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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시대 직면한 건설업..."기술·제도 혁신이 해법"(종합)
[이코노믹데일리] 연이은 안전사고와 경기 둔화로 침체에 빠진 국내 건설 산업의 활로를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국회와 정부, 산업계·학계·법조계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규제 혁신과 스마트 건설 기술 확산,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을 논의하며 산업의 지속 가능한 전환 방안을 모색했다. 1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에서 열린 ‘2025 이코노믹데일리 건설포럼’은 ‘건설산업 규제 혁신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주제로 국내 건설 산업의 위기 요인과 대응 전략, 정책·기술 혁신 방향, 법적 보호 장치 등을 종합적으로 짚었다. 이날 행사에는 곽영길 아주뉴스코퍼레이션 회장, 양규현 이코노믹데일리 대표이사를 비롯해 맹성규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박용갑·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요 기업 및 협회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첫 번째 발표에 나선 정동호 국토연구원 박사는 ‘대축소 시대 건설·부동산 시장의 미래 전망’을 주제로 “총인구 감소로 건설 산업은 빠른 속도로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정 박사는 신규 건설 수요가 줄어드는 대신 노후 인프라 유지·보수와 도시 재생이 새로운 성장 축이 될 것이라 내다봤다. 다만 고령화로 현장 기능 인력이 줄면서 품질 저하 우려가 커지고 있어 AI·드론·BIM(빌딩정보모델링) 등 디지털 기술이 생산성 정체를 돌파할 핵심 변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인한 경희대 교수는 ‘BIM·DfMA 기반 스마트 건설 혁신과 규제 개선 방향’을 발표하며 “생산성·안전·환경·인력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BIM과 DfMA(제조·조립을 위한 설계) 같은 첨단 기술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특히 “모듈러·프리패브 건축은 현행 법체계에서 제대로 수용되지 못하고 있다”며 “충돌하는 법규 개선과 발주 제도, 자재 성능 검증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기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본부장은 ‘AI 기반 시설물 안전관리 기술의 현장 적용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박 본부장은 “AI가 건설 현장의 안전 관리 체계를 혁신할 수 있지만 법·제도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신뢰도 제고를 위한 인증제도 도입과 시범사업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설연은 이날 데이터 분석을 통해 교량 열화 상황을 예측하는 ‘DNA 기반 스마트 플랫폼’을 공개하고,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가상 시뮬레이션으로 시설물 보수·보강의 새로운 가능성도 제시했다. 마지막 발표에 나선 김용환 법무법인 서한 변호사는 ‘건설산업 재해 감소를 위한 입법 개선 방안’을 주제로 “건설사에 안전 확보를 위한 충분한 기간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기업이 현실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매뉴얼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현재 계약 체계는 준공 기한을 우선시해 안전을 배제하고 있다”며 “시공사는 PF 대출채무 전액을 떠안고, 신탁사와 시행사 역시 각각 대출금 변제와 분양대금 반환 등 막대한 부담을 지는 구조가 고착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제적 손실 회피보다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법적 장치 마련이 필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5-09-10 17:4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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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환 변호사 "속도 강제하는 계약 구조, 건설현장 사고 근본 원인…입법 개선 필요"
[이코노믹데일리] 김용환 법무법인 서한 변호사는 한국 건설 산업에서 반복되는 중대재해의 근본 원인을 ‘속도를 강제하는 계약 구조’에서 찾으며, 실효성 있는 예방 중심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10일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코노믹데일리 2025 건설포럼’에서 ‘건설산업재해 감소를 위한 입법적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변호사는 “한국의 산재 사망률은 2024년 기준 근로자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0.29명)을 크게 웃돈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대통령의 건설사 면허 취소 지시에도 불구하고 사고는 여전히 끊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현행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이 다층적 책임 체계를 두고 있음에도 사고 예방에 실패하는 이유를 “계약 구조 자체가 안전을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안전보건관리책임자와 현장소장, 안전관리자에게,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와 원·하청 대표이사에게 의무를 부과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공기 단축을 위해 안전 조치를 무시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특히 계약서상 책임 준공 의무가 불가항력적 사유를 제외하면 어떠한 지연도 허용하지 않는 절대적 완공 의무로 작동한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안전 점검이나 보강을 위한 공사 중단조차 불가능하고, 사고 위험보다 준공 기한이 우선되는 구조가 고착됐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이를 “안전을 고려할 여지가 없는 절대적 완공 의무 체계”라고 규정하며, ‘구조적 안전 경시’가 사고를 유발하는 근본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기한을 맞추지 못하면 주체별 경제적 손실은 막대하다. 