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부동산 INSIDE] 고금리·고환율·고물가, 3중고에 시달리는 건설사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권석림 기자
2022-11-01 07:36:35

원자재값 오르고 대출은 막히고… '벼랑 끝' 건설사 피가 마른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 인천에서 완공을 눈앞에 둔 미추홀구 아파트 공사가 결국 멈췄다. 공사 원자재 가격이 오른 데다 대출 규제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곳은 애초 190여가구가 입주할 예정이었다. 이 아파트 단지는 최근 분양되지 않은 물량에 대해 ‘무순위 청약’도 실시했지만 단 6명이 신청하는 데 그쳤다.

# 경기 안양의 ‘평촌 두산 위브더프라임’ 역시 지난달 첫 분양에서 11.8: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당첨된 사람들이 대거 계약을 포기했다. 결국 111가구를 무순위 청약으로 열었지만, 단 27가구만 신청했다.

# 경기 의왕의 '인덕원자이SK뷰' 아파트. 이곳은 전체 2600가구의 대규모 재개발 단지다. 조합원 물량을 빼고 899가구가 일반 분양으로 나왔는데, 당첨된 사람들도 줄줄이 계약을 포기했다. 최종 계약률은 43%에 그쳤다. 

‘수도권 불패’가 끝난 것인가. 시장에 돈이 마르면서 거액의 자금이 들어가는 부동산 개발사업이 비상이다. 건설사마다 돈을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던 와중에 레고랜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키웠다. 지방 부동산 현장은 물론, 서울 대단지 재건축 사업조차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굴리고 있다. 건설사들은 고금리·고환율·고물가,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주택경기 하락으로 수주량이 줄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마저 어려워지면서 총체적 난국이다. 대형건설사와 비교해 현실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건설사는 발등의 불이다. 여기에 미분양 물량까지 더해지면 중소·중견 건설사는 자금줄이 막혀 최악의 경우 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가 팽배하다. 

◆ 곳곳이 지뢰밭… 현실화하는 위기

서울 재건축 사업 최대어로 꼽히는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 조합이 지난 10월 27일 PF 만기 하루 앞두고 차환발행에 성공했다. 이 조합은 사업성이 손꼽히는 ‘우량사업장’으로 평가받았지만, 부동산 시장의 급랭으로 만기일까지 가슴을 졸여야 했다. 급한 불은 껐다. 그러나 위기는 여전하다.

한국기업평가(KR)에 따르면 올 6월말 기준 태영건설의 부채비율은 448.5%, PF우발채무를 포함한 부채비율은 498.8%에 이른다. 대형건설사도 예외가 아니다.

롯데건설은 최근 유상증자 2000억원·롯데케미칼과 5000억원 규모 금전소비대차계약 체결에 이어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해 국내외 은행과도 자금조달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건설은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위해 선제 대응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면서도 “자금 여력이 있는 대형 건설사라도 큰 사업장에서 자금문제가 발생하거나 또 시행사와 중소형사들이 줄도산하기 시작하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실제 2008년은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당시 시공능력평가 13위였던 쌍용건설을 포함해 벽산건설(28위), 남광토건(35위) 등 탄탄한 매출을 자랑했던 건설사들이 시행사의 부동산 PF 부실 등에 따른 자금난으로 워크아웃 등을 겪었다.

◆ 엎친 데 덮친 격, 원자재값 상승에 미분양까지

원자재값 상승과 금융비용 증가는 건설사들의 위기를 더 고조시키고 있다. 주택경기 침체도 악재다. 미분양이 늘어나면 계약금과 중도금 유입이 원활치 않아 공사비를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건설업계의 자금줄이 마른 상황에서 사업비 마련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방 사업장이 많은 건설사는 큰 타격을 받을 것이 자명하다.

업계 관계자는 “집값 급락으로 인해 분양가보다 떨어지면 입주 포기사태가 속출하게 되고 준공 뒤 미입주는 건설사들의 자금난, 제2금융권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주요 건설사들의 우울한 실적도 이를 뒷받침한다. 현대건설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537억원으로 전년동기(2204억원) 대비 30.2% 감소했다. GS건설은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251억원으로 전년동기(1523억원) 대비 17.8% 줄었다. DL이앤씨는 영업이익 1164억원으로 전년동기(2589억원) 대비 55%나 급감했다. 부진한 실적을 감안해 예상치를 1440억원을 내렸지만 이보다도 23.7% 낮게 나왔다.

내년이 더 걱정이다. 내년 부동산 경기가 추가 금리 인상 등으로 계속 침체를 겪을 수밖에 없어 분양 자체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사업 현장의 예정원가가 여전히 높다는 점에서 건설사의 급격한 실적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업계 전문가는 “PF 사업을 진행하더라도 분양이 잘 안 되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하지 않는 한 부동산 관련 사업은 전반적으로 위축할 것”이라며 “지금은 자금조달계획을 미리 고민하고 준비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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