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예술

[생활예술] 세상에 없는 앙상블… 죠이풀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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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섭 기자
2024-03-16 02:19:21
죠이풀 오케스트라 연주회 사진죠이풀사회적협동조합
죠이풀 오케스트라 연주회 [사진=죠이풀사회적협동조합]
[이코노믹데일리] 세상에는 없는 앙상블, 누구나 차별 없이 함께하는 통합형 앙상블이 있다.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 부르고 춤도 춘다. 아동 청소년부터 시니어까지 세대 구분도,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도 없으며, 그 어떤 핸디캡도 문제 될 게 없다.

올해 20주년이 되는 죠이풀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공혜진)은 누구나 모여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는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의 생활문화예술 단체로 소외계층을 위한 체계적인 문화예술교육과 인식개선을 위한 통합형 오케스트라 연주활동을 지속하면서 예술 공동체로 성장해 왔다. 전공자들도 서기 어렵다는 예술의 전당, 롯데 콘서트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도 오른 바 있다.

죠이풀오케스트라는 2004년 길을 지나다 공혜진 이사장의 플룻 소리를 듣게 된 아이 업은 한 엄마가 ‘플룻을 가르쳐 줄 수 있냐’고 물어본 일이 계기가 되었다. 얼마 후 두명이 되고 다섯 명,열 명으로 인원이 늘었다. 이 플룻 모임이 활성화 되면서 몇 년에 걸쳐 한해에 한 기수씩 모집해 1기가 2기를 가르쳐주는 방식으로 어느덧 7기까지 활성화 됐다. 

공 이사장은 목적이 있어야 연습도 재미가 있으니 우리집 가훈인 ‘배워서 남 주자’를 실천해 보자며 복지관, 병원, 요양원을 찾아 평범한 사람들이 연주하는 악기를 통해 일상에서 누리는 생활문화예술로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자고 제안했다.
 
연습중인 죠이풀 오케스트라 사진죠이풀사회적협동조합
연습중인 죠이풀 오케스트라 [사진=죠이풀사회적협동조합]
처음엔 이름도 없는 아마추어 아줌마들을 경계했다. 사이비 종교 집단으로 의심받기도 했고 연주 경력이 없으니 쉽게 받아 주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경로당, 실버케어센터 등 아는 지역 인맥을 동원해 한군데 두군데 다니기 시작하니 불러 주는 곳이 생겼다. 

그러다 엄마들의 등에 업혀있던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아주 자연스레 중창 객원연주자로 참여하게 됐고 악기도 함께 배우며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하는 가족 앙상블이 됐다. 

공 이사장의 이러한 프로그램은 한국의 ‘엘시스테마’란 소리를 듣게 됐다. 엘 시스테마는 베네수엘라의 불우한 청소년들을 위한 음악 프로그램으로, 빈곤층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무상으로 음악을 가르쳐 사회적 변화를 추구하는 교육 시스템을 말한다. 죠이풀은 회비 없이 선배 기수가 후배 기수를 가르쳐주고 잘하는 사람이 멘토가 되어 가르쳐 주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제기동 사람들이 당시 이름도 생소한 생활문화예술 향유문화예술의 시작점이 되었던 것이다.  
 
큰 아픔도 겪었다. 연습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아이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공 이사장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무너졌었지만 아이의 가족들이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이후 그 아픔을 달래려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도 모르게 연습하며 서로를 위로했고 사랑을 전하러 더욱 지경을 넓혀 틈나는대로 방방곡곡을 누비기 시작했다. 

아이를 하늘로 보낸 추모의 날엔 아이의 가족과 함께 필리핀 쓰레기 마을로 가서 연주를 하고 구호품도 나눠줬다. 이후 여러 빈민촌을 돌며 음악으로 전하는 사랑을 함께 나누겠다고 아이와 약속했다. 그 약속은 지금까지도 계속됐고 지치지 않게 늘 갈 때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목표한 기부품목은 단시일에 채워졌고 함께 가는 동반자들이 있어 든든하고 감사했다. 
 
연습중인 죠이풀 오케스트라 사진죠이풀사회적협동조합
연습중인 죠이풀 오케스트라 [사진=죠이풀사회적협동조합]
필리핀에서의 기적같은 만남들은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활동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죠이풀은 악기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르고 춤까지 추는 세상에 없는걸 시도했다. 지금은 융·복합문화예술이라고 하지만 당시에는 너무나 생소해 이목이 집중 되기도 했다. 

공 이사장은 브람스의 헝가리무곡을 재편곡했고 함께 만든 가사로 합창곡도 쓰고 지오디의 촛불하나 같은 가요도 편곡했다. 갖춰진 오케스트라는 플룻이 두명이라면 죠이풀은 열두명이 넘고 악기별 밸런스가 안맞으니 어느 악보를 구해와도 재편곡이 필요했고 가장 이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는 공 이사장이 편곡을 하고 있다.
 
죠이풀오케스트라는 장애 청소년 연주단의 몽골 조인 공연을 계기로 동대문구 발달 장애 왕초보 20명을 선발, 매주 토요일 문화예술학교를 개강해 악기를 가르치기 시작했고 약 4년만에 죠이풀에 합류하며 완전한 통합형 오케스트라가 됐다.

