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그룹 본사[사진=김종형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할 전략을 대대적으로 전개할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8월 이후 매월 미국 시장에서 매출 신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 지난달에도 현대자동차는 8만1060대(전년 동월 대비 26.7% 증가), 기아는 7만1294대(19.8% 증가), 제네시스는 5656대(22.9% 증가)를 판매했다.
반년 가까이 미국 시장 판매량이 늘면서 점유율도 성장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기관인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 1분기(1~3월) 36만4521대를 판매해 현지 점유율 10.3%, 브랜드 순위로는 4위를 기록했다. 미국 현지 브랜드인 지프가 속한 스텔란티스도 제친 기록이다.
판매량 증가세는 지속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이 직면한 상황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오는 18일부터 적용되는 미국 IRA로 보조금 지급이 불투명해지자 전기차 판매량 감소가 예고돼서다.
IRA는 미국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새 지침에 전기차 배터리 관련 내용이 들어가 현대차그룹과 국내 배터리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미국에서 전기차를 판매했을 때 보조금을 받으려면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가공·생산한 리튬·흑연 등 배터리 핵심 광물을 40%(2027년 80%) 이상을 사용해야 하고 북미 지역에서 생산한 부품을 50%(2029년 100%) 이상 써야 한다.

현대자동차 전기차 생산라인에서 '아이오닉5'가 컨베이어 벨트에서 이동 중인 모습[사진=현대차]
그동안 현대차는 그동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전기차 등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량을 높이며 수익성과 점유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았다. 2016년 1728대였던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5만8028대까지 늘었다.
반면 지난 1분기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6.5% 떨어진 1만4703대였다. 지난달에는 전용 전기차인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의 경우 지난달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각각 22%, 68% 줄기도 했다. 특히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을 미국 앨라배마에서 생산되지만 SK온 배터리를 탑재해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빠지게 돼 직접적인 여파를 맞았다.
또 전기차 가격 동향도 긍정적이지 않다. 테슬라가 시작한 가격 인하 전쟁은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현지 업체로 번지는 모양새다. 현대차그룹도 보조금 압박과 가격 인하 경쟁에서 성장세를 이어간다고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전기차 전용 조지아 신공장(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준공 기한을 단축하고, IRA 시행 중에도 보조금이 지급되는 상업용 리스 등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2023 서울모빌리티쇼 프레스데이 행사가 열린 지난달 30일 이같은 방안을 언급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미국 전기차 시장은 현대차그룹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시장"이라며 "리스와 렌터카, 고소득 소비자층을 대상으로 한 공략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