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다시 뛰는 K-조선⑦] 중형 조선사 '부활의 시간' 임박…"때 놓치면 후회"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성상영·장은주 기자
2023-11-14 06:00:00

중소 조선소, 저부가·저난이도 선박 중심

중국과 경쟁 어려워…선종 특화 필요성↑

몇 년 뒤 수요 대응할 R&D·금융 지원해야

케이조선이 올해 1월 유럽 소재 선사로부터 수주한 5만톤t급 친환경 석유화학제품 운반선사진케이조선
케이조선이 올해 1월 유럽 소재 선사로부터 수주한 5만톤(t)급 친환경 석유화학제품 운반선[사진=케이조선]
[이코노믹데일리] 한국 조선업이 '제2 르네상스'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대형 조선사와 중소 조선사 간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주인이 바뀐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은 군함 등 특수선 중심 전략을 펼치고 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친환경 연료 추진선 같이 부가가치가 높은 선박 수주를 휩쓸며 부활을 알렸다. 중소 조선사는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지만 기회는 있다.

부산에 있는 중형 조선사 대선조선이 지난달 워크아웃(재무개선)을 신청하면서 조선업 슈퍼 사이클은 '빅3'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됐다. 대선조선은 키코(KIKO) 사태 여파로 2010년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간 이후 지역 철강회사인 동일철강에 인수됐다. 이를 계기로 활로를 찾는 듯보였지만 끝내 자금난을 이기지 못했다.

대선조선을 포함한 중소 조선사(중견 포함)는 크기가 작은 컨테이너 운반선이나 화학제품선이 주력 선종이다. 일반적으로 선박은 크기가 클수록, 수송하는 품목이 위험하거나 특수한 목적일수록, 저탄소 연료를 사용할수록 비싸다. 중소 조선사가 주로 만드는 선박은 상대적으로 부가가치나 건조 난이도가 낮다.

업계에서는 대형·중소 조선사 간 수주 실적이 크게 다른 이유를 여기서 찾는다. 지난해 중국이 컨테이너선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며 한국을 밀어내고 세계 1위를 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특히 작은 배를 만드는 업체일수록 해외 시장에서 중국 조선사와 경쟁하기 쉽지 않고 내수 물량에 의존하게 된다.

국내 중소 조선사의 수주 실적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조선사가 수주한 선박은 총 28척, 건조 작업량으로 환산하면 75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에 그쳤다. 이는 전년(2021년)보다 50% 이상 줄어든 수치다. 세계적인 경기 둔화에 따라 선박 발주량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국중소조선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소형 조선사는 해외로 나가는 게 쉽지 않다"며 "지난 몇 년간 부도가 나고 적자가 쌓이는 만큼 단가를 좋게 받아야 하지만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차적으로 내수 물량이 늘어나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발주가 없어 저가 수주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 조선사가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로는 화학제품 운반선이 꼽힌다. 주로 메탄올이나 자일렌, 황산 같은 화학물질과 석유화학 원료, 식물성·동물성 유지 등을 수송하는 선박이다. 이들 화물은 특수 처리된 탱크에 보관한 상태로 장거리를 이동해야 해 높은 기술 수준을 요구한다. 국내 선사가 발주하는 물량이 적다면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고, 따라서 수요가 있는 화학제품선 부문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화학제품선이 국내 중소 조선사에는 실적 반등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작지 않다. 해운업에 대한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노후 선박 교체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신규 건조 수요가 늘어날 수 있어서다.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 제품만 놓고 봤을 때 건조된 지 15년 이상 된 노후 선박은 90여척으로 추산된다. 소형 화학제품선 기준으로는 2002년까지 건조된 20년 이상 노후선이 200~300척 수준에 이른다는 집계도 있다.

변수는 석유화학 업황이다. 플라스틱 소재 등을 생산하는 석유화학 산업은 지난해부터 극심한 수요 침체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으로 향하는 수출 물량에 상당 부분 의존해 왔는데 중국이 자체 공급 능력을 키우고 수출까지 시작하면서 상황이 녹록지 않다.

그러나 몇 년 안에 화학제품선과 중소형 친환경선 발주 물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큰 만큼 기술 인력 양성과 연구개발(R&D), 금융 지원이 맞물려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훈 경남대 교수는 "중소형 선박에 R&D 초점을 맞춰 중소 조선소에 맞는 건조 장비를 개발하는 등 비용을 낮추는 한편 기존 노후선을 대체해 수주를 따낼 수 있도록 RG(선수금 환급보증) 발급을 비롯한 금융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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