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GS그룹, '순살 자이' 사태에 허창수·허윤홍 리더십 '실종'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성상영 기자
2023-07-11 07:00:00

검단 아파트 붕괴 후폭풍, GS에 미칠 파장 주목

지주와 지분 관계 없는 GS건설, 주가는 달랐다

허창수·허윤홍 '책임경영' 비판 피하기 어려울 듯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사진GS그룹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사진=GS그룹]

[이코노믹데일리] 시공 능력 순위 5위 GS건설이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 붕괴 사고로 5500억원이라는 값비싼 수업료를 치르게 됐다. 문제가 생긴 단지를 전면 재시공하기로 결정했지만 실추된 이미지는 쉽사리 복원되지 않는 모습이다. 온라인에는 철근을 빼고 건물을 지어 뼈 없는 치킨에 비유된 '순살 자이', 건설 하자와 아파트 브랜드를 합친 '하자이(하자+자이)', 부실 시공으로 물이 샌다는 뜻의 '자이 더 워터밤(물난리)' 등 표현까지 등장했다.

GS그룹은 건설에서 터진 부실 시공 논란이 그룹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최근 오너 일가가 잇따라 지주회사와 계열사 지분을 사들이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4세 승계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터진 대형사고는 악재로 평가된다. 더구나 계열사마다 '홍'자 돌림인 오너 4세가 주요 임원으로 포진하며 검증대에 선 상황에서 향후 승계 구도와 지배구조에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리스크 확산 막은 GS그룹, 지주사 밖 소유 구조 덕분

기업 소유 구조만 놓고 보면 GS건설은 GS그룹에서 벗어나 있다. 10일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GS건설은 기업집단 GS에 소속됐지만 지주사인 ㈜GS와 지분관계가 없다. GS그룹과 GS건설의 연결 고리는 ㈜GS 지분 4.75%와 GS건설 지분 8.28%를 보유한 허창수 명예회장이다.

GS에너지·리테일·글로벌 같은 다른 계열사와 사뭇 다른 관계 때문에 이번 사고가 그룹과는 무관하다는 시각도 있다. 따라서 후계 구도에 미치는 파장도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GS그룹은 LG그룹에서 계열분리된 2004년부터 지주사 체제로 출발했다. GS건설은 ㈜GS에 종속되지 않은 채 오너 일가가 직접 소유하는 형태로 유지됐다. 이를 두고 50명이 넘는 '특수관계인(친인척)' 중에서 누가 어떤 기업을 물려받을지 일찍부터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 차기 경영을 이끌 세대가 창업주의 증손(4세)까지 이르면서 가계도가 복잡해졌고 향후 있을 계열분리를 계산에 넣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GS그룹은 ㈜GS와 GS건설 간 지분 관계를 갖지 않음으로써 리스크 확산을 차단하는 효과를 얻었다.

오히려 검단신도시 아파트 붕괴는 건설업계에서 뿌리 깊은 병폐로 인한 사고라는 점이 강조되는 분위기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여러 단계로 도급이 이뤄지는 특성상 아래로 내려갈 때마다 사업비를 적게 받을 수밖에 없어 자재를 덜 쓰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며 "시공할 때 자재를 누락할 것까지 생각해 철근이나 자재를 더 쓰게끔 설계하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대형 악재에도 입 닫은 허창수·허윤홍 부자, '책임 경영' 실종

시장은 다르게 반응했다. GS건설 주가는 전면 재시공 발표 이후인 지난 7일 1만3750원으로 장을 마치며 직전 거래일(6일) 종가보다 770원(5.30%) 하락했다. 다른 계열사인 GS리테일은 같은 기간 200원(0.90%) 떨어진 2만1900원을 기록했다. 지주사 ㈜GS는 100원(0.3%) 오른 3만5100원으로 마감했으나 전날 장중 한때 3만4500원까지 밀리며 52주 신저가를 썼다.

이러한 결과는 계열사마다 2분기(4~6월) 실적 악화가 전망된 탓도 있지만 GS건설 사고가 투자자 심리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지주사와 직접적인 지분 관계가 없더라도 GS라는 기업집단에 GS건설이 속해 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고 봤다.

자연스럽게 눈길은 GS건설을 지분을 소유한 오너이자 대표이사인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과 그 아들이자 유력 후계자인 허윤홍 GS건설 미래혁신대표(CinO) 사장에게 쏠린다. 허창수 회장은 2019년 12월 막내동생인 허태수 현 GS그룹 회장에게 자리를 물려주기 전까지 그룹을 총괄했다. 허윤홍 사장은 같은 시기에 부사장에서 현재 직급으로 승진하며 GS건설 후계자 지위를 사실상 확정했다.

두 사람은 이번 붕괴 사고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앞서 광주에서 비슷한 사고로 고초를 겪은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지난해 1월 "사고 피해자와 가족,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회장직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너가 대국민 사과를 한 HDC현대산업개발과 GS건설의 대응은 분명 차이가 있다.

한편 GS건설은 검단 아파트 재시공과 입주 예정자 보상 등에 따른 비용 5500억원을 상반기 결산에 손실로 반영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올해 최대 4000억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GS건설이 적자를 내는 것은 9년 만이다. 실제로 투입될 자금이 1조원에 육박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재무에 적지 않은 부담이 예상된다.

GS건설 현금성 자산은 1분기 말 기준 3조6815억원으로 당장 위태로울 정도는 아니지만 오너 부자(父子)가 전면에 나서지 않는 탓에 "책임 경영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른바 '순살 자이' 사태가 GS그룹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오너 일가가 적극적으로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0개의 댓글
0 / 300
댓글 더보기
e편한세상
SK하이닉스
NH투자증권
신한금융
NH투자증
종근당
한화
미래에셋
신한금융지주
우리은행
신한은행
여신금융협회
KB증권
DB손해보험
DB
한국유나이티드
롯데캐슬
KB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KB국민은행
LX
대한통운
다음
이전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