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믹데일리] 김용환 법무법인 서한 변호사는 한국 건설산업에서 반복되는 중대재해의 원인을 ‘속도를 강제하는 계약 구조’에서 찾으며 실효성 있는 예방 중심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10일 오후 국회의사당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이코노믹데일리 2025 건설포럼’에서 ‘건설산업재해 감소를 위한 입법적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변호사는 “한국의 산재사망률은 2024년 기준 근로자 1만명당 0.39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0.29명을 크게 웃돌고 있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대통령의 건설사 면허취소 검토 지시까지 했지만 여전히 중대재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이 다층적 책임 구조를 두고 있음에도 사고를 막지 못하는 이유를 “계약 구조 자체가 안전을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안전보건관리책임자, 현장소장, 공장장, 안전관리자에게,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와 원·하청 대표이사 모두에게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공기 단축을 위해 안전 조치를 무시하는 일이 빈번하다. 이 과정에서 경영진이 안전 조치를 취했더라도 인과관계 입증 문제로 처벌이 한계에 부딪히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계약서상 책임 준공 의무는 불가항력적인 경우 외에는 어떠한 사유로도 공사 지연을 인정하지 않는 절대적 완공 의무로 작동한다. 이에 따라 안전 점검이나 보강을 위한 중단조차 허용되지 않고, 사고 위험보다 준공 기한이 우선시 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김 변호사는 이를 “안전을 고려할 여지가 없는 절대적 완공 의무 체계”라고 규정하며 '구조적 안전 경시'가 사고를 유발하는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책임 준공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 시공사는 PF 대출채무 원리금 전액을 떠안아 회사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으며, 신탁사는 판례상 대출원리금 전액을 금융기관에 배상해야 한다.
시행사는 분양 지연 시 수분양자의 계약 해제 요구에 직면하며, 분양대금 반환과 위약금 지급을 부담한다. 모든 주체가 기한 미준수에 따른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하기에 결과적으로 안전보다 속도를 택할 수밖에 없는 강제적 구조가 고착됐다는 것이다.
분양계약에서도 상황은 유사하다. 분양계약상 입주 기한은 '준공 예정일로부터 3개월'로 설정돼 있으며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수분양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시행사는 대금 반환과 위약금을 지급해야 하므로, 안전을 이유로 한 지연은 사실상 인정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두고 김 변호사는 “안전(조치) 등 사유로 인한 공기(연장)를 강행법규화해 계약상 예외로 인정해야 한다”며 “도급계약 체결시 최소 안전 공사 기간 이상의 공사 기간이 설정되도록 강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을 범죄자로 만드는 법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사회적 계약이 돼야 한다”며 “처벌 강화가 아니라 실효성 있는 예방 시스템을 마련해 지속 가능한 안전 관리 체계를 확립하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