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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인터뷰] 김원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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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 주진 생활경제부장 / 정리 : 이석훈 인턴기자
2022-12-26 17:00:00

"광화문~용산 역사ㆍ문화벨트 조성…청와대 본관 콘서트홀로 만들자"

서촌ㆍ북촌은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곳…청와대 공간 활용 사회적 공감대 모아야

여의도 개발ㆍ용산 마스터플랜 주도…자연과 조화ㆍ환경 문제 최우선 과제

늘어나는 1인 가구, 30평 이상 비효율…마을공동체 '땅콩밭 프로젝트' 관심

김원 대표가 서울 종로구 광장건축환경연구소에서 이코노믹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이코노믹데일리] “건축은 인간의 생활을 담아내는 그릇입니다. 사람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이 건축의 본질이지요.”

‘사람과 환경을 행복하게 하는 건축’. 김원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가 60년 건축 인생 내내 추구해온 신념이자 철학이다.

“건축은 기본적으로 환경을 파괴하면서 세워집니다. 건축가는 건축물을 지을 때 어떻게 하면 자연과 조화를 이룰 것인가, 친환경으로 사람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할 것인가를 늘 염두에 둬야 합니다. 그게 직무죠.”

김 대표가 설계한 통일교육원(1987년), 광주가톨릭대학교(1992년), 이화여대 경영대학관(신세계관, 2005년)에는 이러한 신념과 건축철학이 오롯이 담겨 있다.

◇“건축의 기본은 자연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

도봉산자락에 자리 잡은 통일교육원은 험한 산 지형과 조화를 이룰 수 있게 6개로 건물을 나누고 각 건물이 산의 일부가 되도록 대지에 앉혔다. 각 동의 45도 삼각형 모양 지붕들은 도봉산 봉우리들과 하나인 듯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교육관 전면부 벽면 전체를 창으로 처리해 자연광을 충분히 들이고 창밖을 바라보면서 각 층을 오갈 수 있게 했다. 당시로선 엄청난 파격이었다.

“건축의 기본은 자연 채광, 자연 통풍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왔어요. 이 건물을 보면서 우리 국토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2005년에 지은 이화여대 경영대학관(이화신세계관)은 초등학교 동창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이 “설계는 김원에게 맡겨야 한다”는 전례 없는 조건을 내걸어 기부했다. 그에겐 삼각형 박공지붕, 외장은 화강석이라는 조건만 주어졌을 뿐이었다.

“이화신세계관은 이화여대에 다섯 건물을 설계하는 계기가 된 프로젝트입니다. 적절한 부지를 찾는 것에서부터 공간 프로그램 계획까지 하나하나 새롭게 찾아 완성해나간 만큼 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

학생들이 공부하기에 좋은 ‘조용하고’ ‘건강한’ 건물을 설계하는 데 있어 대로변의 80데시벨에 가까운 소음 처리가 가장 큰 문제였다. 옛 한강성당에서 실험했던 대로 벽체로 소음 전달을 막고 채광은 벽 사이로 받아들이도록 했다. 대로변에 복도를 두고 캠퍼스 안쪽으로 강의실을 배치했더니 소음이 20~30 데시벨로 떨어졌다. 또 태양광, 중수도 시스템, 채광 등 철저히 친환경적인 건물에 주안점을 뒀다.

2006년 삼성이 이화여대에 기부한 글로벌타워(대학원 기숙사)는 밀도가 높은 편이어서 폐쇄감을 줄이기 위해 모든 방에 발코니를 만드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사진=통일교육원 제공]

[사진=광주가톨릭대학교 제공]

[사진=이화여대 제공]


◇'이상 옛집' 등 환경‧문화재 지킴이로 사회적 책무…'한국 내셔널트러스트’ 운동 펼쳐

김원 대표는 건축과 도시의 최우선 과제는 환경문제라고 인식하고,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실천해왔다.

1990년대부터 한국내셔널트러스트(National Trust·국민신탁운동)의 회원 및 공동대표로 활동하면서 2000년엔 국무총리실 영월댐 공동조사단 문화분과위원장에 천거돼 영월댐 백지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고, 굴업도 골프장 반대 등 환경 살리기 캠페인에 적극 참가했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자연환경의 파괴와 문화유산의 훼손을 목도한 그는 시민 스스로가 환경의 주인이 될 수 있는 내셔널트러스트(National Trust) 운동을 적극 펼쳤다.

그는 30년 넘게 서울 인왕산 자락 옥인동에 살면서 서촌 문화지킴이를 자처해오고 있다. 조선시대 종로구 가회동(북촌마을)에는 양반들이 살았던 반면, 서촌이라 불리는 옥인동, 청운동, 누하동, 누상동 일대는 주로 궁에 드나드는 중인들이 살았다. 의관, 역관, 기술장인 등이 거주하면서 위항문화(委巷文化)를 꽃피웠다. 이들은 역관을 통해 서구문화를 먼저 접해 비록 중인이지만 의식수준이 높았고 신분이나 경제력 또한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이들의 위항문화는 근대에 이르러 윤동주, 이광수, 노천명, 이상 등 많은 문학가들이 옥인동에 모여살며 근대문학의 꽃을 피웠다. 김 대표가 시인 이상의 옛집을 지켜낸 일화도 유명하다.

