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크래프톤이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기며 창사 이후 처음으로 이른 시점에 ‘1조 클럽’에 들어섰다. 실적만 놓고 보면 축하 분위기가 무색할 정도의 성과다. 그러나 여의도 증권가와 주요 투자자 커뮤니티의 분위기는 정반대다. 기대보다 우려가 앞서고 있다.
크래프톤 주가는 지난 5월 고점 대비 28% 이상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시장은 화려한 실적 뒤에 가려진 구조적 문제를 본다.
◆ ‘마케팅’이 떠받친 1조…“이익의 질에 상처”
지난 4일 발표된 크래프톤 3분기 실적에 따르면 연결 기준 누적 매출은 2조4069억원, 영업이익은 1조519억원이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5.0%, 8.8% 늘었다. 출시 7년 차에 접어든 단일 게임 지식재산(IP)이 이 정도의 현금 창출력을 유지하는 것은 분명 이례적이다.
하지만 성장률을 뜯어보면 경고등이 켜진다. 매출은 2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 증가율은 7%대에 그쳤다. 수익 증가 속도보다 비용 증가 속도가 더 빠른 구조다. 핵심 원인은 마케팅 비용이다. 3분기 마케팅비는 433억원으로 전년 동기(261억원)보다 66% 치솟았다.
이는 ‘배틀그라운드’의 자연 유입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의미다. 과거에는 게임성과 콘텐츠 자체로 이용자가 늘었지만 이제는 람보르기니·부가티 같은 외부 브랜드, 뉴진스 등 대중문화 IP와의 협업이 아니면 트래픽 유지가 쉽지 않다. 업계는 이를 ‘이벤트 중심 매출’이라고 부른다. 효과가 약해지면 더 큰 비용을 들여 더 강한 외부 IP를 투입해야 하는 구조다. 단기 실적은 유지될지 몰라도 장기 이익률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 성장주는 끝났나…‘가치주 전환’ 신호 켜진 크래프톤
주가는 기업의 미래를 비춘다. 최근 시장은 크래프톤을 더 이상 고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성장주로 보지 않는다. 노무라 등 주요 외국계 증권사가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내리고 목표주가를 하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투자자가 집중하는 질문은 단 하나다. “앞으로 무엇으로 돈을 벌 것인가.”
현재 크래프톤의 모바일 매출은 중국 텐센트의 ‘화평정영’과 인도 ‘BGMI’에 크게 의존한다. 두 시장 모두 정치·규제 리스크가 높다. 중국은 자국 게임 우선 정책으로 크래프톤 비중을 낮추려는 움직임이 뚜렷하고 인도 역시 언제든 규제 강화가 가능한 시장이다.
또 다른 문제는 차기 성장동력의 부재다. 3분기 지급수수료가 전년 대비 47% 증가한 1416억원에 달한 것은 외부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신호다. 자체 플랫폼 경쟁력이나 신작 개발 역량보다 외부 채널과 협업 IP에 기댄 수익 구조가 강화된 것이다. 한때 시가총액 수십조원을 자랑했던 ‘게임 대장주’의 위상과는 거리가 있다.
크래프톤 경영진은 “배틀그라운드 IP의 수명은 길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시장은 “그다음은 어디에 있느냐”고 되묻는다. 스케일 업 더 크리에이티브(Scale-Up the Creative)로 요약되는 크래프톤의 성장 전략은 아직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화려한 숫자 뒤에 신작 파이프라인의 공백과 고비용 구조가 가려져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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