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올해 건설업계는 비용 압박과 미분양, 안전사고 이슈가 동시에 이어지며 녹록지 않은 한 해를 보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이 장기화된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자금 흐름이 막히면서 외형 확장보다는 ‘생존 경영’이 업계 전반의 기조로 자리 잡았다.
29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폐업 신고를 한 건설사는 3504곳에 달했다. 지난 2023년 이후 3년 연속 연간 폐업 건수가 3000곳을 웃돈 것이며 종합건설사의 폐업은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5년 이후 역대 최대치인 644곳을 기록하기도 했다.
건설사 줄폐업은 공사비 급등이 장기간 이어진 점이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주된 평가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자재비·인건비가 수년째 오름세를 보였고 금융 조달 여건마저 악화돼 ‘공사를 할수록 손해를 보는’ 현장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젫 대한건설협회와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건설사 15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준공한 공사 가운데 적자를 기록한 현장 비중은 43.7%로 집계됐다.
안전 규제 강화 역시 업계 전반에 부담을 더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5인 이상 사업장으로 전면 확대 적용됐으며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직후 건설현장 사망 사고를 강하게 질타하면서 규제 강화 기조도 더욱 뚜렷해졌다. 하반기에도 광주대표도서관, 울산 화력발전소 철거 현장 등에서 중대 사고가 잇따르면서 관련 논의는 계속되고 있다.
안전 리스크 타격은 현실로도 나타났다.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포스코이앤씨의 무보증사채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은 ‘A+’를 유지했지만 신안산선 공사현장 붕괴 등 반복된 안전 사고에 더해 재무 부담 확대가 반영된 결과다.
주요 지역을 제외하고는 여전한 지방 미분양 문제도 부담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9069가구로 조사됐다. 준공 후 미분양은 12년 9개월 만에 최대치인 2만8080가구다.
이에 건설사들은 생존을 위한 체질 개선을 시도하는 중이다. 현대건설은 대규모 일회성 비용을 선반영하며 재무 구조를 정리했으며 GS건설과 SK에코플랜트는 수익성이 낮은 자회사를 정리해 현금 흐름을 확보에 나섰다.
이러한 가운데 건설업계의 수익성 회복 조짐은 대형사를 중심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올해 영업이익은 6299억원 추산된다. 전년 대비 흑자 전환하는 것이다. 자체사업에 힘써온 HDC현대산업개발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66.3% 증가한 3070억원으로 전망된다. GS건설은 73.5% 증가한 4961억원으로 평가됐다. 대우건설은 영업이익이 소폭 감소할 전망이지만 수익성 방어에는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줄폐업은 단기 경기 부진이라기보단 구조적 문제의 결과인데 공사비 급등과 금융 경색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취약한 업체부터 탈락하는 흐름을 보였다”며 “대형사 중심으로 실적 회복 조짐이 보이지만 지방 미분양과 공사비 부담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어 업계 전체로 확산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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