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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6] "말만 잘하는 AI는 끝났다"... 로봇·모빌리티에 뇌 이식한 '행동하는 AI'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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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6] "말만 잘하는 AI는 끝났다"... 로봇·모빌리티에 뇌 이식한 '행동하는 AI' 시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선재관 기자
2026-01-07 18:00:00

챗봇은 가라, 이제는 '몸(Body)'이다... CES 2026, '피지컬 AI'의 습격

스크린 감옥 탈출한 인공지능,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집사'로 진화

6일현지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연례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에서 샤르파 로봇이 블랙잭 게임에서 카드를 나눠주고 있다사진AFP 연합뉴스
6일(현지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연례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에서 샤르파 로봇이 블랙잭 게임에서 카드를 나눠주고 있다.[사진=AFP 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지난해 CES가 AI의 ‘지능(Brain)’을 뽐내는 백일장이었다면 올해는 그 AI에게 튼튼한 ‘신체(Body)’를 달아주는 체력장이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 2026’ 현장은 이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지난 2년간 글로벌 IT 업계를 주도했던 ChatGPT 등 생성형 AI 중심의 기술 경쟁은 정점을 지나 한 단계 진화의 국면에 접어들었다. 텍스트와 이미지 생성 능력을 앞세운 AI의 열기는 다소 가라앉고 그 자리를 로봇과 자율주행차, 도심항공교통(UAM) 등 물리적 실체를 지닌 ‘피지컬 AI(Physical AI)’가 빠르게 채우고 있다. 가상 공간의 언어 생성 단계를 넘어 현실 세계에서 물리적 노동을 수행하고 환경에 반응하는 ‘행동(Act)’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했다는 평가다.

◆ LLM 넘어 LAM으로… ‘말’보다 ‘행동’의 경쟁
 
삼성디스플레이가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앙코르 앳 윈 호텔에서 CES 2026 미디어 초청 행사를 열고 공개한 차세대 AI 기기 콘셉트의 데모제품 AI OLED 봇 가볍고 디자인 자유도가 높으며 전력 소모가 적은 OLED는 AI가 탑재된 로봇 등 차세대 AI 기기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가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앙코르 앳 윈 호텔에서 'CES 2026' 미디어 초청 행사를 열고 공개한 차세대 AI 기기 콘셉트의 데모제품 'AI OLED 봇'. 가볍고 디자인 자유도가 높으며 전력 소모가 적은 OLED는 AI가 탑재된 로봇 등 차세대 AI 기기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사진=삼성디스플레이]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를 관통한 핵심 키워드는 단연 AI의 ‘실체화’였다. 2025년까지의 AI 경쟁이 누가 더 정교한 문장을 만들고 더 그럴듯한 이미지를 생성하느냐의 싸움이었다면 2026년의 경쟁은 누가 더 정확하게 움직이고 더 안전하게 작업을 수행하느냐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AI가 인간의 ‘두뇌’를 닮아가는 단계를 넘어 이제는 인간의 ‘손과 발’을 대신할 수 있는지 여부가 기술 경쟁력의 기준이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AI 모델의 진화와 맞닿아 있다.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던 거대언어모델(LLM)은 물리적 환경을 인지하고 로봇의 관절과 구동계를 제어하는 거대행동모델(LAM·Large Action Model)로 확장되고 있다. AI는 더 이상 화면 속 질문과 답변에 머무르지 않는다. 시각·촉각·공간 인지를 결합해 현실 공간에서 판단하고 움직이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이번 CES는 AI 기술 패러다임 전환의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전시관은 이러한 흐름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차세대 가정용 로봇은 단순히 사용자를 따라다니는 ‘반려 가전’ 수준을 넘어섰다. 냉장고 내부의 식재료를 분석해 식단을 제안하는 데 그치지 않고 로봇 팔을 활용해 오븐 예열, 조리 보조, 식기 정리까지 수행하며 실제 가사 노동을 분담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LG전자의 ‘스마트홈 에이전트’ 역시 자율주행 기반으로 집 안을 이동하며 육아 보조, 복약 관리, 생활 패턴 분석 등 능동적인 역할을 수행해 단순 가전을 넘어선 ‘생활 파트너’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 자동차는 ‘거대한 로봇’… 모빌리티와 AI의 결합
 
CES 개막일인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현대차그룹 부스에서 차세대 자율주행 모빌리티 로봇 플랫폼 모베드가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CES 개막일인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현대차그룹 부스에서 차세대 자율주행 모빌리티 로봇 플랫폼 '모베드'가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피지컬 AI의 진화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분야는 모빌리티다. 현대차그룹과 메르세데스-벤츠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바퀴 달린 고성능 로봇’으로 재정의했다. 차량 내부와 외부의 수많은 센서 데이터를 AI가 실시간으로 처리하며 주행 판단과 제어를 수행하는 구조가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장에서 “이제 자동차는 소프트웨어가 지배하는 하드웨어”라며 “AI와 모빌리티의 결합은 선택이 아닌 생존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방향성 제시를 넘어 완성차 산업이 제조업 중심 구조에서 소프트웨어·AI 기반 산업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번 CES에서 시연된 레벨 3+ 자율주행 기술은 이러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운전자의 개입 없이 AI가 도로 상황을 인식하고 차선을 변경하며 돌발 변수에 대응하는 모습은 자율주행 기술이 실험 단계를 넘어 상용화 문턱에 근접했음을 시사한다.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자동차는 인간의 조작 없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대형 AI 디바이스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지상 이동수단을 넘어 UAM, 로보틱스로 확장되는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의 전초전으로 읽힌다.

◆ “하드웨어 없는 AI는 공허하다”… 제조업의 재부상
 
엔비디아와 AMD가 CES를 앞둔 5일현지시간 차세대 AI 반도체 칩을 공개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호텔에서 키노트 연설을 하는 리사 수 AMD CEO 퐁텐블로 호텔에서 열린 엔비디아 CES 2026 라이브에서 칩을 들고 있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사진연합뉴스
엔비디아와 AMD가 CES를 앞둔 5일(현지시간) 차세대 AI 반도체 칩을 공개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호텔에서 키노트 연설을 하는 리사 수 AMD CEO, 퐁텐블로 호텔에서 열린 엔비디아 CES 2026 라이브에서 칩을 들고 있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흐름은 반도체 시장의 판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로봇과 자율주행차가 클라우드 서버에 의존하지 않고 현장에서 즉각적인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고성능 온디바이스 AI 칩이 필수적이다. 물리적 세계에서는 수 밀리초(ms) 단위의 지연도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데이터센터 중심 구조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엔비디아와 퀄컴, 인텔은 물론 삼성전자까지 로봇·자율주행 전용 NPU(신경망처리장치)를 전면에 내세우며 차세대 반도체 경쟁에 뛰어들었다. CES 2026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소프트웨어만으로는 더 이상 혁신을 주도할 수 없으며 이를 구현할 하드웨어 역량이 필수라는 점이다.

구글과 오픈AI 등 소프트웨어 빅테크들이 로봇 스타트업과 제조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AI라는 강력한 ‘두뇌’를 담아낼 ‘몸’을 만드는 제조 역량이 다시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피지컬 AI 시대에는 하드웨어 제조 능력이 없는 기업은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며 “한국 기업들이 강점을 지닌 제조, 로봇, 반도체 산업이 AI와 결합하면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텍스트 생성에 열광하던 ‘유희(Play)’의 시대는 저물고 인간의 노동과 행동을 대체하는 ‘행동(Act)’의 시대가 라스베이거스에서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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