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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3사 주총 개막, 유례없는 주주 비판에 시달릴듯
[이코노믹데일리] 오는 17일 LG유플러스를 시작으로 통신 3사 주주총회 시즌이 열린다. 이번 주총의 화두가 각사 내외이사 선임 등 '이사회 재구성'인 가운데 가장 주목 받고 있는 곳이 KT다. KT는 차기 대표 선임을 비롯해 사외이사 절반이 이달 말 임기가 만료된다. 사내이사는 새 대표 체제에 맞춰 2명을 신규 선임한다. ◆ KT, 대표 내정 윤경림 사장 후보 투표 결과 주목 KT는 이달 31일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에서 개최되는 주총을 통해 윤경림 사장 후보 대표이사 선임 건을 진행한다. 지난 13일 오전 9시 KT는 전자투표를 개시했다. 주주들은 주총 전날인 오는 30일 오후 5시까지 전자투표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번 KT 주총의 주요 안건은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로 내정한 윤경림 사장 후보 의결이다. 윤 후보자는 지난 7일 KT 이사회 면접을 거쳐 대표 후보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윤경림 사장 후보가 대표이사에 선임될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최근 여권에서 윤 사장이 대표 후보에 오른 것에 대해 "구현모 KT 대표가 윤 사장을 자신의 아바타로 KT 대표이사로 출마시켰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 대표 선임 과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모양새인 데다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8.5%)도 반대표를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2대 주주인 현대차그룹(현대차 3.1%·현대모비스 3.1%)도 반대표를 행사할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으며, 3대 주주인 신한은행(5.5%)도 여권에서 반대하는 상황에서 찬성표를 행사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나 사실 양사 지분은 단순 투자목적으로 KT와 지분을 교환했기 때문에 대표이사 선임안에 대한 의결권 행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소액주주들과 외국인들이 큰 변수로 남아있다. KT 소액 주주들의 지분이 57%를 넘는데다가 윤 사장 후보의 대표 선임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달 25일 네이버 카페 'KT주주모임' 개설하고 윤경림 대표 후보에게 찬성표를 던지기로 했다. 현재 1000명 이상이 모였다. KT 주총 전자투표가 시작된 13일 소액주주 모임 카페에 올라온 찬성투표 인증은 875개를 넘었다. 외국인 지분도 44%이며 구현모 대표가 재직하면서 KT 상황이 크게 개선된 만큼 우호적인 입장을 취해와 이번 주총 때도 찬성표를 던질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총에서 안건이 가결되려면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 과반수와 발행 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 5년만에 사내이사에 네트워크 임원 전문가 선임 이사회 구성원 임기 종료에 맞춰 사내이사 신규 선임과 사외이사 재선임으로 이사회도 재구성한다. 신규 사내이사로 후보로는 서창석 KT 네트워크부문장, 송경민 KT SAT 대표를 선임하는 안건에 포함됐다. KT 사내이사 후보에 네트워크 임원이 오른 것은 2019년 이후 처음이다. 사외이사 선임은 기존 강충구 의장, 여은정 이사, 표현명 이사 등에 대한 재선임 안건이 상정된다.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은 KT에서 네트워크부문 네트워크기술본부장, 네트워크전략본부장을 역임하는 등 28년 동안 유무선 네트워크에서 경력을 쌓은 통신 전문가다. 송경민 KT SAT 대표는 현재 윤 사장 후보의 경영 체제 구축을 위한 경영안정화 TF장을 맡고 있다. 그는 과거 남중수 전 사장 시절 비서실장으로 발탁됐는데, 이후 황창규 전 회장 체제에서도 비서실장을 맡았다. 앞선 대표들을 보좌했던 경력을 확보한 만큼 조직 내부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윤 사장 후보의 경영 조력자로서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 연이은 사외이사 후보 자진 사퇴 KT 사외이사 후보로 내정된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이 후보 발표 이틀 만에 자진 사퇴한 데 이어 KT스카이라이프 새 대표이사로 내정된 윤정식 한국블록체인협회 부회장마저 사의를 표명하는 등 연이은 잡음에 정치권의 입김이 지나치게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업계의 비판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KT는 공기업이 아닌 사기업임에도 대표이사 선임과 같은 중대 사안 마다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KT가 유력한 외부 인사를 탈락시키기 위해 ‘이권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며 “차기 대표이사 지원자 33명 중 KT 출신 전·현직 임원 4명만 통과시켜 차기 대표이사 선임과정을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시켰다”고 맹비난했다. 