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반도체, 삼성은 죽쑤고 SK는 물먹고? 중국 전략 '새판짜기'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성상영 기자
2023-05-30 00:00:00

미·중 패권 갈등에 '중국 철수설'까지

정부, 美 향해 설득하고 中과도 접촉

삼성·SK, '최대 시장' 중국 포기 어려워

생산 유지하는 '제3의 길' 택할 가능성

중국 시안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중국 시안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사진=삼성전자]


[이코노믹데일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중국이 '계륵' 같은 존재가 됐다. 미국이 반도체 과학법(반도체법)을 지난해 발효한 때를 기점으로 중국 견제가 본격화하자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불황과 맞물려 중국으로의 반도체 수출은 물론 현지 생산까지 위축됐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운영 중인 중국 반도체 공장을 둘러싸고 다소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지정학적 문제에 따라 미국으로 완전히 방향 전환을 하고 중국 공장은 철수까지 각오해야 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견해와 함께 서서히 생산량을 조절해 나가며 연착륙이 이뤄질 수 있다는 속도조절론까지 등장했다.

상황은 시시각각 바뀌고 있다. 업계는 물론 정부가 발빠르게 움직이고 중국도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을 제재하는 한편 외교 채널을 통해 한국에 유화적인 손길을 보냈다.

최근 정부는 미 상무부에 반도체법 세부 규정안과 관련한 의견서를 제출해 한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법에 명시된 '중국 내 투자 제한', 이른바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이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량을 늘리고 현지에 신형 장비를 들일 수 있도록 제한을 일부 풀어달라고 한 것이다.

중국은 자국 기업에 마이크론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고 하면서 한국 통상당국에는 반도체 협력을 화두로 꺼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무역장관 회의 때 만나 이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한중 정부가 각각 발표한 내용이 달라 혼선이 빚어졌다. 산업부는 "교역 활성화와 핵심 원자재·부품 수급 안정화를 위한 관심과 지원 요청"이라고만 밝혔으나 중국 측은 "반도체 협력 강화 합의"를 말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반도체라는 단어가 언급만 됐어도 논의가 이뤄졌다고 해야 하고 한국은 반도체에 관해 실제 의견을 주고 받았더라도 공식적인 표현은 자제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中에 수십조원 쏟아부은 삼성·SK, 양자택일보단 '절충'

미국과 중국, 그리고 사이에 낀 한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말을 아끼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기업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말은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들이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하는 동안 세간에서는 '중국 철수설'까지 이야기가 흘러가 버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공장 생산량을 낮추고 있다. 미·중 반도체 패권 전쟁의 결과물이라는 해석도 나오지만 코로나19 대유행과 경기 불황이 혼재돼 어느 하나가 주된 요인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있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공장 가동률을 지속해서 낮춰 왔다. 이러한 움직임은 2021년 말 중국 전역에 코로나19가 확산하고 도시 봉쇄령이 내려지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서서히 들어갔지만 이번에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메모리 수요가 급감하면서 생산량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삼성전자 시안 공장은 2014년 1공장 가동에 이어 지난해 2공장이 가동을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낸드플래시를 생산한다. 2012년 9월 1공장 착공을 기점으로 2공장 가동까지 260억 달러(약 35조원) 가까운 돈을 쏟아부었다.
 
중국 우시에 있는 SK하이닉스 D램 반도체 공장

중국 우시에 있는 SK하이닉스 D램 반도체 공장[사진=SK하이닉스]


이는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중국 다롄과 우시에서 각각 낸드플래시와 D램을 생산하는데 일제히 감산에 돌입한 상태다. 낸드플래시는 SSD와 SD카드 같은 저장장치(보조기억장치)에 쓰이고 D램은 주기억장치에 쓰인다. 전방 제품인 개인용 컴퓨터(PC)와 스마트 기기, 서버 등 수요가 급감하자 재조 조절을 위해 생산량을 줄였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텔로부터 낸드사업부 인수를 진행 중인데 1단계가 2021년 말 완료됐다. 중국 다롄 공장은 인텔에게 넘겨받은 자산이다. 오는 2025년까지 SK하이닉스가 인텔에 지불하는 돈은 90억 달러(12조원)로 이 가운데 70억 달러(9조원)를 1단계 인수 때 냈다. 공교롭게 곧이어 미·중 갈등이 본격화했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인텔에 덤터기를 쓴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SK하이닉스 측은 "메모리 시장은 D램과 낸드로 양분돼 있는데 SK하이닉스는 낸드 쪽이 취약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인텔 사업부 인수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기상 '오비이락(烏飛梨落·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일 뿐이라는 얘기다.

미국이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상대로 중국 내 투자 제한을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내건 데 따라 중장기적으로는 미세 공정을 도입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아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신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 시점에서 두 회사가 중국을 완전히 포기하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하는 것은 너무 앞서간 얘기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이들이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낸드플래시와 D램 제품은 현지에서 소비된다. 중국은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수요국이다. 리오프닝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PC를 비롯한 전방 수요가 되살아나면 자연스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공장도 가동률이 올라갈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수십조원에 이르는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 이외에도 향후 중국 메모리 수요 회복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미국에 요청한 생산능력 확장 기준 상향(5→10%)이 수용되는 것을 전제로 미국이 원하는 첨단 공정의 중국 도입 제한을 충족하면서 수요가 많은 범용 반도체를 위주로 생산량을 높여가는 '절충안'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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