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우후죽순 ESG 위원회..."선별적 판단력 필요"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문은주 기자
2023-02-28 08:00:00

500대 기업 44.5% ESG 위원회 구성… 공기업·조선업 높아

위원회 대부분 닮은꼴…홍보수단·수익활동 변질 우려도

ISSB, 글로벌 ESG 공시기준 공식화땐 기업 부담 커질 듯

민관합동 ESG협의회, K-ESG 가이드라인 컨트롤 타워로

[이코노믹데일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주요 경영 화두로 떠오르는 가운데 재계 안팎에서 다양한 성격의 ESG 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있다. 글로벌 ESG 공시 기준 마련 등 국제적 스탠더드에 맞춘 한국형 ESG 생태계를 구축하고 기업과 지역사회의 ESG 활동을 강화한다는 것이 주 목적이다. 그러나 역할과 기능이 대부분 중복되는 양상이어서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 내 ESG 위원회 증가세..."위원장 대부분 교수"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지난달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분기 보고서를 제출하는 355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ESG위원회나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운영하는 기업은 158곳(44.5%)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를 설치한 기업은 136곳이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은 지속가능경영위원회같이 ESG 기능을 하는 유사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런 기업은 22곳에 이른다.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의 ESG 위원회 운영 현황 [그래픽=김효곤 기자]


업종별로는 4대 금융지주를 포함한 지주사들과 통신 3사의 ESG 위원회 운영률이 100%로 나타났다. 500대 기업에 포함된 공기업 10개사 중 7개인 70%, 조선 기계설비 업종의 19개 기업 중 68.4%인 13개의 기업들도 ESG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었다.

반면 제약과 여신금융(18.2%), 자동차 및 부품업(22.2%), 철강업(26.7%), 석유화학(30.6%) 등의 업종은 상대적으로 ESG 위원회 운영률이 낮았다.

ESG위원회가 설치 운영되고 있는 158개 기업 가운데 위원장을 둔 곳은 138곳이었다. 나머지 20곳은 위원장이 없거나 임명하지 않은 상태로 나타났다. 138명의 ESG위원장 중 127명은 사외이사들이 맡고 있었다. 사내이사 위원장은 8.0%인 11명에 불과했다.

ESG위원회 위원장들의 출신 이력을 분석한 결과 현직 교수들이 52명으로 37.7%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관료 출신이 31명(22.5%)으로 뒤를 이었고 재계 23명(16.7%)과 법조 10명(7.2%) 순이었다. 158개 ESG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위원들은 모두 657명으로 사외이사가 509명으로 77.5%를, 사내이사는 148명으로 22.5%를 차지했다. 위원들 중 여성은 전체의 17.4%인 114명이었다.

또 지난해 ESG위원회가 운영되는 기업들의 평균 위원회 횟수는 1.8회로 분기 1회 이하의 위원회가 운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안건 대부분인 83%가 결의 사항이 아닌 보고 사항인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이처럼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ESG 위원회를 설치하는 배경으로는 자사 ESG 활동의 계획과 성과를 점검할 수 있는 전문 위원회가 필요하다는 요구사항을 반영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ESG 경영을 도입할 때 ESG 활동을 전담하는 팀과 ESG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가장 쉬운 활동이란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ESG 위원회를 통해 ESG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는 일종의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 같다"라며 "(ESG 위원회가) 실질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는지 여부는 외부에서는 알 수 없으므로 (실질적인 활동 평가는) 별도의 문제"라고 평가했다.

◆학교 현장부터 사단법인까지...닮은꼴 우후죽순 

최근엔 기업을 넘어 대학교 등 학교 현장을 비롯해 각종 기관, 사회단체 등에서 자발적으로 ESG 위원회를 설립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사단법인 형태로 ESG 위원회나 ESG 연구소를 구성하기도 한다. 설립 목적은 대부분 대동소이하다. 지속가능한 ESG 기업 문화를 정착시켜 국가 사회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설립 이후 활동 양상도 거의 비슷하다. 교수 등을 특별 위원으로 초빙하는 것을 시작으로 전문가 집단을 형성한 뒤 정례 회의를 운영하면서 위원회 방향을 가다듬는다. 이후 △ESG 교육 및 컨퍼런스 진행 △ESG 진단 및 전략 수입 컨설팅 △ESG 소비자 권리 보호 등을 위한 활동을 추진한다. 

문제는 자칫 수익성에 의존하는 형태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이다. 명분은 ESG 활동에 대한 인식 제고에 힘쓰겠다는 데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수익성 모델의 하나로만 활용하고 있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정례 회의는 사실상 열지 않은 채 교육 활동 등에 힘을 실어 수익을 올린다는 것이다.

때문에 'ESG 활동을 강화하겠다'라는 취지로 만들어진 당초 의도와 달리 다수 ESG 위원회가 컨설팅 회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SG 분야 전문가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 맞춰 컨퍼런스 등으로 교육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각 개인이나 조직에 필요한 점이 무엇인지 선별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ESG 전문가 수요가 늘어나면서 관련 교육 과정도 급증하는 추세다. 대학 차원에서 최고위과정의 형태로 설치하기도 하고 언론사 등 민간 기업에서도 자체 양성 과정을 꾸리고 있기도 하다. 현재 진행되는 교육과정만 수십개로 추산된다. 교육 일수도 짧게는 하루에서 수개월까지 다양하다. 

