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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人] 이해진‧손정의, 경영통합 ‘맞손’…제2의 구글 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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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정 기자
2019-11-18 18:20:00

자회사 라인·야후재팬 경영통합 합의…文대통령 회담이 결정적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왼쪽)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아주경제 DB]


이해진 ‘네이버’와 손정의 ‘소프트뱅크’가 손을 잡았다.

18일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각각 자회사 라인·야후재팬 간 경영 통합에 합의했다. 양사는 이날 라인과 야후재팬 운영사 Z홀딩스 간 경영 통합에 관한 통합기본합의서를 체결하고, 지분 50대50으로 투자한 합작법인 설립을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검색엔진과 메신저‧인터넷뱅킹‧모바일 결제 등을 원스톱으로 할 수 있는 이용자를 1억명 이상 수용할 거대 인터넷 플랫폼 탄생이 가시화됐다.

이날 통합 발표는 한일 양국의 주요 포털-메신저 서비스 결합으로, 아시아 시장에서 미국과 중국에 대항할 디지털 플랫폼이 탄생한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는다. 합작법인은 △메신저 플랫폼 라인 △포털 야후재팬 △커머스 플랫폼 야후쇼핑 △조조·금융서비스 재팬넷뱅크 등을 산하에 두게 된다. 이를 통해 일본을 넘어 아시아 최대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진단이다.

이외에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투자로 구글·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과도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통합 합의는 무엇보다도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손을 맞잡았다는 데 있다. 이해진 GIO가 지난 7월 한국을 찾은 손 회장을 만난 지 4개월 만에 경영통합 합의가 성사됐다.

일본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두 인물 간 협력은 업계에선 예상하기 어려웠다. 이해진 GIO는 2000년 11월 네이버 재팬으로 처음 일본 시장에 도전했지만 검색 서비스 1위인 야후재팬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한 채 5년 만에 철수했다.

하지만 라인 메신저로 재도전해 비로소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1위 메신저 기업으로 우뚝 섰다. 현재 일본에서 라인 월간 이용자 수는 8000만명에 이른다. 야후재팬 이용자(5000만명)보다 많다. 여기에 80%대를 넘나들던 야후재팬 검색시장 점유율은 구글이 75%까지 치솟으며 지난해 22%대까지 급감했다. 

게다가 손 회장은 최근 자신이 주도하고 있는 비전펀드 실적이 악화하면서 시름에 빠졌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에는 야후재팬 역량만으론 부족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 업계는 짐작하고 있다.

일본 언론에선 양사 통합은 지난 7월 문 대통령과 손 회장 간 만남이 결정적이었다고도 분석했다. 일본 한 시사 주간지는 최근 “소프트뱅크 실적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손 회장이 지난 4월부터 라인 인수를 노리고 있었는데, 결정적으로 이를 도운 것은 지난 7월 문 대통령과의 회담”이라고 보도했었다.

실제로 손 회장은 문 대통령 접견 당일 저녁 이해진 GIO 등과 서울 성북구 모처에서 2시간30여분 간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 발표는 접견 후 182일 만에 이뤄졌다.

두 사람 동맹은 구글을 대표로 하는 북미 중심 인터넷 질서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라이벌 관계이던 두 회사가 연합전선을 구축한 것은 ‘GAFA(가파)’로 불리는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등 미국계 거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평소 “유럽 등 국가와 연합해 인터넷 다양성을 끝까지 지켜냈으면 한다”라고 강조해온 이해진 GIO는 2017년 프랑스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현 네이버랩스)을 인수해 프랑스에 유럽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기도 했다. 

물론 두 회사 일부 서비스가 이른바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잠식)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미디어·금융·인프라 등에서 라인과 야후재팬 일부 서비스가 중복돼 결국 서로를 잡아먹는 모습이 연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합병 이후엔 GAFA와 견줄 만한 기업이 되는데, 전 세계적으로 거대 ICT 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인 만큼 이런 우려를 이겨내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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