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믹데일리] 7년간의 기다림과 수차례의 연기 끝에 펄어비스의 대작 ‘붉은사막’이 마침내 내년 3월 19일이라는 출시일을 확정했다. 이는 만성 적자에 시달려온 펄어비스에게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지만 동시에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배수의 진’을 친 것이나 다름없다. 시장은 ‘붉은사막’이 펄어비스를 다시 한번 전성기로 이끌 구원투수가 될지 아니면 길었던 기다림을 배신하는 결과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붉은사막’의 흥행은 이제 선택이 아닌 펄어비스의 생존이 걸린 문제가 됐다. 오랜 신작 부재와 주력 IP ‘검은사막’의 노후화로 2019년 5389억원에 달했던 매출은 지난해 3424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수익성은 더욱 심각해 2023년부터 2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170억원의 손실을 냈다. 하반기에는 ‘붉은사막’의 본격적인 글로벌 마케팅 비용까지 더해져 적자 폭은 더욱 커질 것이 자명하다.
이번 출시일 확정이 시장에 안도감을 준 이유는 그동안 펄어비스가 ‘양치기 소년’과 같은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2021년 4분기 출시를 처음 예고한 이후 개발 지연과 완성도 보완 등을 이유로 4년 가까이 출시를 미뤄왔다. 특히 2023년 8월 ‘게임스컴’에서 공개된 압도적인 그래픽의 게임 플레이 트레일러로 전 세계 게이머들의 기대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음에도 이후 1년 넘게 뚜렷한 출시 계획을 내놓지 못하며 투자자와 팬들의 신뢰를 갉아먹었다. 이번 출시일 확정은 더 이상의 연기는 없다는 회사의 강력한 의지이자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마지막 약속인 셈이다.

시장은 일단 흑자 전환을 확실시하는 분위기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펄어비스가 내년 1분기에만 11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단숨에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붉은사막’이 PC와 콘솔 플랫폼으로 출시되는 패키지 게임인 만큼 출시 초반 판매량이 실적에 즉각 반영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관건은 ‘붉은사막’이 7년이라는 긴 개발 기간과 게이머들의 하늘 높은 기대를 충족시킬 만한 완성도로 나올 수 있느냐다. 기대 이상의 흥행을 거둔다면 실적 반등은 물론 한때 전 세계를 열광시켰던 ‘도깨비’ 등 베일에 싸인 차기작에 대한 개발력 신뢰도까지 확보하며 글로벌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 반면 오랜 기다림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물을 내놓을 경우 수년간의 막대한 개발비는 회수 불가능한 매몰 비용이 되고 ‘검은사막 원툴’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한 채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현재 ‘붉은사막’은 글로벌 PC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잠재 구매자를 가늠하는 지표인 위시리스트 순위 29위를 기록 중이다. 이제 남은 5개월은 펄어비스의 모든 것을 증명해야 하는 시간이다. 7년의 기다림이 낳은 결과물이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불세출의 ‘대작’이 될지 아니면 기대감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는 마지막 ‘유작’이 될지 업계의 모든 시선이 펄어비스의 칼끝에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