다만 실효성에 의문을 갖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일정 기간 동안 과정을 수료한 뒤 바로 현장에 배치하는 식이어서 실제 전문성을 배양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탓이다. 일정상 개론 설명에 그치는 데도 참가비가 수백만원에 달하는 경우도 있어 ESG를 활용한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다수 ESG 협의체에 초청을 받은 경험이 있는 한 교수는 "모 협회에 초대위원으로 참여해 달라고 해서 참여했는데 출범한 지 2년이 다 되도록 유의미한 활동은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트렌드에 맞춰 자발적으로 형성된 모임인 만큼 정부 차원의 강제적인 제재나 감시 활동이 이뤄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과거 '경제 민주화'나 '녹색 성장', '그린 뉴딜' 등 각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나 경영 트렌드에 따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쪽으로 사업을 구성하는 건 자연스런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민관협동 위원회 1기 출범...컨트롤 타워 역할 기대감

이런 상황에서 ESG 활동과 관련해 아직 국내에 권위 있는 단체가 없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꼽힌다. 다만 정부 주도의 민관합동 ESG 정책 협의회가 공식 활동을 시작한 만큼 구체적인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이 2월 21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민관합동 ESG 정책협의회’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사진=연합뉴스]


기획재정부와 산업부, 환경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 차관 및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등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민관합동 ESG 정책 협의회는 지난 21일 방기선 기재부 1차관 주재로 첫 회의를 진행했다. 첫 회의에서는 △최근 ESG 동향과 정책제언 △ESG 인프라 고도화 방안 추진현황 및 향후계획 △ESG 공시 국내외 동향 및 대응 방향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 하반기까지 국내 ESG 공시 기준을 확정하기로 한 점이 눈길을 끈다. 공시 기준 도입 과정에서 업계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물론 공시 내용에 관한 검증과 국내 기업의 ESG 공시 지원 등을 포함한 ESG 공시 의무화 세부 방안도 하반기에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리포팅이니셔티브(GRI)나 미국 지속가능성회계기준위원회(SASB) 등이 활용하고 있는 글로벌 ESG 공시 기준을 활용해 자율적으로 ESG 공시를 하고 있다. 그러나 2025년부터는 자산 규모 2조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의 경우 의무적으로 ESG 공시를 해야 한다. 2030년까지는 공시 의무 대상이 코스피 상장사 전체로 확대될 전망이다.

여기다 국제회계기준재단(IFRS)이 설립한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연내 글로벌 ESG 공시 기준을 공식화하면 국내 기업들의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ISSB는 지난해 3월 IFRS S1(일반 공시) IFRS S2(기후 관련 공시) 공개 초안을 잇따라 발표한 뒤 주요 국가를 돌며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쳤다.

이에 따라 국내 ESG 공시 기준의 범위가 얼마나 국제 기준을 따를지 주목된다. 현재 ISSB와 유럽지속가능성공시기준(ESRS)은 스코프 3(밸류 체인 내 협력사들의 탄소 배출량) 공시를 의무화하면서 관련 ESG 정보를 사업 보고서와 함께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 ESG 공시 기준에서도 사업 보고서와 ESG 정보를 동시에 공시하도록 할지 여부가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기업의 부담을 높일 수 있는 스코프 3 공개 포함 여부 등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민관합동 ESG 정책 위원회는 이와 함께 업종별 K-ESG 가이드라인 마련해 특성화 대학원 내 ESG 교육 과정을 통한 전문인력 양성, 정책 금융기관을 통한 금융 지원 등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순환 경제 활성화를 위한 규제 합리화, 탄소감축기술 개발 지원 등과 관련해 관계 부처간 협의를 통해 적극적으로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당초 민관합동 ESG 정책 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 성격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당시까지만 해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측이 대통령 직속으로 민관합동 ESG 추진 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공약을 내놨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나온 ‘ESG 인프라 고도화 방안’에 따라 민관합동 ESG 협의회를 설치하기로 했지만 대통령 직속 위원회 대신 기재부 차관 직속 위원회로 낮춰지면서 적극적인 정부 정책을 기대했던 업계에서는 형식적인 구성에 그친 이 아니냐는 실망감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글로벌 ESG 공시 기준 공식화가 목전에 다다른 만큼 이 협의회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는 바람도 적지 않다. 민관합동 ESG 정책 협의회는 분기별로 한 번씩 회의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방기선 기재부 차관은 "ESG 공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말 회계기준원 내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를 설립했고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ESG 경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공급망 대응용 K-ESG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라며 "앞으로 ESG 정책 협의회는 민간의 애로사항을 적극 청취하고 과제별 대책을 구체화하는 등 민관합동 ESG 컨트롤 타워로서 기능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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