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믹데일리] 두 차례 유찰되며 좌초 위기에 놓였던 2조원 규모의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이 민간의 부담을 대폭 줄인 새로운 조건으로 재추진된다. 정부는 민간 기업의 참여를 가로막았던 ‘독소조항’들을 전면 수정하고 AI 고속도로 구축의 핵심 거점을 마련하기 위한 세 번째 공모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8일,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출범식에서 이 같은 내용의 ‘국가 AI컴퓨팅센터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사업 재공모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두 차례의 공모가 모두 유찰된 가장 큰 원인은 정부 주도의 과도한 지분 구조와 민간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책임 조건 때문이었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공모 요건을 대대적으로 손질했다.
가장 큰 변화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지분 구조다. 기존 ‘공공 51%, 민간 49%’에서 ‘공공 30% 미만, 민간 70% 초과’로 변경해 민간이 주도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했다.
사업 청산 시 민간이 공공 지분을 이자를 얹어 사들여야 했던 ‘매수청구권’ 조항도 전면 삭제됐다. 이는 사업의 공공성에도 불구하고 민간이 모든 투자 위험을 떠안아야 했던 불합리한 구조를 개선한 것이다. 대신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원금 손실 위험을 최소화하는 우선주 형태로 참여한다.
2030년까지 국산 AI 반도체를 50% 도입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도 폐지하고 민간이 자율적으로 최적의 활성화 방안을 제시하도록 변경했다.
정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2028년까지 첨단 GPU 1만5000장 이상을 추가로 확보하고 이를 중소·스타트업, 대학, 연구소 등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정부는 관련 재정사업에서 센터 이용을 우선 검토하도록 해 초기 수요를 확보하고 통합투자세액공제 비율도 최대 25%까지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다.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은 “첨단 GPU 5만장을 조속히 확보해 AI 생태계 활성화의 기폭제로 활용하고자 한다”며 “국가 AI컴퓨팅센터가 AI 3대 강국 도약을 뒷받침하는 핵심 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의 자율성을 대폭 확대한 이번 공모에 대해 업계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어 앞선 실패를 딛고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공모는 오는 10월 21일까지 진행되며 내년 상반기까지 SPC를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