시공사는 PF 대출 원리금을 전액 떠안아 존립이 흔들릴 수 있고, 신탁사는 판례상 대출금 전액을 금융기관에 배상해야 한다. 시행사 또한 분양 지연 시 계약 해제 요구와 대금 반환, 위약금 지급을 부담한다. 분양계약 역시 입주 지연 시 수분양자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어, 안전을 이유로 한 공기 연장은 사실상 인정되기 어렵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안전을 이유로 한 공기 연장을 강행법규로 인정해야 한다”며 “도급계약 체결 시 최소 안전 공사 기간 이상을 보장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변호사는 끝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을 범죄자로 만드는 법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사회적 계약이어야 한다”며 “처벌 강화보다 실효성 있는 예방 시스템 구축으로 지속 가능한 안전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2025-09-10 16:5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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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갚아주는 돈' 2000억원 돌파…건설업계, 외환위기 이후 최대 위기
[이코노믹데일리] 건설경기 침체가 심화되며, 부도나 회생에 내몰리는 건설사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공제조합이 대신 지급한 공사대금이 외환위기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대로라면 역대 최대 대위변제액 경신은 시간문제”라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공제조합의 대위변제액은 올 상반기에만 15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1150억원)보다 30% 급증한 수준이다. 대위변제는 원청 건설사가 부도 등으로 하도급사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했을 때 조합이 이를 대신 지급하고 추후 회수하는 제도다. 업황 악화의 ‘바로미터’로 통한다. 조합의 연간 대위변제액은 2022년 609억원에서 2023년 1831억원, 올해는 6월까지 2218억원을 기록하며 급등세다. 같은 기간 조합의 전체 보증잔액은 172조원에서 166조원으로 감소했다. 리스크는 커졌고 보증 여력은 줄어든 셈이다. 건공조 관계자는 “과거 IMF 외환위기나 리먼 사태 당시 대위변제 규모가 2000억원대 중반까지 치솟은 적이 있다”며 “올해는 그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유동성 위기에 빠진 중견 건설사들의 연쇄 회생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 시공능력평가 58위였던 신동아건설을 비롯해 삼부토건, 대흥건설 등이 줄줄이 기업회생에 들어갔다. 종합건설사 연간 부도 건수도 2022년 5곳에서 지난해 9곳, 올해는 상반기에만 12곳으로 불어났다. 미분양도 부담을 키운다.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은 미분양 주택은 2만6716가구로, 자금 순환을 막는 ‘막힌 고리’로 작용하고 있다. 공사비 정산을 분양대금으로 하는 국내 건설 모델 특성상, 미분양은 곧 유동성 압박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의 경색도 문제다. 정부가 PF 사업장 정상화, 공사비 현실화 등 대책을 내놨지만, 금융기관들의 보수적 대출 기조는 풀릴 기미가 없다.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건설현장 안전 강화’ 기조도 일각에선 건설사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0.8%로 낮추며, 건설투자 감소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올해 건설투자 증가율은 -8.1%로, 기존보다 3.9%포인트 하향됐다. 6·27 대출 규제 등 정책 여건이 건설업황 개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국책연구기관이 정부 건설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은 이례적이다. 건설공제조합은 급증하는 리스크에 대응해 18일부터 보증한도 모형을 조정했다. 신용등급 반영 비중을 높여 보증 한도를 재산정하고, 수수료 체계도 손봤다. 5년마다 이뤄지는 정기 조정이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찍었다. 건공조 관계자는 “조합원사 1만3000개에 대한 보증한도를 일제히 검토했다”며 “신용등급이 낮은 업체에 대해선 보증기간을 분산하거나, 추가 출자부담이 없는 제3 보증기관을 활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활성화 대책이 시장에 전달되기까지 시차가 존재하고, 체감 가능한 후속 조치가 부족하다”며 “기존 대책을 보완할 추가 방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2025-08-27 10: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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