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할인 경쟁도 소용 없어" 전기차 보급 '뚝'…불편 해소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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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주 기자
2023-11-09 17:08:35

전기차 수요 둔화세에 완성차 업체는 '가격 경쟁' 돌입

"韓 운전자, 성능·만족감이 우선…가격 경쟁 소용 없어"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6조원 규모 충전 시장 진입

충전 시간·인프라 구축 등 이용 불편 해소에 적극 나서

 29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전기차 주차장에 차량이 주차된 모습
서울 시내 한 전기차 주차장에 차량이 주차된 모습[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이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을 맞으면서 급격한 성장 곡선을 그리던 전기차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둔화하는 추세다. 이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비교적 저렴한 중국산 리튬·인산·철(LFP)배터리 등을 활용해 원가를 낮추고 가격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미국·중국 등과 달리 한국 전기차 시장에서는 완성차 업체들의 '가격 경쟁'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기존 불편점 해소가 먼저라는 지적이 나온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0월 국내 전기차 신차 등록 대수는 1만5445대로, 전년 동월 대비 20.3% 감소했다. 지난해 한때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도 동기 대비 100% 이상 급증하던 상황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확연히 꺾인 모습이다.

하지만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은 확 다른 분위기다. 출고 가격이 8500만원을 넘어 국가·지방자치단체 보조금 대상이 아님에도 오히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수입차(테슬라 제외) 중 출고가가 1억원 이상인 순수 전기차의 1~9월 판매량은 588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3009대)과 비교해 95.5% 증가했다. 브랜드별로는 메르세데스·벤츠(3486대), 포르쉐(1167대), BMW(987대), 아우디(243대) 순으로 프리미엄 브랜드 중에서도 고가의 제품일수록 수요가 많았다. 특히 벤츠의 EQE 350과 EQS 580 SUV, 포르쉐 타이칸, BMW iX 등이 압도적인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은 가격보다는 성능이나 만족감을 따진다"며 "프리미엄 브랜드는 명품으로 인식돼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이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최근 현대자동차·기아와 KG모빌리티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값싼 전기차를 선보이는 것에 대해 큰 효과를 누리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아울러 가격보다는 정부와 완성차 업체 차원에서 전기차 이용 불편을 해소하면 수요 또한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전기차 이용 시 불편점으로 꼽히는 것으로는 △충전 인프라 부족 △긴 충전 시간 △정비 역량 부족 등이 있는데 짧은 시간 내 해결할 수 없는 사안들인 만큼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재까지 가장 눈에 띄게 변화하고 있는 것은 충전 인프라 구축이다. LG, GS, 롯데, SK시그넷, 쿠팡 등 대기업을 비롯한 전문 중소기업들은 국내 전기차 충전 사업에 빠르게 뛰어들고 있다. 정부 역시 전기차 시장 활성화를 위해 충전 인프라 확충 관련 예산을 적극적으로 늘리는 중이다. 국내 전기차 충전 시장은 2030년 약 6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전기차 충전 시장에 뛰어든 업체들은 완충 속도를 줄이는 데도 사활이다. 현재 시중의 충전기로 배터리가 10% 미만 남은 전기차를 충전하려면 차종마다 차이는 있지만 300킬로와트(㎾) 급속 충전기를 사용해도 30분 이상 소요된다. 완속 충전기로는 최소 8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

SK시그넷은 400㎾급 충전기 V2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지난 6월 텍사스 현지 공장 준공식에서 진행된 충전 시연 이벤트에서 800V 배터리의 기아 EV6 차량을 80%까지 14분44초만에 충전해 현장의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신정호 SK시그넷 대표는 "전기차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충전 경험에 대한 고객의 요구 수준이 높아질 것"이며 "전기차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충전 시간 단축이 필수적으로, 당사는 초급속 충전 기술 진보를 통해 실질적 전기차 시대를 앞당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지난 8일 한국경제인협회 FKI 타워 컨퍼런스 센터에서 열린 '2023 KAIDA 자동차 정책세미나'에서 "현재 전기차 시장에서 발생하는 수요 둔화 현상은 일시적이며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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