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AI 반도체 대전①] "반도체에도 00 전쟁?"…제2의 안드로이드 '장전 완료'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고은서·유환 기자
2024-05-09 06:00:00

엔비디아 '쿠다'와 빅테크 '합동 SW' 경쟁

스마트폰 시장 '안드로이드vsiOS'와 유사

쿠다에 대응 위해선 명확한 방향성 필요

삼성·구글·인텔·퀄컴 등은 엔비디아의 AI 소프트웨어 플랫폼 쿠다CUDA에 대응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사진은 각 사 CI사진각 사
삼성·구글·인텔·퀄컴 등은 엔비디아의 AI 소프트웨어 플랫폼 '쿠다(CUDA)'에 대응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사진은 각 사 CI[사진=각 사]
[이코노믹데일리] AI 반도체 전쟁이 막을 올렸다. 이전까지는 '칩' 싸움이었다면, 앞으로는 '소프트웨어'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코노믹데일리는 글로벌 반도체·빅테크 간 AI 반도체 패권 경쟁을 살펴보고,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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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0조원을 벌어들이는 '애플 생태계'는 반도체 시장에도 존재한다. 애플 운영체제(OS)인 iOS가 없다면 아이폰을 사용할 수 없는 것처럼, 인공지능(AI) 학습에 필수적인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엔비디아가 개발한 AI 소프트웨어가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다. 전 세계 AI 개발자 80~90%가 사용하는 '쿠다(CUDA)'가 그 주인공이다.

최근 이 쿠다에 대항하기 위해 빅테크들이 연합전선을 꾸렸다. 삼성·구글·인텔 등은 엔비디아가 장악한 GPU시장의 숨은 수문장 쿠다에 맞설 '제2의 안드로이드', 즉 소프트웨어를 공동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지난달 인텔이 엔비디아를 겨냥해 '가우디3' 가속기를 공개한 자리에서 네이버와의 협력 이유로 밝힌 것도 "엔비디아를 대항하기 위한 소프트웨어적인 시스템"이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벌어진 '모바일 OS 전쟁'이 AI 반도체 시장에서도 '제2의 소프트웨어 전쟁'으로 찾아온 것이다.

쿠다는 엔비디아가 지난 2006년 누적 100억 달러(약 13조원)를 투입해 개발한 AI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다. 엔비디아의 쿠다를 활용하면 엔비디아의 GPU를 연산장치로 사용하는 AI 프로그램을 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

한 AI 반도체 개발자는 "쿠다를 활용한 심층신경망(DNN) 라이브러리가 딥러닝 모델을 가장 빠르게 돌린다는 지위를 얻으면서 전 세계 대부분의 AI 개발자가 사용하게 됐다"며 "믹서기가 나오기 전 맷돌로 음식을 일일이 갈았던 것과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개발자들에게 쿠다는 믹서기, 타사 소프트웨어는 맷돌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쿠다가 탑재된 GPU를 통해  천문학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에만 매출 609억 달러(약 83조원), 영업이익 329억 달러(45조원)를 거뒀다. 실적의 배경에 AI GPU인 H100이 있다. H100의 가격은 5000만원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엔비디아 이외에 선택지가 사실상 없기 때문에 글로벌 빅테크에선 수십만개 단위로 구매했다. 

쿠다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저장장치(GPU)에서만 작동되며, 다른 그래픽 카드나 하드웨어에서는 작동되지 않는다. 엔비디아의 GPU를 사용하려면 쿠다를 활용해야 하고, 반대로 엔비디아의 GPU를 쓰지 않으면 쿠다를 활용하는 게 불가능하다. 이렇듯 폐쇄적인 생태계는 엔비디아가 GPU 시장에서 독점적인 입지를 유지하는 원동력 중 하나다.

AI 개발자들로선 울며 겨자먹기로 쿠다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 판교의 한 정보통신기술 회사의 개발자는 "생태계가 쿠다에 장악돼 있다. 쿠다가 없으면 코드가 아예 돌아가지 않는다"면서 "한 달에 몇 백에서 몇 천까지 쓰고 챗GPT의 경우 하루 유지비만 10억원이 넘어갈 정도인데도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구글의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운영체제인 iOS사진각 사
구글의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운영체제인 iOS[사진=각 사]

이런 전략은 iOS를 필두로 폐쇄적인 생태계를 추구한 애플과 유사해 보인다.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하고 아이폰, 아이패드 등 자사의 기기만을 통해 iOS를 활용할 수 있게 했다. 결과적으로 iOS 생태계 구축에 성공했고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구글 안드로이드를 중심으로 뭉쳐 iOS에 대응할 연합전선을 펼쳤다. 최근 엔비디아발(發) 독점구조에 대항하기 위해 인텔, 구글, 삼성 등 글로벌 대기업들이 합심한 모습과 닮아있다.

쿠다에 버금가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엔비디아가 독점한 AI 생태계를 대체할 방안을 모색한다는 전략이다.

쿠다를 사용하는 개발자들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개발자는 "오픈 프로토콜이 생겨서 제조사들이 모두 이것만 사용한다면 굳이 쿠다를 쓸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명확한 방향성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엔비디아의 독점은 계속되며 경쟁사들은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엔비디아에 대항하기 위해서 소프트웨어가 중요한 게 맞지만 쿠다를 사용하는 개발자들이 단번에 이탈할 가능성은 적다"며 "선택할만한 가치가 있는 소프트웨어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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