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성상영의 뷰파인더] '주 69시간'이 MZ 문제? 한참 잘못 짚은 '尹'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성상영 기자
2023-04-01 07:00:00

근로시간제 개편 후폭풍에 'MZ 달래기'

세대 아닌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본질

대기업 영향無…중소 한계기업이 문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8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 참석해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일주일에 이틀뿐인 꿀 같은 주말, 직장인들이 재충전하는 시간에도 산업 일선은 분주히 움직인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소식이 쏟아지는 요즘, <뷰파인더>는 바쁜 일상 속에 스쳐 지나간 산업계 뉴스를 꼽아 자세히 들여다 본다. [편집자 주]

정부가 지난달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한 후폭풍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노동개혁 핵심 과제로 최장 주 52시간에 묶인 근로시간 상한을 풀겠다고 나섰으나 곧이어 'MZ세대' 반발에 부딪혔다. 세대 문제로 국한해 접근하면서 본질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고용노동부(고용부)에 따르면 최근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근로시간제 개편과 관련해 이른바 'MZ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노협), 경제계를 대표하는 5개 단체와 잇따라 만났다. 여러 의견 그룹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였다.

이 장관을 필두로 정부는 MZ세대엔 달래기로 경제계에는 협조 요청을 했다. 이 장관은 지난달 22일 새로고침 노협 간담회에서 "합리적인 보완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28일 전국경제인연합회과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5단체를 만나서는 '공짜 야근' 주범인 포괄임금제 해소를 주문했다.

◆최장 '80.5시간' 주장도…계산 근거는

개편안에 따르면 정부는 일주일 동안 연장근로 시간을 노사 합의로 정하되 52시간을 초과할 때에는 근무일 사이에 11시간 이상 연속 휴식시간을 두게 했다. 이때에도 일주일 근로시간이 64시간을 넘겨서는 안 된다. 그러나 노동계는 물론 이번 사안을 보도한 언론도 '주 69시간'을 조명했다. 이런 계산은 어떻게 나왔을까.

근로기준법은 연장근로를 일주일에 12시간까지만 허용한다. 그러나 바쁠 때나 덜 바쁠 때나 근로시간 한도를 고정하면 기업이 업무량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노사 합의를 전제로 특정 주에는 12시간을 넘겨 연장근로할 수 있게 했다. 예를 들어 1개월 동안 총 근로시간을 합산해 주 단위로 평균을 내서 그 값이 52시간을 넘기지 않으면 된다.

개편안은 근로시간 규제를 더 풀어 연장근로 한도를 월, 분기(3개월), 반기(6개월), 연 단위로 측정하자는 내용이다. 문제는 분기 이상 단위로 연장근로를 할 때다. 일주일 '평균' 근로시간이 64시간을 넘지 않게 한 탓에 11시간 휴식시간만 지키면 특정 주에는 연장근로 제한이 없다.

때문에 노동계는 주 6일 근무하면 69시간, 휴일 없이 주 7일 근무하면 80.5시간까지 가능하다는 계산을 내놨다.

산식(算式)은 이렇다. 하루 24시간에서 연속 휴식 11시간을 빼면 13시간이 나온다. 여기에 4시간 근무마다 30분씩 휴게시간을 줘야 하는 근로기준법 조항을 적용하면 총 휴게시간은 1시간 30분, 총 근무시간은 11시간 30분(11.5+1.5=13시간)이다. 하루 11시간 30분씩 주 6일 일하면 69시간, 주 7일 일하면 80.5시간이 나온다.

경영계는 "너무 극단적인 계산법"이라고 반박했다. 근로시간제 개편하더라도 주 69시간 이상 초장시간 근로는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반론이다. 대한상의는 "기업 74.5%는 연장근로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주 60시간 미만 근로를 예상했다"며 302개 기업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근로시간 규제 완화 변수는 '세대' 아닌 '체급'

겉으로 드러난 갈등 양상은 정부와 MZ세대다. 윤석열 대통령은 근로시간제 개편안이 나온지 일주일 남짓 뒤인 지난달 16일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보완을 지시했다. MZ세대 반발을 의식해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120시간이라도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사회 전반에 자리잡은 프레임은 'MZ세대는 장시간 근로를 꺼리고 워라밸(삶과 일의 균형)을 중시하지만 정부가 이를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근로시간 규제를 풀려 했다가 된서리를 맞았다'였다. 근로복지공단이 과로사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기준은 △발병 전 12주간 평균 주 60시간 또는 △발병 전 4주 연속 주 64시간 근무했을 때다. 장시간 근로의 폐해는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근로시간 규제 완화를 추진할 때 세대를 변수로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유성규 노무법인 참터 노무사는 "근로시간 개편과 관련한 정부 연구 내용을 보면 젊은 세대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정부가 근로시간제 개편 지지 집단으로 MZ세대를 상정했다는 의미"라며 "이는 시류를 완전히 잘못 읽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단순히 한 세대의 선호 문제가 아니라 연장근로 없이도 기업이 실적을 낼 수 있는지 따져볼 필요도 있다. 앞선 대한상의 조사에서 '주 60시간 이상 근로할 것'이라고 답한 기업 가운데 대기업은 4.7%에 불과했고 76.7%가 중소기업이었다. 기업 규모가 영세할수록 연장근로에 의존하기 쉽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연간 근로시간 총량이 늘어나면서 수당은 줄어드는 현상을 우려하는 견해도 있다. 유 노무사는 "근로시간제 개편안은 연장근로를 몰아쳐서 하겠다는 건데 노동강도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수당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연간 근로시간 총량을 줄이면서 임금을 보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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