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성상영의 뷰파인더] 삼성 기자실에 없는 게 있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성상영 기자
2024-02-24 06:00:00

대기업도 외면 못한 '불길한 숫자'

명당과 흉지가 흥망성쇠 갈랐다?

경제학 가설 중엔 '마천루 저주'도

[이코노믹데일리] 일주일에 이틀뿐인 꿀 같은 주말, 직장인들이 재충전하는 시간에도 산업 일선은 분주히 움직인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소식이 쏟아지는 요즘, <뷰파인더>는 바쁜 일상 속에 스쳐 지나간 산업계 뉴스나 취재 현장에서 보고 들은 시시콜콜한 얘깃거리를 들여다 본다.

기자들은 노트북과 휴대전화만 있으면 근무하는 장소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카페나 심지어 집, 길바닥에서도 취재원과 통화를 하고 기사를 쓴다. 오히려 선배의 눈을 피해 회사 사무실 이외 장소를 찾아다닌다.

기자실이 그중 하나다. 흔히 출입처라고 부르는 기관이나 기업이 기자에게 제공하는 공간인 이곳은 일반적인 사무직과 다른 기자라는 직업 특성이 참 잘 드러나는 장소다. 출입처와 기자라는 특이한 관계가 맺어지는 곳이자 셀 수 없는 기사가 생산되는 공장이다.
 
서울 중구 서소문동 삼성본관빌딩왼쪽 흰 건물과 태평로빌딩사진성상영 기자
서울 중구 서소문동 삼성본관빌딩(왼쪽 흰 건물)과 태평로빌딩[사진=성상영 기자]
◆삼성 기자실 있는 태평로빌딩, 4·13층 빠진 이유

소위 '기자실 문화'를 이야기할 때 종종 등장하는 데가 삼성전자 기자실이다. 서울시청과 숭례문 중간쯤 서소문 터 부근엔 삼성 본관이 있고 기자실은 그 옆 건물인 태평로빌딩에 있다. 하루에 적게는 십수명, 브리핑이라도 있는 날이면 거의 100명 가까이 여기를 드나든다.

문득 알게 된 사실이지만 삼성전자 기자실, 정확히는 삼성전자 기자실이 입주한 태평로빌딩에는 없는 게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4층과 13층으로 가는 버튼이 없다. 3층 다음이 5층이고 12층 위가 14층이다. 무심히 넘길 법도 하지만 궁금했다. 왜 태평로빌딩엔 4층·13층이 없을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꽤 일리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숫자 4는 동양에서 불길하다고 여겨지는데 그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개의치 않지만 숫자 4가 한자 '죽을 사(死)'와 발음이 같아 건물을 지을 때 해당 층을 빼거나 영문 'F(Four)'로 표기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마찬가지로 서양에서는 13이 '악마의 숫자' 또는 기피하는 숫자다. 13 공포증을 뜻하는 긴 영단어 '트리스카이데카포비아(Triskaidekaphobia)'도 있다. 완벽한 숫자인 12보다 1이 많아서라는 설도 있고 예수의 열두 제자 가운데 최우의 만찬에 가장 마지막, 즉 열세 번째로 참석한 유다가 예수를 배신해서라는 얘기도 있다.

◆'명당'에 터 잡고 성공한 삼성, '흉지'에 망한 대우

태평로빌딩은 현재 삼성빌딩본관과 나란히 있는 부영그룹 사옥(부영태평빌딩)과 함께 본래 삼성 소유였다. 해당 부지는 예로부터 풍수지리적으로 재물이 모인다고 해 명당으로 꼽혔다고 한다.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이 이를 염두에 뒀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첨단 과학의 산물인 반도체와 폴더블 스마트폰을 만드는 기업이 길지(吉地)에 터를 잡고 불길한 숫자를 층수에서 뺀 것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물론 삼성이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한 이유가 풍수 때문은 아닐 것이다.

대기업 사옥이나 공장 중에서 비슷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재계 서열 4위 LG그룹 본산인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도 4층이 없다. 이 건물 서관에 있는 기자실로 가기 위해 5층짜리 엘리베이터를 타면 3층에서 바로 5층으로 이어진다. 반도체 회사인 SK하이닉스도 이천에 새 공장 부지를 정할 때 무속인의 조언을 구했다는 일화가 있는데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옛 대우그룹 사옥은 서울역 맞은편 서울스퀘어였다. 그룹 해체 이후 풍수학자들은 땅의 기운이 안 좋아 그리 됐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근래에는 '마천루의 저주'가 종종 회자된다. 초고층 빌딩 건설 붐이 일면 불황이 찾아온다는 속설이다. 풍수지리학이나 미신과 달리 경험적 근거에 따른 경제학계의 한 가설로 취급된다. 초고층 건물은 짓는 데 막대한 돈과 시간이 들어가고, 그만한 대형 프로젝트가 추진될 땐 호황이 절정에 이르렀다는 의미라는 얘기다. 즉 경제가 고꾸라질 일만 남았다는 신호가 마천루 열풍이란 것이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마천루 계획을 포기하자 해당 가설이 다시 주목을 받았다. 현대차그룹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한국전력 터에 지상 105층(높이 569m)짜리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짓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이달 초 242m 높이, 50층 내외 건물 2개동, 저층 4개동 등으로 설계를 변경했다.

롯데그룹은 2016년 말 삼성동에서 다리 하나 건너 있는 송파구 잠실에 123층(높이 555m)짜리 롯데월드타워를 짓고 나서 형제 간 경영권 분쟁과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이것이 현대차그룹의 결정에 영향을 줬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GBC 완공이 현대차그룹과 재계 판도를 어떻게 바꿀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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