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의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삼성SDI가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미국 세제 혜택을 발판 삼아 실적 회복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 1조원대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4분기 들어 적자 폭을 대폭 줄이며 바닥을 다졌다는 평가다. 삼성SDI는 올해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에 대응한 ESS 사업 확대와 전고체 배터리 등 초격차 기술을 앞세워 흑자 전환(턴어라운드)을 노린다.
2일 삼성SDI는 2025년 4분기 연결 기준 매출 3조8557억원, 영업손실 2992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비록 흑자 전환에는 실패했지만 직전 분기 영업손실(5913억원) 대비 적자 규모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매출 역시 전 분기 대비 26.4% 증가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실적 방어의 일등 공신은 ESS였다. AI 산업 확산으로 글로벌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전력용 대용량 ESS 판매가 급증,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여기에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수혜금이 늘어나고 전기차 배터리 물량 감소에 따른 보상금이 반영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 다만 연간 기준으로는 전기차 수요 둔화 직격탄을 맞으며 매출 13조2667억원, 영업손실 1조7224억원을 기록했다.
◆ 포트폴리오의 진화... '전기차 올인'에서 'ESS·차세대 전지'로
삼성SDI의 2026년 전략은 명확하다. 전기차 시장의 불확실성을 ESS와 차세대 기술로 상쇄하는 '포트폴리오 다변화'다.
가장 주목할 분야는 ESS다. 삼성SDI는 비중국계 업체 중 유일하게 각형 배터리 전문 제조 능력을 보유했다. 이를 바탕으로 출력과 안전성이 높은 삼원계(NCA) 기반 'SBB(삼성배터리박스) 1.7'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리튬인산철(LFP) 기반 'SBB 2.0'을 투트랙으로 내세워 시장을 공략한다. 특히 미국 내 ESS 생산 능력을 확충해 현지 데이터센터 수요와 AMPC 혜택을 동시에 잡겠다는 계산이다.
미래 기술 선점 경쟁에서도 속도를 낸다. 삼성SDI는 BMW와 전고체 배터리 실증 협약을 체결하고 '꿈의 배터리' 상용화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또한 현대차·기아와 로봇 전용 배터리 공동 개발 MOU를 맺으며 모빌리티를 넘어 로보틱스로 영토를 확장 중이다. 최근 수주한 삼원계 46파이(지름 46mm) 원통형 배터리와 ESS용 대규모 LFP 배터리 계약은 이러한 기술 리더십이 시장에서 통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시장 전망은 엇갈리지만 '바닥은 지났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올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북미와 유럽의 친환경 정책 속도 조절로 6%대의 저성장이 예상된다. 그러나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전력용 ESS와 무정전 전원장치(UPS) 수요는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SDI는 올해를 실적 반등의 원년으로 삼았다. ESS 부문에서는 미국 현지 양산 체제를 가동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는 LFP와 미드니켈 등 보급형 라인업을 강화해 신규 고객을 확보할 방침이다. 전자재료 부문 역시 AI 서버용 반도체 소재 수요 증가에 힘입어 견조한 실적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통이 길어지고 있지만 삼성SDI는 ESS라는 확실한 대안을 갖고 있다"며 "올해 미국 내 생산 거점이 본격 가동되고 차세대 배터리 기술 성과가 가시화된다면 하반기부터 뚜렷한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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