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리인상에 새출발기금까지"…1금융에 밀린 저축은행 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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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현 기자
2022-08-31 23:59:00

직격탄 맞아 성장세 주춤…업계 "내실다질 때"

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금융시장이 대내외 리스크(위험요소)로 불안정한 양상을 이어가는 가운데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업계에 한파가 불어닥치고 있다. 사상 최초 4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으로 제1금융권과 금리 경쟁에서 밀리고 정부 주도 새출발기금 등 서민형 지원 정책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다. 여기에 2금융권 고금리 예금 상품의 매력도 사라지면서 업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31일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을 분석한 결과 국내 79개 저축은행이 취급하는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지난달 30일 기준 연 3.56%로 집계됐다. 올해 초 2%대였던 정기예금 금리는 상반기 금리 인상에 따라 1%포인트 올랐다. 이에 주요 저축은행들도 예금금리를 잇달아 상향 조정했다.

SBI저축은행은 지난달 18일 정기예금, 정기적금 등 수신상품 금리를 최대 0.8%포인트 인상했다. 영업점에서 판매하는 정기예금은 연 3.05%에서 3.55%로 상향하고, 비대면 정기예금 금리는 연 3.15%에서 3.65%로 0.5%포인트 인상했다. 정기적금은 영업점 3.50%, 비대면 3.60%로 각각 0.8%포인트 인상했다.

DB저축은행도 지난달 17일 정기예금 금리를 최대 0.25% 인상했다. 영업점에서 판매하는 '드림 빅(Dream Big) 정기예금' 금리는 연 3.75%를 제공하고, 비대면 'M-드림 빅 정기예금' 금리는 연 3.8%를 적용한다.  

문제는 시중은행도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저축은행 금리 수준을 바짝 따라잡았다는 점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 정기예금(최고 금리 상품 기준) 평균은 30일 기준 연 3.12%였다.  

저축은행과 시중은행 업권 간 예금금리 차는 0.4%포인트로 확인됐다. 통상 저축은행과 시중은행 간 예금금리 차가 1.0%포인트 정도 차이 나는 점을 고려하면 저축은행 예금 상품 매력이 크게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시중은행과 금리 차에도 저축은행은 예금금리 인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나왔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예전에는 시중은행과 금리 차이를 어느 정도 벌려 놔야 했지만 지금은 금리가 많이 오른 상태기 때문에 섣불리 움직일 필요가 없다"며 "저축은행 성장세가 예년 같지 못하기 때문에 높은 이익을 기대하기보다는 수신액 지키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예대금리차 공시 확대에 우려 목소리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업계에 대해 ‘이자 장사’를 막는다는 이유로 도입한 예대금리차 공시가 저축은행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업계 부담이 커졌다. 현재 예대금리차 공시는 1금융권인 시중은행에만 적용되고 있어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당국은 업권별 특성을 고려해 확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업권 특성상 시중은행과 비교했을 때 금리 차이가 클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한 것인데 오히려 저축은행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게다가 저축은행은 대형사와 소형사 간 양극화가 심하기 때문에 차이가 큰 폭으로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올해 10월 시행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 채무조정 프로그램(새출발기금)'도 저축은행에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소상공인 중 3개월 이상 장기 연체가 발생한 부실 차주에 대해 원금을 0~90% 감면해주는 지원책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8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새출발기금 금융권 설명회를 열고 운용 방안을 소개했지만 저축은행 업권은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업계는 새출발기금 지원 대상 중 상당수가 저축은행 고객일 확률이 높아 수익성 감소와 고객 이탈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이 보유한 대출채권을 싼값에 새출발기금에 넘기거나 자체적으로 채무를 조정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설명회에서 "금융당국이 보는 부실 우려 차주는 저축은행에는 일상적인 고객이자 정상적인 차주"라며 "새출발기금이 시행되면 향후 수익성 감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저축은행은 정부가 내놓은 정책금융 상품인 저금리 대환대출도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저금리 대환대출은 새출발기금 지원 대상보다 상대적으로 상환 능력이 있는 차주에 대해 연 7% 이상 고금리 대출을 최대 연 6.5%로 바꿔주는 상품이다.  

올 2월 말 연리 7% 이상인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 잔액 중 비은행이 보유한 잔액은 17조6154억원으로 80%를 차지하고 있다. 저축은행 전체 대출채권 규모가 올해 3월 말 기준 104조2981억원임을 고려하면 최대 16.9%에 달하는 대출채권이 1금융권으로 옮겨갈 수 있는 셈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당국발 여러 정책이 저축은행업계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이 주관하는 정책금융, 이에 따른 업계 금리 경쟁 등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실제 영업이익률이 작년보다 확실히 줄어든 것이 이를 방증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자산은 점점 늘고 영업이익률은 떨어지는 모습으로 발전해갈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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