통합형 오케스트라의 첫걸음은 순탄지 못했다. 무슨 곡인지도 모를 정도로 불협화음이 계속됐고 돌발행동이나 소음공해에 동네 민원이 이어졌다. 장소를 대관해준 복지관에서는 장소 사용을 난감해 했으며, 오래 몸담았던 착한 강사들도 페이에 비해 너무 힘드니 못 버티고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다. 인력난에 악기도 무료지원이라 중고 악기를 구하는 길도 어려웠다. 

그러던 중 재원 마련과 앞으로 청년 단원이 될 아이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청년 장애예술단을 위해 2022년 11월 사회적 협동조합 인가를 받았다. 

공 이사장은 “이 모든 일들이 우연히 시작되었지만 십 수년간 함께 걸어오며 인식개선과 더불어 문화향유를 위해 건반과 엠프를 이고 지고 다니며 우리는 많은 일들을 했다”고 강조했다.
 
공연 준비 중인 죠이풀 오케스트라 사진죠이풀사회적협동조합
공연 준비 중인 죠이풀 오케스트라 [사진=죠이풀사회적협동조합]
죠이풀은 △오케스트라 창단 △국내외 연주활동 △지자체 문화재단 협력 △사회적협동조합 설립 등을 이어오며 가족공동체 죠이풀의 지속성을 견고히 구축했다,

마을과 학교가 결합한 예술교육으로 종암초등학교, 석관초등학교 오케스트라를 창단해 마을 사람들이 매주 토요일 학교로 와서 악기를 배우고 뮤지컬을 배웠다. 이런 사례들은 지금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교육청, 서울문화재단의 학교예술교육과 지역문화예술 교육사업의 초석이 되었다. 

국내 외 연주활동의 경우 전공자들도 서기 힘든 예술의 전당,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롯데 콘서트홀에선 직접 편곡한 노래로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일본, 중국, 필리핀 등 해외에서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죠이풀 홍보는 계속됐다. 

내년에 에펠탑앞에서 연주를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공 이사장은 이왕이면 아이들이 프랑스 현지 음악원에서 마스터클래스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갑자기 아이디어가 막 떠올랐다. 평생의 숙원사업인 예술학교가 이뤄진다면 국제교류 사업도 그의 숙원사업이다. 

공 이사장은 동대문구에 문화재단이 생기던 날 문화재단의 창립이사로 선임돼 해마다 지역민을 위한 융.복합 프로그램을 함께 연구하고 기획하고 있으며 문화예술의 불모지였던 동대문이 문화의 중심지가 되도록 일조하는 문화재단과 협력하며 돕고 있다. 

또한 사회적협동조합의 설립으로 장애파트의 내실을 다지고자 장애 청년 예술인들의 일자리 창출과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갈곳이 없어 퇴행을 하는 청년들에게 취미를 즐길 수 있는 센터건립을 구상 중에 있다.

현재 경계선 지능 인지장애만 입학 가능한 학교가 있지만 비용과 문턱이 너무 높은 가운데, 중증 장애도 정도의 기준을 세우지 않고 재능만으로도 키워줄 수 있는 위탁형 대안학교 인가 준비도 하고 있다. 
 
연습중인 죠이풀 오케스트라 사진죠이풀사회적협동조합
연습중인 죠이풀 오케스트라 [사진=죠이풀사회적협동조합]
공 이사장은 올해 △서울특별시의회 주민조례청구 심의 위원 △서울시 교육청 주민 참여예산 체육 건강 문화 예술과 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심의위원으로 국내의 문화 단체들의 예산과 기획을 심사하고 있다.

공 이사장은 “당시 업혀있던 아이들이 다 성인이 되었고 대학생이 되고 아이 엄마·아빠가 되었다”며 가족 공동체 죠이풀의 지속성을 강조했다. 중.고등학교때까지 부모님과 함께 연주를 다니던 아이들은 놀랍게도 학원 한번 안가고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순천향 의대 등 상위권 대학에 입학했고 음악교육이 집중력과 지구력을 높일 수 있음이 증명됐다. 또한 생활문화예술로 끝나는 게 아닌 전공 1호 음악전공생도 탄생했다. 두명의 학생이 고등학교 입학을 포기하고 홈스쿨링으로 한예종 지휘과 전액장학금으로 입학 했고 그 뒤를 이어 또 한명의 제자가 연세대에 입학하기도 했다. 올해도 한 학생이 조기입학으로 한예종 지휘과에 입학했으며 그 뒤를 이어 여전히 상위권 대학에 릴레이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죠이풀의 단원은 40명 가량 되며 7명의 강사가 재능기부로 섬기고 있다. 공 이사장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할 수 없을 거라고 했지만 사랑의 힘과 포기하지 않은 힘, 20년 세월의 힘이 모든걸 가능케 했다”고 말했다. 또한“분명 갖춰진 기교있는 멜로디는 아니지만 진심을 담은 마음으로 전하는 연주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주었고 현재는 자문과 심의도 하며 통합형 단체를 점차 대중화 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문화예술에 대한 사례를 공유하고 모범 사례가 되기 위해 매일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구도 도전하지 못한 통합형 교육을 실현하는 죠이풀만의 고집과 소신은 오래도록 유지되고 기억될 아날로그형으로 전통있게 이어갈 것 이며, 오랜 소원인 예술학교를 위해 더욱 열심을 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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