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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기자수첩] 석유화학 설비 통폐합·구조조정 논의 속...노동자의 목소리는 어디에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장소영 기자
2025-11-06 10:34:46
장소영 산업부 기자
장소영 산업부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석유화학 업계에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하청 노동자들에게는 더 차가운 겨울이 될 전망이다. 최근 석유화학 설비 통폐합과 업계 구조조정이 맞물리면서 하청업체 노동자는 본청 근로자보다 더욱 일자리 위기를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선 자구·후 지원' 원칙을 강하게 내세우며 10개 주요 석화기업에 연말까지 자율적 사업재편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기업 간 협상이 진행되고 외부 컨설팅 업체와 협의체를 만드는 등 석화단지 내 사업 재편 움직임이 조금씩 포착된다. 

문제는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노동자의 의견을 대변할 주체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업 재편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고용 충격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구조가 형성돼 노동자들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김학진 화섬식품노조 정책실장은 "여수·울산 노사민정협의회가 있지만 구체적인 고용 문제들은 논의에 오른 적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고용 문제 파악의 첫 번째 단계라고 볼 수 있는 석화단지 건설 플랜트 노동자 그리고 운송 노동자에 대한 실태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취재 과정에서 기업의 '고용의 외주화'가 노사정 대화를 저해하고 있는 상황도 감지된다. 노동자들은 고용 불안정성을 모두 하청업체에 떠넘기고 있다고 호소한다. 기업 차원에서는 인원 감축이 필요할 때 원청에 직접 고용된 직원을 정리해고하기보다는 하청업체 도급 계약을 해지하는 게 더 편리하고 법적인 위험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전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다들 '나만 아니면 된다'라는 생각"이라며 "원청에서 근무하는 생산 노동자들은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하청업체 먼저 해고될 것이라 예상해 수수방관하는 격"이라고 토로했다. 

이같은 석화단지의 분위기는 마치 2016년 조선중공업의 구조조정 사태를 연상시킨다. 당시 조선업 위기가 본격화하자 구조조정이 시작돼 하청노동자 수는 급감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자료를 보면 2015년 말 13만975명의 하청노동자수는 구조조정으로 인해 2020년 8만여명으로 감소했다.

조선중공업 구조조정은 악습으로 남았다. 조선중공업 구조조정 이후 해고당한 노동자들은 거제를 떠나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나섰고 소비 주체가 사라진 지역 경제는 '폭망'했었다. 약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도 떠난 이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조선중공업 기업들이 지금까지도 인력 부족 현상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석화업계가 조선업계의 전철을 그대로 따라가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사업재편안 제출을 약속한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기업과 정부는 노동자 고용 보호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노동자 논의가 빠진 사업재편안의 부작용은 석화산업이 친환경,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재도약한 후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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