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까치 포획에 로드킬 사체 처리까지…'포상금'으로 비어가는 국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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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승 기자
2023-11-02 06:00:00
전선 위 까치 사진픽사베이
전선 위 까치 [사진=픽사베이]
[이코노믹데일리] 한국전력공사가 조류 정전을 막고자 최근 5년(2018~2022) 동안 1648억원을 들여 까치 130만여 마리를 잡았지만 정전 피해는 매년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까치 포획과 더불어 로드킬(Road Kill) 사체 신고와 보상 지급 과정도 적법하게 이루어졌는지 입증되지 않아 국가 예산으로 지급하는 포상금이 낭비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한전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연도별 조류 정전 건수는 △2018년 33건 △2019년 48건 △2020년 52건 △2021년 66건 △2022년 127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조류정전으로 피해를 본 가구 수는 △6만9840호 △2만7083호 △2만4666호 △2만9807호 △5만8251호로 총 20만8927가구에 달했다.

조류 정전은 전봇대 위에 자리 잡은 새로 인해 발생하는 정전이다. 조류 정전사고의 약 70%는 까치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까치는 높은 곳에 둥지를 짓는 습성이 있어 도심에서는 주로 전봇대 위에 자리를 잡는다. 이때 나뭇가지뿐만 아니라 철사와 옷걸이 등 금속물체를 사용해 정전을 일으킨다. 

조류 정전을 줄이기 위한 한전의 대응책은 둥지 철거(순찰)와 까치 포획 등 두 가지다. 둥지 철거는 전봇대 위에 둥지가 있는지 순찰을 통해 확인하고 둥지가 있으면 없애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까치 포획의 경우 한전 지역 사업소가 수렵업체와 계약을 맺고, 업체가 까치를 잡아 오면 마리당 6000원을 지급한다.

이를 위해 지난 5년 동안 한전이 사용한 금액은 총 1648억3000만원에 이른다. 둥지 순찰과 철거에는 총 1571억7000만원, 까치 포획 보상금에는 총 76억6000만원을 지출했다. 

둥지 순찰·철거 비용은 연도별로 △2018년 239억4000만원 △2019년 288억2000만원 △2020년 327억9000만원 △2021년 337억4000만원 △2022년 378억8000만원으로 매년 증가했지만, 철거한 둥지 수는 각각 △50만3658개 △38만8314개 △39만3738개 △33만7666개 △28만6692개로 점차 줄었다.

최근 5년 동안 사살된 까치는 매년 20만 마리 이상으로 총 128만9743마리에 이른다. 수렵업체 보상금으로는 연평균 15억원 이상이 소요됐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5호에 의하면 ‘전주 등 전력시설에 피해를 주는 까치’가 포획 가능한 유해야생동물에 해당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포획된 까치 모두 조류정전의 원인이었는지, 수렵업체가 보조금을 받고자 무작위로 사냥한 결과물인지는 검증되지 않았다. 

둥지 순찰과 포획도 제대로 진행됐는지 증빙 자료가 부족하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둥지 순찰 여부는 순찰 시작 시각과 시작 전봇대 사진, 순찰 종료 시각과 종료 전봇대 사진, 주행거리가 나온 차량 계기판 등을 사진으로 찍어 증명한다. 

이에 한전 측은 “유해 까치 여부를 완벽하게 판단하려면 일일이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앞으로 엽사 교육을 강화하고 지방자치단체·경찰과 협조해 불시에 현장 점검할 것”이라며 “둥지 순찰에 관해서는 이동 경로를 관리할 수 있는 현장 순찰자용 GPS 애플리케이션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차에 치인 동물 사체를 신고·수거하면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충청북도 청주시에서는 시와 협약을 맺은 개인이 사체를 수거하면 검증 후 건당 1만5000~2만5000원을 주고 있다. 지난해 지급된 포상금은 총 1억130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경기도의 한 시에서는 시와 독점 계약한 A업체가 로드킬이 아닌 사냥 등 다른 이유로 사망한 동물 사체를 수거·신고해 로드킬 포상금을 받은 부정수급 사례도 발생했다. 로드킬 동물 사체는 규격봉투에 담아 생활폐기물로 분류한 뒤 매립장이나 소각장에서 최종 처리돼야 한다. 그러나 A업체는 수거한 동물사체를 적법한 절차로 폐기하지 않고 고기로 판매해 별도 수익을 챙겼으며, 해당 지자체는 이러한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했다.

앞서 환경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난 2019년부터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을 막고자 일반인이 야생 멧돼지를 포획·신고하면 폐사체 하나당 포상금 20여만원을 지급했다. 당시 포상금을 노리고 멧돼지를 마구잡이로 죽이거나 묻힌 사체를 다시 꺼낸 뒤 허위신고하는 문제가 발생해 정부가 단속에 나선 바 있다. 

조류·너구리·족제비·오소리·수달·담비·삵 등 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이 의심되는 야생동물 폐사체를 신고해도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다만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을 통해 폐사체의 AI 확진 사실이 입증돼야 저병원성은 10만원, 고병원성은 20만원을 주는 제약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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