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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카카오 무죄'가 남긴 질문… 검찰의 칼끝은 무엇을 겨눴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선재관 기자
2025-10-27 14:22:00

검찰의 '별건수사'에 던져진 뼈아픈 질문

300만 주주의 눈물, 누가 책임질 것인가

선재관 이코노믹데일리 IT온라인 부장
선재관 이코노믹데일리 IT온라인 부장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의장의 1심 무죄 판결이 나온 지 일주일 판결문을 곱씹을수록 씁쓸함은 깊어진다. 

오랜동안 IT 산업의 흥망성쇠를 지켜보며 수많은 기업 수사를 접했지만 이번처럼 국가 시스템이 기업과 시장에 깊은 상흔을 남긴 경우는 드물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한 기업가의 무고함을 증명한 것을 넘어 우리 사회의 낡은 수사 관행이 얼마나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지를 똑똑히 보여줬다.

서울남부지법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며 검찰의 수사 관행을 이례적으로 질타한 대목은 이 사건의 본질을 꿰뚫는다. 

"본건과 관련 없는 별건을 강도 높게 수사해 피의자를 압박하는 방식으로 진술을 얻는 수사 방식은 진실을 왜곡하는 부당한 결과를 낼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법리 판단이 아니다. 진실 규명이라는 수사의 본령을 망각하고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 피의자를 벼랑 끝으로 모는 우리 수사 문화 전반에 대한 사법부의 엄중한 경고다.

핵심 증인이 법정에서 "검찰이 원하는 진술을 해주면 끝나는 거냐"고 토로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심지어 과거 위증 전력까지 있는 증인의 일관성 없는 진술에 의존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IT 기업의 창업자를 구속기소했다는 것은 검찰의 자충수이자 우리 사법 시스템의 비극이다.

문제는 이 무리한 수사가 남긴 상처다. 김범수 의장 개인은 수사 과정에서 얻은 병으로 여전히 경영 일선에 서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더 큰 피해자는 이름 없는 300만명의 ‘국민 주주’들이다. 수사 개시 전 6만원대였던 주가는 반 토막 나 3만원대로 곤두박질쳤다. 

기업의 미래 가치를 믿고 투자했던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은 검찰의 ‘먼지떨이식 수사’가 만들어 낸 불확실성 속에서 막대한 자산 손실을 감내해야 했다.

기업의 성장 동력 역시 꺾였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는 성공했지만 카카오는 지난 2년간 사실상 ‘식물 기업’ 상태였다. 창업주가 구속되고 핵심 임원들이 줄줄이 재판에 넘겨지는 상황에서 어떤 기업이 담대한 투자와 혁신에 나설 수 있겠는가. 

결국 검찰의 무리한 칼날은 기업가 개인을 넘어 수백만 주주와 국가 경제의 미래 성장 잠재력까지 베어버린 셈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수사 관행이 한국의 기업가 정신 생태계 전반을 위축시킨다는 점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가들이 과감한 M&A에 나설 때마다 ‘혹시 별건수사의 타깃이 되지는 않을까’라는 자기 검열과 공포에 시달리게 된다. 

이는 결국 도전과 혁신을 가로막고 산업 생태계를 경직시키는 암적인 존재다. 국정감사에서 "보복 수사"라는 말까지 나온 것은 이러한 공포가 단순한 기우가 아님을 보여준다. 김건희 관련 발언에 대한 보복이 아니냐는 의혹에 김태훈 서울남부지검장은 "매우 아프게 생각한다"고 답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다행히 변화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법무부 장관까지 나서서 별건수사 관행 개선을 약속했고 정치권과 산업계도 한목소리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제는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검찰의 기계적 항소 관행에 제동을 건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기업 수사가 더 이상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임을 인식한 것이다.

물론 별건수사 자체를 전면 금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수사 과정에서 다른 혐의가 드러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별건을 미끼로 피의자를 압박해 원하는 진술을 얻어내는 방식은 명백히 잘못됐다. 이는 진실 규명이 아니라 진실 왜곡이다.

이제 검찰의 시간이다. 카카오 사건에 대한 항소 여부를 28일까지 결정해야 한다. 검찰은 신빙성 부족으로 무죄가 나온 김봉현 뇌물 사건에 대해서는 이미 항소장을 제출했다. 

만약 카카오 사건마저 기계적으로 항소한다면 무죄 판결을 받고도 기업과 주주들은 또다시 기약 없는 불확실성 속에서 고통받게 될 것이다.

30년 전,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의 인터넷 산업을 일으킨 것은 정부의 규제가 아닌 김범수와 같은 기업가들의 담대한 도전이었다. 그들이 범위 안에서 마음껏 뛸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의 낡은 수사 관행을 끊어내고 기업가 정신이 다시 존중받는 진정한 전환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것만이 300만 카카오 주주와 대한민국 경제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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