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금리 동결 유지…금통위 매파적 기조 강화"

[이코노믹데일리] 증권업계는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금리 인하를 뜻하는 '피봇' 시기는 내년 하반기나 내후년까지 지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9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연 3.5%)를 전원 일치로 동결했다. 한미 금리 격차는 기존 최대 폭인 2%포인트를 유지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추가 인상 여지를 남기는 매파적 발언을 내기도 했다. 미국 기준금리 전망에 대해 언급하면서 "제가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나가지 않느냐고 하는 것은 이번에 안 올릴 것이라는 게 아니다"라며 "지난해 가속해서 올리던 상황에서 지금은 올려도 한 번 정도 올릴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는 면에서 안정되는 국면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기준금리 전망에 대해서는 이창용 한은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으나 나머지 1명은 인상과 인하를 모두 열어두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유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해당 위원 역시 인하 주장이 아닌 정책 유연성에 대한 의견이었기 때문에 이를 완화적 시그널로 해석할 순 없다"며 "오히려 1회 인상(가능성)을 주장한 5명 위원 중 1명이 가계부채와 관련해 선제적 대응 의지를 밝혀 매파적 의견을 좀 더 강화했다고 보인다"고 해석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 등장했지만 한편으로 선제적 대응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는 점에서 여전히 매파적이고 이전보다는 매파의 강도가 좀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 금통위의 핵심 키워드는 불확실성"이라며 "현재 경기나 금융 여건이 여전히 안개가 자욱한 상황에서 한은은 움직이기보다 상황을 지켜보는 전략을 고수할 것임을 재확인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증권사들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국제 유가와 미국 국채 금리 급등 등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 한은이 당분간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봤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가) 최근 가계부채 오름세에도 통화정책보다 미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현재 통화정책을 긴축 수준으로 평가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금통위의 추가 긴축 가능성은 작을 것"이라며 최종 기준금리가 3.5%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안예하 연구원도 "국제 유가로 인해 지금의 물가 하락 기조가 완전히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재의 긴축적인 수준의 정책이 좀 더 장기화할 가능성은 커졌지만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아직은 작다"고 밝혔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제 유가 급등과 같은 상황이 현실화하면 그동안 경고에 그쳤던 추가 금리 인상이 실제 단행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면서도 "그동안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왔던 배경에는 은행권 연체율 상승, 부동산 시장 연착륙 유도 등이 고려됐기 때문에 여전히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허들은 높다"고 강조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가 꾸준히 언급하고 있는 금리인하 조건은 2%대 물가(상승률)인데 2%대 물가는 내년 8월쯤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라며 "이를 고려하면 한은의 금리인하 시점은 일러야 내년 3분기"라고 주장했다.

다만 "전기 요금과 지하철 요금 등 시차를 두고 계속 나타나는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2%대 물가 확인은 더 늦어질 가능성도 상당하다"며 "이 경우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은 내년 4분기 혹은 2025년까지 지연될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