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성상영의 뷰파인더] '난방비 폭탄'은 文 탓? 진영논리가 가린 눈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성상영 기자
2023-02-04 08:00:00

1월 난방비 고지서에 '깜짝'…현실 된 '폭탄'

'미수금 9조원' 둘러싸고 文-尹 '네 탓 공방'

난방비 인상 이유, 단지 국제 가격 오른 탓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 가스계량기 모습[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일주일에 이틀뿐인 꿀 같은 주말, 직장인들이 재충전하는 시간에도 산업 일선은 분주히 움직인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소식이 쏟아지는 요즘, <뷰파인더>는 바쁜 일상 속에 스쳐 지나간 산업계 뉴스를 꼽아 자세히 들여다 본다. [편집자 주]

지난달 난방비 고지서를 받아본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올라도 너무 오른 요금 때문이다. 겨울 한파가 긴 탓도 있었지만 난방비 상승 이유를 둘러싸고 소위 진보와 보수가 서로 '네 탓'을 벌이는 모습이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난방비 상승을 둘러싸고 여야 간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난방비 대책을 비판하자 여당인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전 정부 책임론'이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가 가스요금을 장기간 통제하고 탈(脫)원전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했기 때문이라는 내용이다.

◆난방비 '폭탄'과 가스공사 '9조 적자' 누구 잘못?

난방비 '폭탄'이 누구 잘못인지를 떠나 대통령 지지율에는 악영향이 미쳤다. 지난 3일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발표한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소폭 하락했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34%, 부정 평가는 56% 각각 나타났다. 지난달 17~19일 진행된 직전 조사보다 긍정 평가는 2%포인트(P) 줄었고 부정 평가는 1%P 늘었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경제·민생·물가가 15%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이어 △외교(14%) △소통 미흡(7%) △독단·일방적(7%) △경험·자질 부족(6%) △발언 부주의(4%) 등 순서였다. 난방비를 비롯한 생활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지지율을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가스공사의 적자(미수금)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가스공사는 해외에서 가스를 사들여 국내에 도매로 공급하는 공기업이다. 증권사 전망치를 종합하면 지난해 가스공사 당기순이익은 전년(2021년) 대비 13% 증가한 1조852억원으로 전망됐다. 분명 1조원 넘는 순이익을 거뒀는데 적자가 논란이다.

가스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누적 미수금(받지 못한 돈)은 주택용 도시가스 기준으로 9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1년 전(1조7656억원)보다 5배나 늘었다. 가스공사는 해외에서 사들이는 가스 가격보다 통상 저렴하게 국내에 공급하는데 이때 손실이 발생한다. 이를 당장 발생한 적자가 아닌 향후 요금 인상으로 받아야 할 돈으로 회계 처리를 한다.

이것을 사실상 적자로 간주하면서 두 가지 주장이 갈라져 나왔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요금을 통제하면서 적자가 커졌다는 내용과 적자폭 확대는 사실상 현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의견이 맞섰다. 

가스공사의 미수금 회계 방식은 문재인 정부보다 훨씬 이전인 2008년 도입됐다. 당시는 이명박 정부였다. 적자든 미수금이든 가스공사가 밑지는 장사를 하게 된 책임은 문재인 정부에게도, 윤석열 정부에게도 있지 않다.

◆서로 '탓'만 하면 가스비 내려가나…해법 찾아야

만약 국제 가스 가격을 국내 공급 가격에 즉각 반영하고 가스공사가 도매 거래로 차익을 남겼다면 미수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대신 가스요금은 반드시 널을 뛸 수밖에 없었다. 가스공사가 손실을 감수하면서 국내 가스요금을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하며 완충 작용을 해온 셈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국제 천연가스 선물시장에서 거래된 가격은 2018년 말 일시적으로 올랐다. 이후 안정세를 보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며 2020년 7월 무렵까지 줄곧 내렸다. 그래프는 코로나19 봉쇄가 해제되고 경제 활동이 재개되면서 서서히 상승 곡선을 그렸다.

최근 2년새 천연가스 가격이 급격히 치솟은 적은 크게 2차례다. 2021년 9~10월과 지난해 3월 이후 현재까지다. 첫 번째는 코로나19 엔데믹(대유행 종식)에 대한 기대로 침체된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한 때다. 두 번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다.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공공요금을 통제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기 마련이다. 더구나 물가 안정은 정부와 중앙은행이 추구하는 정책 목표 중 하나다. 물가를 잡는 간단한 방법은 공공요금 인상을 틀어막는 것이다.

보수진영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탈원전 정책이 난방비 상승을 주도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전기 생산량 가운데 원자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30.0%에서 문재인 대통령 취임 1년 후인 2018년 23.4%로 감소했다.

이는 탈원전 때문이 아니라 일부 원전에서 결함이 발생되고 전면적인 설비 점검·보수가 이뤄져서였다. 이후 원전 비중은 차츰 회복되며 2019년 25.9%, 2020년 29.0%, 2021년 말에는 27.4%를 나타냈다. 지난해에는 다시 30%대로 들어섰는데 정부 정책 기조 변화와 무관하게 설비 가동이 정상화됐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오히려 그간 석탄·가스 등을 사용하는 화력발전 비중은 줄었다.

요약하면 난방비가 폭등한 가장 큰 이유는 단지 국제 가스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가스공사가 내부적으로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가격이 오른 게 문제였다.

현재는 가스공사 미수금 감축과 난방비 상승 억제라는 두 가지 상충하는 과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진보와 보수, 야와 여가 진영논리에 매몰돼 '네 탓 공방'만 벌인다고 될 일은 아니다.

한편 앞선 한국갤럽 여론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무선전화와 유선전화 각각 95%와 5% 비율로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8.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웹사이트를 참조하면 된다.


0개의 댓글
0 / 300
댓글 더보기
넷마블
신한금융지주
kb금융그룹
스마일게이트
NH투자증권
부영그룹
KB증권
경남은행
기업은행
KB금융그룹
신한은행
한화손해보험
하나금융그룹
주안파크자이
대원제약
우리은행
미래에셋자산운용
국민은행
하이닉스
KB희망부자
kb_지점안내
신한금융
KB희망부자
메리츠증권
신한라이프
보령
한화손해보험
하나증권
KB희망부자
다음
이전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