이런 점이 후보들의 자진사퇴 요인 중 하나로 보인다. 윤 사장 후보의 대표이사 선임에 대한 찬·반 양론이 확연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31일 주주총회에서 결정될 KT 차기 대표이사 선임 투표 결과에 따라 KT 지배구조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윤 사장 후보는 이번 주총 이후 KT가 그간 추진해 온 디지털전환(디지코)에 인공지능(AI)을 강화한 '디지+AI' 비전을 시행할 계획이다. 목적사업으로 렌탈을 추가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KT는 과거 렌탈 자회사를 매각하면서 관련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다. KT는 이번 신규 추가로 로봇 등 디지털플랫폼(DIGICO) 부문과 관련한 사업을 추진, 실행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 SK텔레콤 신규 사외이사에 AI 전문가 영입···'AI컴퍼니 본격화' SK텔레콤은 오는 28일 서울 중구 SKT타워 4층 수펙스홀에서 정기 주총을 열고 사외이사 3명의 선임 건 등을 논의한다. 이번 주총의 주요 안건은 △제39기(2022년) 재무제표 승인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이다. SK텔레콤은 먼저 오는 23일 이사회를 열고 오혜연 KAIST AI연구원 원장을 이번 주총에서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김용학 연세대 명예교수와 김준모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부교수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주식매수 선택권 부여에 관한 건과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재무제표 승인의 건 등도 같이 상정했다. 이번에 새로 선임된 오혜연 원장은 1974년 11월 출생으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카네기 멜런 대학교(CMU)에서 언어 및 정보 기술 석사학위를 받은 뒤, MIT에서 컴퓨터 과학 분야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AI, 기계학습(머신러닝), 자연어처리(NLP) 등 분야 전문가로, 현재 KAIST AI연구원 원장도 맡고 있다. 2020~2022년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민간위원으로도 활동했다. SK텔레콤은 AI컴퍼니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오 원장이 AI 관련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기술 분야에 대한 경영 진단에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준모 KAIST 교수는 영상인식 AI 분야 전문가다. 이들은 향후 SKT의 중장기 AI 전략 방향성과 경영 성과 평가 등에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SK텔레콤 유영상 대표는 지난달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 2023'에서 AI 서비스와 기술로 혁신을 선도하겠다는 'AI 컴퍼니 비전'을 밝힌 바 있다. 에이닷(A.)은 물론 도심항공교통·자율주행차·로봇 등으로도 AI 생태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 LG유플러스 새로운 '유플러스 3.0'시대 연다···여성 사내이사 여명희 CFO 겸 최고위험관리책임자 LG유플러스는 오는 17일 서울 용산사옥에서 제27회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주총 주요 안건은 △제27기(2022년) 재무제표 승인 △정관변경 승인 △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이다. 이 중 정관 변경은 사업목적과 관련돼 있다. 주요 변경 사항으로는 '신용정보법에 따른 본인신용정보관리업 및 겸영·부수업무 추가'다. 이번 목적사업 추가로 맞춤형 금융 혜택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자사 멤버십 앱에서 선보이는 등 관련 사업 등에 대해 본격적인 마이데이터 사업을 본격화 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유플러스는 사내 최초의 여성 전무 여명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사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여 전무는 지난해 12월 CFO로 선임됐다. 여명희 전무는 1967년생으로 경북대 회계학과를 졸업했다. 특히 여 전무는 두 번의 합병을 경험한 LG유플러스 역사의 '산 증인'이다. 1989년 데이콤에 입사했지만, 2000년 데이콤이 LG그룹에 편입됐고 2010년엔 LG텔레콤으로 흡수합병됐다. 지난 2020년 김새라 전무와 함께 LG유플러스의 첫 여성 전무 타이틀을 달았다. 올해는 LG유플러스의 첫 여성 CFO 타이틀도 거머쥔다. 이외에도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윤성수 고려대 교수와 엄윤미 도서문화재단 씨앗 등기이사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하는 건이 안건이다. 