“시인 이상 옛집이 헐린다는 신문기사를 보고는 그 길로 집주인을 찾아가 3억에 매입하기로 담판을 지었어요. 김수근 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던 터라 재단 기금을 사용하자고 이사들을 설득해 가까스로 집을 보존할 수 있었죠. 재단 기금을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다 고교 은사인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을 찾아갔지요. 이 전 장관의 도움으로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국민문화유산으로 이상의 집을 사들였고 재단 기금을 사용한 문제도 해결됐습니다.”

2009년 '문화유산국민신탁' 1호가 된 이상 옛집을 계기로 우리 문화재를 지키자는 국민여론이 일면서 서울시문화재단, 경기도문화재단 설립으로 이어졌다.

 

서촌에 자리한 시인 이상 옛집[사진=문화재청 제공]


 ◇광화문-용산 잇는 역사‧문화벨트 조성

건축가 김원은 김수근‧김중업 시대 이후 한국 건축계를 대표하는 거목이다. 1985년 일본 가지마 출판사에서 스승이자 선배인 김수근과 함께 ‘세계의 현대건축가 101인’에 선정됐고, 1996년에는 ‘문학의 해’를 맞아 ‘가장 문학적인 건축가’에 뽑히기도 했다.

건축가로서 무거운 사회적 책임을 각인한 그는 역사‧문화, 교육, 종교 분야 건축에 큰 족적을 남겼다. 코엑스, 독립기념관, 국립중앙박물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예술의전당, 국립국악원,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등 국가적 중대형 프로젝트에 설계를 맡거나 자문위원이나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또 1960년대 국회의사당 터를 포함한 여의도 개발에 참여하고, 1990년대 미군기지 반환 후 용산 개발 마스터플랜을 만들었다. 용산 마스터플랜에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같은 공원을 만들고 국립중앙박물관뿐 아니라 현대미술관, 도서관, 자연사박물관, 국립극장까지 망라하는 문화예술단지를 조성할 계획을 담았다. 2018년 발족한 광화문광장 광화문시민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역사도시 서울'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서울 광화문에서부터 용산까지 잇는 역사문화예술벨트를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서촌과 북촌 일대는 역사와 전통, 문화예술이 살아 숨 쉬는 유서 깊은 곳입니다. 인왕산과 북악산, 경복궁, 광화문광장까지 한데 연결되는 거대한 ‘역사·문화·예술 공원’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또 대통령실이 이전하면서 청와대가 국민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사회적 공감대를 모으는 것이 중요합니다. 청와대 본관을 도쿄의 ‘산토리홀’처럼 서울시향의 클래식 콘서트홀로 만들면 어떨까요?”
 

김원 대표가 서울 종로구 광장건축환경연구소에서 이코노믹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50층 이상 고층아파트 허용해선 안돼’ 여의도재개발, 재건축 우려

여의도 개발 청사진을 그렸던 김원 대표는 최근 50층 이상 고층 아파트가 허용된 여의도 재개발‧재건축에 대해 우려 섞인 의견을 내놨다.

“여의도 개발 청사진을 그릴 때도 인구 밀도를 낮추기 위해 여의도로 들어오는 교량을 최소화했습니다. 지금 여의도는 포화상태입니다. 사람이 사는 데는 그렇게 넒은 공간이 필요치 않아요. 저출산고령화 추세 속에서 1인 가구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아지는데 30평(85㎡) 이상 주택은 비효율적입니다. 게다가 50층 이상 고층아파트가 들어서면 한강 스카이라인은 물론이고, 멀리 관악산 경관까지 막아버려요.”

그는 50여 년 전 1가구 5명 기준의 국민주택 규모 85㎡보다도 훨씬 더 줄어들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토지나 주택 문제를 자유시장경제체제에 맡겨놔선 안된다고 못 박았다.

그는 소규모 주택단지를 만드는 ‘땅콩밭프로젝트’에 관심이 많다. ‘땅콩밭프로젝트’는 땅콩집을 10채 이상 지어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작은 집을 짓고 모여 사는 공동체 마을은 카쉐어링이나 공동육아처럼 함께 나누고 돕는 공동생활이 가능합니다. 정서적 만족에서 오는 행복지수도 높아지고 경제적 측면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지요. 이것이 바로 사람 냄새가 나는 따뜻한 공간, 건축이 주는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요?”
 

김원 대표가 서울 종로구 광장건축환경연구소에서 이코노믹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김원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

△1943년 서울 출생 △경기고‧서울대 건축공학과 △네덜란드 바우센트룸 국제대학원 과정 수료 △김수근건축연구소 연구원 △한국건축가협회 명예이사 △한국 실내건축가협회 명예회장 △김수근문화재단 이사장 △NGO푸른나라를 생각하는 전문가회의 대표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위원회 위원 △(사)인간도시 컨센서스 이사장 △한국내셔널트러스 공동대표 △한국건축가협회 작품상(1995년) △대통령 표창(2001년) △건국대 건축대학원 겸임교수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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