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핼러윈 사고 막자' 100억원 투입하는 서울시…CCTV에만 78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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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승 기자
2023-10-19 06:00:00

참사 원인은 통솔·안전요원 배치 미비인데...보여주기식에 급급

서울시가 재난 대비를 위해 도입한 인파감지 CCTV 와 알림 표지판 사진서울시
서울시가 재난 대비를 위해 도입한 인파감지 CCTV 와 알림 표지판 [사진=서울시]

[이코노믹데일리] 서울시가 이달 말 핼러윈을 앞두고 재난대비에 약 100억원을 투입한다. 그중 78억원은 인파감지 폐쇄회로(CC)TV 설치에 사용하는데, 일각에서는 안전관리 예산의 70% 이상을 CCTV에만 투자하는 것은 효과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반응이 나온다.

서울시는 인파감지 CCTV를 활용한 밀집도 분석과 재난안전상황실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서울시 재난안전시스템 강화 추진전략’을 지난 13일 발표했다. 인파감지 CCTV는 단위면적당 인원수를 자동으로 측정하고, 인파가 밀집되면 자치구 재난안전상황실·서울시·소방·경찰과 상황을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서울시 재난안전예방과 관계자에 따르면 시는 예산 78억원을 들여 해당 설비 총 909대를 올해 안에 설치할 계획이다. 기존 CCTV에 인파감지 기능을 갖춘 소프트웨어를 넣거나 기기를 새로 다는 방식이다. 인파가 몰리는 주요 자치구별로는 △강남구 120대 △용산구 100대 △마포구 63대 △서대문구 15대 등이다. 

재난안전상황실 구축 비용으로는 약 34억6900만원을 투자했다. 119상황실처럼 재난현장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리모델링 비용으로 4억6900만원, 자치구 상황실 구축 지원금으로 30억원을 들였다. 그러나 안전요원 등 인력 배치에 배정된 예산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핼러윈 참사 당시 ‘통솔·안전요원 배치 미비’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서울시에서는 여전히 인력보다 설비 보충에만 집중하는 모양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인건비는 시에서 보조를 안 한다. 자치구에서 자체적으로 직원을 채용하는 거라 (서울시가) 따로 관리를 안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실질적인 인파관리 대책 마련은 자치구의 몫이라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용산구는 오는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녹사평역 광장에 합동 현장상황실을 설치하고 이태원로, 세계음식문화거리, 퀴논길 일대를 집중 관리한다. 용산구·경찰·소방·3537부대 관계자가 인파 밀집 시 군중 분산, 차도·보도 통행 관리 등을 지휘할 계획이다. 세계음식문화거리 진입 이면도로에는 경찰 안내 방송차량, 소방서 구급 차량을 1대씩 배치하고 이태원·녹사평역 승강장, 대합실, 출구 등에는 안전요원을 늘릴 계획이다.

마포구에서는 홍대입구역 근처에 3만 명 이상이 모이면 △홍대입구역 8·9번 출구 △관광안내소 앞 △상상마당 앞 △홍통거리 △문화공원에 1개 조, 클럽거리에 2개 조를 배치할 예정이다. 인원이 4만 명 이상으로 늘 때는 △관광안내소 앞 △상상마당 앞 △홍통거리에 1개 조를 추가 배치할 방침이다.

한편 서울시에 설치된 CCTV 대수는 약 16만대로 세계 최상위권이다. 지난 6월 기준 강남구가 7243대로 가장 많고,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던 용산구에는 2970대가 있다. 종로구 1966대, 마포구 2638대, 동작구 2690대 등과 비교하면 적지 않은 수다. 

전문가들은 장비를 보완하는 대신 현장 인력을 보충하고 제도를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진 목원대학교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CCTV 설치는 적극적인 안전관리보다 수동적인 안전관리 형태다. 설치한다고 해서 위험요소가 줄어드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며 “밀집도를 감지할 수 있는 CCTV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겠지만 차량 진입 통제, 일방통행 유도, 동선 관리, 경비 대책 등이 함께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전관리 요원들을 많이 배치해야 한다. 인력 배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채 교수는 CCTV 확대 설치 문제점으로 사생활 침해를 짚었다. 공공 CCTV는 도로 등 공개된 장소에 설치돼 초상권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시민들의 잠재적 동의를 바탕으로 하지만, 정보 관리가 중요하다. 

정혜진 서울중앙지방법원 조정전담변호사는 “공공 CCTV가 개인정보보호법상 범죄예방 등 특정 목적을 벗어나거나 필요 이상으로 과밀하게 설치될 때, 주민공청회 등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을 때 행정소송 등을 할 수 있다. 절차적 하자나 과도한 기본권 침해가 인정되면 피해보상도 가능하다”며 문제성을 지적했다.

재난안전관리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40, 41, 42, 43조에는 각각 대피명령, 위험구역 설정, 강제대피조치, 통행제한 등 재난 발생 또는 발생 우려 시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이 하는 역할이 명시돼 있다. 

문현철 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호남대 교수)은 “기본법에 나와 있는 것들만 제대로 작동됐어도 지난해 이태원에서 단 한 명도 죽지 않았을 것이다. 이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는 게 문제”라며 “왜 작동이 잘 안됐는지 뼈아픈 진단과 개선안을 마련하지 않고 (서울시는) 시설·장비가 만능인 것처럼 이야기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공무원 10명만 파견해서 (이태원 도로를) 통행금지나 일방통행으로 바꾼 뒤 축제에 참여한 사람들을 이태원역 앞 4차선 도로로 내려가게 해야 했다”며 통솔 인력 미비를 비판했다. 

근본적인 재난대비를 위해서는 장비에 의존하기보다 사람이 제대로 일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문 부회장은 “이스라엘은 포탄이나 미사일을 자동으로 방어하는 아이언 돔과 가자지구에 설치한 스마트 장벽을 너무 믿었지만 지금 소용없지 않나. 우리나라도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인파관리용 CCTV 설치는 무언가 대책을 마련했다고 보여주기 위한 서울시의 수준 낮은 조치”라고 꾸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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