이들 임기는 3년이다. 한편 LG유플러스 연초 29만건에 달하는 고객 개인정보가 해킹당한 사고가 발생했다. 디도스 공격 피해도 입었다. 비록 지난 2월 황현식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피해 보상과 보안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약속했지만 늑장 대응이란 비판이 나왔었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개인정보 유출 피해지원협의체를 구성했지만 이번 주주총회에서 성난 주주들의 해킹 관련 질의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3-03-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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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표 3세 정대현, '옥상옥 지주사'로 책임은 없이 '깜깜이 승계'
[이코노믹데일리] 삼표그룹은 한때 재계 순위 30위권에 속했다가 지금은 100위권에도 명함을 내밀지 못하는 비운의 기업집단으로 전락했다. 그나마 중견 기업집단으로 남아 명맥을 유지하는 데 위안을 삼는 정도다. 한껏 쪼그라진 사세와 달리 3세 승계만큼은 여느 기업집단 못지않게 착실히 진행 중이다. 오너 2세인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에 이어 후계자로 낙점된 인물은 정대현 사장이다. 정 사장은 삼표 3세들 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일찌감치 후계자 코스를 밟았고 주요 계열사 지분도 가장 많이 가졌다. 정 회장이 슬하에 둔 아들은 정 사장뿐이다. ◆'재계 29위' 빛 바랜 영광에 남은 건 혼맥뿐 삼표는 강원도에 토대를 둔 기업이다. 전신인 강원산업이 1996년 삼강운수를 설립해 연탄과 골재를 운송한 데서 출발했다. 삼강운수는 1974년 삼표산업으로 이름을 바꾸고 한국양회가 가진 공장을 인수해 콘크리트 사업에 진출했다. 이후 강원 삼척 일대를 중심으로 골재 채취와 레미콘, 철도 부설, 연탄 제조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일반적인 제조업과 달리 건설업 생태계 저변에서 몸집을 키운 삼표는 1997년 말 외환위기 무렵 재계 순위 29위까지 오르며 굴지의 재벌이 됐다. 그러나 영광은 오래 가지 못했고 그해 10월 모기업인 강원산업그룹이 워크아웃(재무개선)에 들어가면서 기업집단 전체가 분해되기에 이르렀다. 정도원 회장은 워크아웃 초입에 경영을 맡았다. 정인욱 창업주의 차남인 정 회장은 삼표산업을 비롯한 몇몇 계열사를 가지고 독립해 그룹을 재정비했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거치며 2006년 워크아웃을 완전히 마쳤다. 기업을 되살리기에는 성공했으나 몸집은 과거보다 훨씬 작아졌다. 삼표가 영위한 사업 자체가 쇠퇴한 영향도 있지만 100대 그룹에서조차 밀려난 것은 워크아웃이 남긴 뼈아픈 결과물이었다. 명성은 퇴색했지만 혼맥만 놓고 보면 화려하다. 정 회장 장녀인 지선씨는 1995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결혼했다. 차녀 지윤씨는 1998년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아들인 박성빈 사운드파이프코리아 대표와 백년가약을 맺고 출가외인이 된 상태다. 이들의 부친인 정도원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박태준 명예회장이 철강 사업을 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철강 혼맥'으로 불리기도 했다. 정대현 사장은 2011년 범LG가(家)인 구자명 LS MnM(옛 LS니꼬동제련) 회장 장녀 구윤희씨와 화촉을 밝혔다. 이밖에 정 회장 형인 정문원 전 강원산업그룹 회장 자녀까지 포함하면 삼표 오너 일가는 두산, GS 일가와도 인연을 맺으며 '한 다리만 건너면 재벌가와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폭넓은 재벌 혼맥을 자랑했다. ◆명확한 후계자 정대현, '대표이사'엔 안 보여 삼표그룹은 일가의 혼맥 덕을 많이 봤다. 특히 과거 현대그룹과 현재 현대차그룹이 필요한 때마다 숨은 조력자 역할을 했다. 옛 강원산업그룹 구조조정 당시 철강 부문을 비롯한 일부 계열사를 사돈 집안인 현대그룹에서 인수했다. 이는 삼표는 워크아웃과 홀로서기를 무사히 마친 원동력이 됐다. 최근에는 장기간 사용해 온 서울 성동구 성수동 삼표산업 공장 부지를 현대제철로부터 넘겨받았다. 이 땅은 서울 시내에 몇 안 남은 금싸라기 땅으로 추후 개발이 진행되면 그 가치가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삼표그룹으로서는 4조~5조원 수준인 자산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다. 정대현 사장은 그룹 경영이 충분히 안정된 이후에 경영권을 넘겨받을 것으로 보인다. 2005년에 삼표에 입사해 햇수로 19년째 경영 수업을 받는 만큼 내부 승계 작업도 상당히 진행됐다는 후문이다. 삼표의 승계 방식은 규모가 큰 다른 기업집단과 비교해 상당히 단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유력한 시나리오는 정 사장이 지분 71.95%를 보유한 에스피네이처를 매개로 지주사인 ㈜삼표 지분을 확보하는 경로다. 현재 ㈜삼표 지분은 정도원 회장이 65.99%를, 정 사장이 11.34%를 보유했다. 사실상 정 사장 개인 회사인 에스피네이처는 ㈜삼표 지분 19.43%를 가졌다. 삼표 지분구조를 보면 다소 특이한 점이 눈에 띈다. 