가자와 같은 유물의 재검증은 국내 연구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국제 표준 검증 체계를 마련해 분석해야 세계 학계에서 공신력을 확보할 수 있다”(한국기록학연구 제49집, 2019)고 말했다. 남권희 교수는 “증도가자가 세계 최고 금속활자라는 사실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학술적 증거 확보뿐 아니라, 제도적 개선과 국제적 검증이 필요하다”며 “청량사 사례처럼 검증을 통해 문화재 지정 과정의 신뢰성을 확보하면, 한국은 단순 기록의 발견을 넘어 역사적 정당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2025년 국정감사와 국가유산청(구 문화재청) 재검토 결정은 단순한 학술 논쟁을 넘어, 권력·출처·신뢰가 얽힌 문화재 지정 구조를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한다. 증도가자는 이제 학문적 논쟁을 넘어서 한국의 기록문화와 문화 주권을 세계사적 맥락에서 재조명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2025-11-0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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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팜, 1분기 영업이익 149% 급증…엑스코프리 美 매출 성장세 '탄탄'
[이코노믹데일리] SK바이오팜이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의 미국 시장 직접 판매 효과에 힘입어 2025년 1분기 견조한 실적을 달성했다고 9일 밝혔다. SK바이오팜은 올해 1분기 매출 1444억원, 영업이익 257억원, 당기순이익 19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약 27%, 영업이익은 약 149%, 당기순이익은 약 102% 크게 증가한 수치다. 계절적 비수기와 일시적 외부 요인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빠른 성장세를 이어갔다는 평가다. ◆엑스코프리, 美 시장서 고공행진…직판 효과 '톡톡' 핵심 제품인 엑스코프리의 1분기 미국 매출은 133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46.6%, 전 분기 대비 약 3.1% 증가하며 성장세를 지속했다. 이는 일회성 마일스톤 수익 소멸, 계절적 비수기, 외부 유통 채널 구조조정 등 일시적 요인으로 전체 매출이 전 분기 대비 다소 감소(-11.4%)했음에도 불구하고 핵심 제품의 경쟁력을 입증한 결과다. SK바이오팜은 이러한 성과가 미국 내 직판 플랫폼과 특화된 세일즈 전략의 결합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현지 영업 인력을 중심으로 한 신규 환자 처방 수(NBRx) 증대 콘테스트 등 마케팅 강화가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1분기 월평균 신규 환자 처방 수는 처음으로 1600건을 넘어섰으며, 특히 3월 이후 빠른 반등세를 보여 2분기 이후 매출 성장 가속화가 기대된다. SK바이오팜은 이르면 5월부터 미국 내 첫 DTC(Direct-to-Consumer, 소비자 직접 광고) 광고 캠페인을 시작해 엑스코프리의 인지도를 더욱 높이고 환자 접점을 강화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엑스코프리는 미국 직판 체계를 기반으로 더욱 정교하고 유기적인 환자 중심 접점 확대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며 "공격적인 마케팅과 적응증 확대를 통해 미국 시장 내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적응증 확장·공급망 안정화로 성장 기반 다져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의 시장 확대를 위해 적응증 및 투여 가능 연령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안에 부분 발작을 넘어 전신발작(PGTC)으로의 적응증 확장에 대한 임상 3상 탑라인 결과를 확보하고, 소아 환자 복용 편의성을 높인 현탁액 제형의 신약승인신청(NDA)도 제출할 예정이다. 또한 의약품 관세 불확실성 등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내 추가 위탁생산처(CMO)에 대한 FDA 승인 절차를 완료하고, 약 6개월분 이상의 재고를 확보하는 등 유연한 대응 체계도 구축했다. ◆차세대 성장 동력 확보 박차…RPT·TPD·AI 플랫폼 SK바이오팜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차세대 파이프라인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연내 미국 직판 인프라를 활용한 '제2의 세노바메이트'가 될 세컨드 프로덕트(Second Product)를 도입해 신속한 시장 진입 및 조기 수익화를 노린다. 이와 함께 방사성의약품(RPT) 및 표적단백질분해(TPD) 등 차세대 치료 기술 중심의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추진 중이다. RPT 분야에서는 고형암 치료 후보물질 ‘SKL35501’ 개발과 함께 미국 테라파워, 벨기에 판테라와의 원료 공급 계약을 통해 안정적 개발 기반을 마련했다. TPD 분야는 미국 현지 연구 자회사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를 중심으로 글로벌 제약사 출신 연구진을 추가 영입하며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 역시 항암 및 희귀질환 분야 연구개발 역량과 중추신경계(CNS) 및 RPT 분야 글로벌 임상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더불어 AI 기반 뇌전증 관리 플랫폼 사업화도 본격화한다. 지난 2월 브라질 제약사 유로파마와 AI 기반 조인트벤처 설립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를 통해 뇌전증 환자 관리 플랫폼 및 웨어러블 기기 기반 디지털 치료 솔루션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2025-05-09 15:3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