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후유증에 시달리는 '조선업 경제특구'...장기적인 대책 마련 必

신조선가 상승과 국제해사기구(IMO) 환경 규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국내 주요 조선사(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들의 일감이 쌓이고 있다. 하지만 조선업계 고질병으로 자리 잡은 '인력난'에 대한 파장이 지역 사회까지 번지면서 대형 조선사와 지자체는 근심이 가득한 모습이다. 

◆HD현대와 50년 함께한 '울산'...조선업 인력난에 함께 '휘청'

​아시아 최대 조선·해양산업전 '코마린 2023'이 폐막한 지난 27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는 'K-조선'이 마지막까지 자타공인 세계 1위 위상을 들어 올리며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그리고 벡스코에서 차로 50분을 달려 도착한 국내 최대 조선업 도시 '울산'의 공기는 업계 호황을 알리던 벡스코 전시장 분위기와 달리 냉랭했다. 

이른바 '조선업 경제특구'로 불리는 '울산 동구'의 역사는 1974년 6월부터 시작된다. 당시 현대중공업이 이곳에 국내 기업 최초로 조선소를 세우면서 동구는 조선업의 시초가 됐다. 대규모 일자리가 창출됐고 이와 함께 전반적인 지역 경제 인프라가 갖춰진 셈이다. 

동구에서 35년간 거주한 A씨는 "35년 전 부산에서 이사 왔을 때만 해도 황무지나 다름없었다"며 "조선소 임금이 높았고, 소비력도 상당해 상권 활력에 불이 붙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렇게 조선소 영향을 받았던 만큼, 몇 년 전 조선소 직원들이 확 줄고 동구 일대 상권은 큰 타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A씨는 "최근에는 중국이나 중동·동남아시아에서 온 근로자가 많아져 기존 상권에는 큰 영향이 없다. 특히 외국인에 대한 주민들의 반감으로 월세를 주지 않는 사례도 있다"며 "종교단체 등에서는 이런 어려움을 돕고, 상권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주기 위해 외국인 적응을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9월까지 동구에 거주 중인 외국인 인구는 총 671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813명) 대비 76% 증가했다. 이들 중 HD현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만 4800여명으로 추산된다.

동구에서 공인중개사를 운영 중인 B씨도 달라진 분위기에 공감했다. B씨는 "약 5년 전 현대중공업 직원이 줄어들면서 생긴 공실이 아직 채워지지 않고 있다. 새로 들어선 신축 아파트 분양도 더딘 상황"이라며 "외국인 근로자 대다수는 회사 지원을 받아 기숙사에 거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B씨는 "과거 한국인 근로자들이 주로 소비하던 상권들은 코로나19까지 맞물려 많이 문을 닫았고, 최근 HD현대의 인력 채용 이슈와 함께 새로 문을 여는 음식점이나 카페가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늘어난 외국인 소비자 영향으로 편의점이나, 베트남 쌀국수, 외국 식자재 소비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조선업 호황기인 2014년 HD현대중공업 근로자는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해 6만2000여명에 달했지만, 불황기를 거치고 올해 집계된 근로자 수는 2만5400여명으로 확인된다. 동구청에 따르면 전체 지역 주민 30~40%가 조선업 종사자 또는 그 가족으로 추산된다. 즉 조선소의 인력난이 지속될 경우 지역 경제 침체와 인구 감소는 불가피한 만큼 산업 다변화나 관광 산업을 유치하는 등 새로운 환경 조성이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