정도원→㈜삼표→각 계열사로 이어지는 구조인데 지주회사인 ㈜삼표 위에 곁가지로 에스피네이처가 존재한다. 마치 옥상옥처럼 에스피네이처가 '지주사의 지주사'로 모호한 위치에 놓였다. 향후 에스피네이처가 ㈜삼표와 합병하면서 정 사장이 ㈜삼표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이야기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에스피네이처는 승계 구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많은 내용이 베일에 가렸다. 이 회사는 자원 재활용 사업을 주로 한다. 내용 면면을 살펴보면 레미콘, 골재, 몰탈, 시멘트, 철스크랩 등을 수집·재활용하는 곳으로 그룹 계열사에서 매출 대부분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삼표그룹은 2021년 10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일감 몰아주기 의혹으로 조사를 받기도 했다. 정 사장이 삼표그룹에서 사장 직함을 달았을 뿐 이렇다 할 계열사 대표이사직을 맡지 않은 점도 의문이다. 정 사장은 현재 ㈜삼표와 삼표시멘트, 에스피네이처, 삼표레일웨이 등 7개 계열사 사내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오는 27일 열리는 삼표시멘트 정기 주주총회 안건에는 정 사장 사내이사 재선임이 올라온 상태다. 지난 10일 공시된 삼표시멘트 주총 공고에는 정 사장 직책이 ㈜삼표 신성장실장, 삼표시멘트 사내이사, 에스피네이처 관리부문 최고경영자(CEO)로 돼 있다. 삼표시멘트에서는 2018년부터 2019년까지 대표이사였으나 현재는 이종석 전 삼표해운 대표가 자리를 대신했다. 경영권을 직접 행사하는 자리는 사실상 CEO를 맡은 에스피네이처뿐이다. 정 사장이 승계 퍼즐을 상당 수준으로 맞추고도 경영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 이유와 관련해 리스크(위험)를 최소화하려는 목적이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대표이사를 맡음으로써 안게 될 법적 부담을 최대한 피하겠다는 의도다. 실제 삼표산업과 삼표시멘트 등 계열사는 산업재해가 자주 발생해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대상으로 여러 번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1월 경기 양주시 채석장 붕괴 사고로 작업자 3명이 매몰돼 사망하면서 중대재해법 1호 기업이 됐다. 서울 성수동 레미콘 공장에서는 2021년 9월 작업 중인 근로자가 트럭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났고 1년 앞선 2020년 12월에는 강원 삼척 석회석 광산에서 근로자가 매몰돼 목숨을 잃었다. 매년 사업장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일어나면서 삼표그룹은 중대재해법 처벌 단골 기업이라는 오명을 안았다. 중대재해법에 따르면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해당 기업 책임자와 법인까지 처벌 가능하다.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정 사장이 대표이사로 재직했다면 처벌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에스피네이처 기업가치 부풀리기 '필수 조건' 정도원 회장과 정대현 사장은 책임경영보다 안전한 승계를 택한 모습이다. 경영을 안정화시키면서 한편으로는 사법 리스크를 회피하는 전략으로 보인다. 정 회장이 당장 경영권을 물려줄 가능성은 낮지만 승계를 위한 정지 작업은 지금보다 빠르게 진행될 공산이 크다. 시선은 '옥상옥' 관계인 에스피네이처에 쏠린다. 정 사장이 가장 크게 영향력을 보유한 회사인 데다 ㈜삼표와 합병설이 꾸준히 제기되기 때문이다. 삼표가 에스피네이처를 흡수하고 이 과정에서 에스피네이처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하면 정 사장에 유리한 방식으로 합병 비율을 설정할 수 있다. 정 사장이 보유한 에스피네이처 지분 약 72% 가치를 높임으로써 합병 후 ㈜삼표에 대한 지배력을 끌어올리는 시나리오다. 관건은 ㈜삼표와 비교해 몸집이 매우 작은 에스피네이처 가치를 어떻게 높일 것인지다. 정 회장이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휩싸인 배경도 결국은 에스피네이처 기업가치 부풀리기와 연관이 깊다. 삼표시멘트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 모두 상장사가 아니고 삼표그룹 자산총액이 대규모 기업집단 기준보다 작아 내부거래 규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에스피네이처 사업 포트폴리오(구성)를 보면 자체적으로 성장할 여력이 크지는 않다. 향후 계열사 간 인수합병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예상된다. 그룹 내 다른 계열사를 에스피네이처가 인수하고 몸집을 키워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안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표 같은 지배구조에서 경영권 승계를 하려면 지주사 밖 지주사 느낌이 강한 회사를 그룹 내부로 완전히 편입하는 게 먼저"라며 "삼표는 다른 대기업집단보다 이 문제에서 자유로운 편"이라고 말했다.
2023-03-14 08: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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