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성상영의 뷰파인더] 대기업 '연봉 1억' 시대, 경제 이론도 바뀐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성상영 기자
2023-03-25 08:00:00

삼성·SK·LG 주요 계열사 평균 연봉 1억

인재 확보전 '치열', 급여 줄 곳간 '넉넉'

고부가가치 업종 임금·고용 동반 증가세

대기업 본사가 밀집한 서울 종로구에 있는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직장인들이 출근 중인 모습[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일주일에 이틀뿐인 꿀 같은 주말, 직장인들이 재충전하는 시간에도 산업 일선은 분주히 움직인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소식이 쏟아지는 요즘, <뷰파인더>는 바쁜 일상 속에 스쳐 지나간 산업계 뉴스를 꼽아 자세히 들여다 본다. [편집자 주]

'연봉 1억.' 그야말로 꿈의 연봉인 줄 알았지만 어떤 회사는 그저 '평균 연봉'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직장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평균의 함정은 늘 존재하지만 온라인 직장인 커뮤니티에는 계약 연봉과 성과급·격려금 그리고 각종 수당을 더해 이른바 '세전 연봉 1억'을 인증하는 게시물이 적지 않다.

25일 삼성·SK·LG 등 주요 대규모 기업집단 계열사가 공시한 2022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평균 연봉 1억원을 돌파한 기업이 속출했다. SK텔레콤(1억4500만원)을 비롯해 △삼성전자(1억3500만원) △SK하이닉스(1억3385만원) △LG화학(1억2000만원) △LG전자(1억1200만원) 등으로 나타났다.

◆배터리·정유 '다크호스' 떠올라…임금發 인플레 우려도

지난해 업황이 호조세를 보인 이차전지(배터리) 업종도 △삼성SDI 에너지부문(1억1600만원) △SK온(1억600만원) △LG에너지솔루션(9900만원)으로 1억원을 넘기거나 여기에 근접했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호황을 맛본 정유업계는 직원들에게도 한몫 크게 챙겨줬다. 업계 '연봉킹'으로 알려진 에쓰오일은 평균 1억7107만원을 지급했다. GS칼텍스는 1억5397만원, SK이노베이션은 1억5300만원으로 나타났다. 현대오일뱅크는 아직 사업보고서가 나오지 않았으나 이들과 비슷한 수준이 예상된다.

이달 들어 '킹산직(king+생산직)'으로 불리며 한바탕 채용 전쟁을 치른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이 1억500만원이었다. 10년 만에 진행된 현대차 기술직(생산직) 신입사원 채용에는 현재 직업·학력·연령을 불문하고 지원자가 몰리며 한때 서류 접수 웹사이트가 마비되기도 했다.

이들 기업은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모두 1년 전보다 연봉이 올랐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반도체 실적 한파와 가전 시장 위축으로 성과급이 줄면서 전년(2021년 1억4400만원)보다 900만원가량 평균 연봉이 감소했다.

이른바 '1억 클럽'에 가입한 대기업이 많아진 현상과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연관짓는 견해도 있다. 실제 고용노동부가 300인 이상 대기업 근로자의 올해 1분기(1~3월) 월 평균 임금총액을 분석한 결과 1년 전 같은 기간(613만2000원)보다 10% 넘게 상승한 694만400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1%로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 이후 최고였다.

◆빠르게 변하는 산업 구조에 통설 벗어나는 대기업 임금

고전 경제학 이론에서 임금을 결정하는 요인은 노동의 수요와 공급이다. 임금(노동의 가격)이 오르면 기업은 고용량을 줄이고 임금이 내리면 그 반대가 된다. 근로자는 임금이 상승하면 더 많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경향이 있다. 임금이 근로자의 생존비(생계 유지비)에 따라 결정된다는 가설도 비주류 경제학을 중심으로 오랜 기간 영향을 미쳤다.

최근 대기업 임금 동향은 전통적인 경제 이론을 벗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2021년과 2022년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은 평균 연봉이 감소하고 직원 수가 증가했지만 SK하이닉스는 연봉과 직원 수 모두 늘었다. 나머지 기업은 직원 수 증감폭이 무의미한 수준이었다.

이는 상당수 기업이 임금체계를 연공 서열 중심에서 성과 위주로 바꾸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사업 실적에 따라 계약 연봉의 최대 절반까지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정유업계가 올해 초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업종에 따라서는 고급 인재를 모시려고 연봉을 높게 부르기도 한다. 산업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대규모로 인원을 뽑아야 하는 탓에 직원 몸값도 덩달아 오른다.

배터리 업계가 대표적이다. 배터리 3사 모두 평균 연봉이 예년보다 크게 오르면서 직원 수도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임직원 수가 1만1080명으로 전년(9565명)보다 16% 늘었고 삼성SDI는 같은 기간 9300명에서 9904명으로 6.5% 증가했다. SK이노베이션에서 분사한 SK온은 3000명 돌파를 눈앞에 뒀다.

산업계 동향이 시시각각 바뀌는 만큼 임금이 결정되는 공식도 달라지고 있다. '억' 소리 나는 연봉은 기업이 얼마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지, 산업군에 인재가 얼마나 필요한지가 결정하는 모습이다. 이는 분명 수요·공급 모델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기업이 부가가치 창출과 인재 확보를 위해 벌이는 '쩐의 전쟁'이 이어지는 한 근로자의 희비도 엇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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