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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3조930억원 동원해 역공세 펼친다···"매입한 자사주는 전부 소각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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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최윤범, 3조930억원 동원해 역공세 펼친다···"매입한 자사주는 전부 소각 예정"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유환 기자
2024-10-02 18:30:12

자사주 매입에 백기사 대동

"재무적 안전성 유지될 것"

영풍정밀도 역공개 매수

영풍·MBK 법적 대응 나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가운데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왼쪽 조현덕 김·장법률사무소 변호사오른쪽이 2일 서울 용산구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유환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가운데),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왼쪽), 조현덕 김·장법률사무소 변호사(오른쪽)이 2일 서울 용산구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유환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영풍·MBK파트너스와 지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서울 용산구 하얏트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주 공개매수를 중심으로 한 총 3조930억원 규모의 경영권 방어 전략 등을 설명했다.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영풍·MBK에서 제출한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직후다. 법원은 핵심 쟁점으로 꼽히던 최 회장과 영풍이 특수관계인으로 묶여 있는가를 인정하지 않았다.

자사주 취득을 막고 있던 족쇄가 풀리면서 고려아연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본격적인 공세에 나선 걸로 풀이된다.

공세를 계기로 경영권 방어를 위한 '카드'와 '백기사'도 구체적으로 공개됐다. 고려아연은 같은 날 오후 1시쯤 전자공시를 통해 고려아연 주식 321만주를 주당 83만원에 공개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매입 대상은 전체 발행 주식의 15.5%이며 매수 대금은 2조6634억원에 이른다. 영풍·MBK가 제시한 공개매수가(75만원)보다 8만원 높은 금액이다.

이번 고려아연 측 공개매수는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탈(베인)과 공동으로 진행한다. 베인은 52만주를 83만원에 매입하며 매수 대금은 4296억원, 목표 최대 지분율은 2.5%다. 베인은 경영권과 무관한 재무적 투자로만 이번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걸로 알려졌다.

고려아연·베인의 공개 매수 대금 합산 금액은 3조930억원, 목표 지분율은 18%에 이른다. 영풍·MBK가 제시한 매수 대금 2조2686억원과 최대 지분율 14.6%를 가뿐히 넘는 수치다. 고려아연·베인의 공개 매수 기간은 영풍·MBK 공개매수 종료일인 오는 4일부터 23일까지다.

최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공개매수 전략에 대해 "고려아연 이사회와 경영진들이 많은 고민과 토론을 거쳐 내놓은 결과"라며 "취득한 자사주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전량 소각해 주주가치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선 재무적 부담에 대한 질문부터 나왔다. 조 단위 자금을 투입하는 만큼 재무적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은 "추가 매입이 있더라도 재무적 안전성은 유지될 전망"이라며 "일시적 현금 부담은 발생할 수 있으나 장기적 성장 계획과 실적을 보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답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서울 용산구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사진유환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서울 용산구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사진=유환 기자]

최 회장도 "영풍의 의견 중 유일하게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은 고려아연의 잠재 가치가 100만원에서 120만원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2~3년 안에 내재된 가치를 실현하는 데 적합한 경영진은 현 경영진이지 영풍·MBK가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베인과 자금 융통을 위해 합의한 조건에 대해선 구체적인 답변이 나오지 않았다. 최 회장은 "비밀유지 조항이 있어 자세히 말하긴 어렵지만 고려아연과 관련된 내용은 없다"며 "베인과 체결한 계약은 고려아연과 무관한 개인 간 계약"이라고 언급했다.

영풍과 동업관계가 끝난 배경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의견을 내놨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저와 장형진 고문 사이 일에 대해 말하긴 적절치 않다"며 "개인으로선 죄송하지만 고려아연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선 어쩔수 없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과는 별개로 고려아연 주식 1.85%를 보유하고 있는 영풍정밀에 대한 공세도 본격화됐다. 영풍·MBK는 지난 13일 영풍정밀 주식을 주당 2만원에 공개매수 한다고 선언한 후 지난 26일엔 공개매수가를 2만5000원으로 5000원 올렸다.

최 회장을 비롯한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과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 등 3인은 2일 특수목적 법인(SPC)인 제리코파트너스를 통해 매수가 3만원으로 영풍정밀 공개매수에 들어갔다. 공개매수 기간은 고려아연 자사주 취득과 동일하게 4일부터 23일까지이며 투입 대금은 1181억원에 이른다.
 
2일 서울 용산구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장 취재진들이 앉아있다사진유환 기자
2일 서울 용산구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장 취재진들이 앉아있다.[사진=유환 기자]

고려아연이 반격을 나서자 영풍·MBK도 곧바로 법적 조치로 응수했다. 영풍·MBK는 법원의 가처분 신청 기각 후 '자사주 매입 목적 공개매수 절차중치' 가처분 신청을 진행했다. 앞선 취득 금지 가처분과 별개의 건으로 고려아연 이사회가 배임을 했으니 관련 절차를 중지시켜 달라는 요청이다.

영풍은 "주식 가치가 50% 이상 떨어질 걸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실질 가치보다 높게 형성된 자사주를 취득하는 건 업무상 배임"이라며 "공개매수 찬성에 결의한 고려아연 사외이사 6명을 고소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사주로 경영권을 방어하려는 행위를 두고 바람직하지 않다는 전문가 입장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전문가는 "경영진들이 회사 자금을 사용해 자신들을 보호하는 행동을 한 셈"이라며 "이번 고려아연 사례만 가지고 판단하긴 이르지만 모든 상장사가 자사주를 통해 경영권을 방어하려 한다면 자본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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