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샤넬백' 가격만 폭등... 희소성 사라져…명품 이미지 손상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임승한 인턴기자
2022-03-22 10:20:48

'샤넬' 살 돈이면 조금 더 보태서 '에르메스'구입

지난해 5월 13일 샤넬 가격 인상 얘고 후 줄 선 고객들..[사진=연합뉴스]



 30대 직장인 A씨는 그동안 사고 싶었던 샤넬 백 가격을 보고 충격받았다. 2년 전 846만원이었던 클래식 미디움 플랩백은 최근 1180만원으로 40% 올랐기 때문이다. A씨는 "이 돈이면 차라리 조금 더 보태서 희소성 있는 에르메스를 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직장인 B씨에 의하면 "최근 들어 퇴근 시간대에 대기 등록해도 매장 문을 닫기 전까지 입장할 수 있을 정도로 대기 행렬이 줄었다"라고 귀띔했다.

​이처럼 샤넬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지나친 가격 인상에 소비자들이 가격 저항에 나서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달려가는 오픈런 현상이 되풀이되면서 브랜드 이미지도 추락했다는 분석이다. 리셀(되팔기) 시장에서 수백만 원씩 웃돈이 붙던 명품의 가격이 정가 밑으로 떨어지고 있다. 매장 앞에 길게 늘어서던 줄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클래식백 미디움 사이즈의 새 상품 리셀가는 전날(21일) 기준 1138만원으로 정가(1180만원)보다 50만원가량 낮다. 연초만 해도 리셀가는 1400만원에 달했지만 최근 들어 프리미엄이 300만원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리셀업자들이 매장 앞에서 어렵게 줄을 서 상품을 사도 ‘수고 비용’은커녕 물건을 산 비용도 제대로 건질 수 없어 손해를 보는 상황이다.

일반 소비자 구매 수요도 줄었다. 큰돈을 쓰면서도 오픈런에 불친절한 서비스까지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피로감을 키운 탓이다. 전날 밤부터 매장 앞에 텐트를 치거나 돗자리를 깔고 기다리는 ‘노숙런’, 에스컬레이터 역주행을 벌이는 ‘좀비런’ 등 2년여 동안 이어진 오픈런 열풍에 VIP(우수 고객)들 사이에서 이미지가 실추된 여파도 있다.

샤넬은 제작비, 원재료 변화와 환율 변동을 고려해 정기적으로 가격을 조정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최상위급 에르메스를 따라잡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샤넬이 급증하는 수요를 이용해 더 높은 등급으로 브랜드 리포지셔닝에 나섰다"라고 보도했다.

에르메스의 대표 제품인 버킨백의 가격은 1500만원대에 달하지만, '돈 있어도 못 사는 가방'으로 유명하다. 에르메스 가방은 그릇, 신발 등 '실적'을 수천만원가량 쌓아야 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 보니 희소성으로 인해 리셀 시장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말 오픈런 현상을 조명하며 "팬데믹 상황에서도 한국에서는 고기나 화장지를 사재기하는 대신 새벽 5시부터 백화점 앞에서 줄을 서서 가방을 사는 관습이 생겼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배경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보복 소비와 집값 급등 등을 꼽았다. 2030세대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집값이 올라 저축한 돈을 당장 즐길 수 있는 곳에 소비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끝없이 치솟는 가격에 대해 한 명품업계 관계자는 “실제 2010~2014년 수요가 줄고 명품 선호 현상도 사라지면서 당시 샤넬도 주요 제품 가격을 20% 내리고 할인 판매에 나선 바 있다”며 “판매량이 줄면 콧대 높은 샤넬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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