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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윤종원호 기업은행 ESG '헛발질'…국제 평가서 유일한 뒷걸음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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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근 기자
2022-03-03 10:47:33

MSCI 결과 국내 금융 평가대상 12곳 중 최하위

대다수 전년 대비 등급 상승…기업은행만 하락

서울 중구 소재 IBK기업은행 본점 전경 [사진=기업은행]

 임기 막차를 맞은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글로벌 대세로 자리 잡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기조에 역행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국제 평가 기관으로부터 사실상 낙제점을 받으면서다. 대다수 금융사가 미래 생존전략으로 ESG 경영을 표방하며 등급 끌어올리기에 올인하는 것과 달리, 기업은행은 최하위급에 허덕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취재 결과 글로벌 3대 ESG 평가 기관 중 하나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주관 조사에서 기업은행은 작년 기준 B등급을 받았다. 직전 연도 BB등급에서 한 등급 하락한 결과다. 기업은행은 최근 3년간 줄곧 BB등급을 유지했으나 환경(E), 지배구조(G) 영역이 부진하면서 한 단계 강등됐다.

윤 행장이 받아든 이번 결과는 "고객과 중소기업의 성장을 돕고 한국경제의 포용적 성장에 이바지한다"는 그의 지론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이번 MSCI 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국내 금융사 12곳 중 기업은행 등급이 가장 낮은 데다 동일한 B등급을 받은 한국금융지주의 경우 직전 CCC등급에서 한 단계 개선된 것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특히 기업은행은 주요 금융그룹들이 최소 A등급을 받은 것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국내 금융사 중 최고 등급인 AA등급을 받은 우리금융그룹은 직전 BBB등급에서 두 단계나 수직 상승했고 △KB금융 A→AA △하나금융 BBB→A △신한금융 AA→AA 등 모두 상승했거나 보합세를 나타냈다.

기업은행이 이처럼 저조한 등급에 머문 것은 E, G 영역이 각각 '후발그룹'에 속한 게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S 영역만 '중간그룹'으로 분류돼 체면치레했지만, 나머지 영역은 평가 기준에 미달한 의미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MSCI가 금융사 대상 E영역 평가에서 친환경 금융을 얼마나 잘 실천했는가, 예를 들어 대출자산을 둘러싼 탄소배출 위험요소(리스크) 관리와 친환경 산업 성장에 얼마큼 금융 지원을 했는지 등을 주요 요소로 다루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G영역 세부평가 항목으로는 '기업 거버넌스'(기업 소유권, 이사회 독립·투명성, 보상·회계 관행, 투자자에 미치는 영향), '기업 행태'(부패 관행, 자금 세탁 또는 반독점 위반과 같은 기업 윤리 문제의 감독·관리 역량과 과세 투명성) 등이 지목된다.

무엇보다 기업은행은 국책 은행으로서 자격을 갖지만 이번 평가 결과 E, G 영역에서 평균 이하의 등급을 받으면서 국제적인 지위에도 균열이 불가피해졌다는 의견이 따른다. 

이와 관련, 윤 행장이 임기 중 ESG 경영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 기업은행 측은 "코로나19 피해를 받은 중소기업 지원에 주안점을 두다 보니 ESG 사업에 무게중심을 두지 못했을 뿐 타행처럼 꾸준히 관심을 갖고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국책 은행은 정부 지분이 높다보니 G 영역의 경우 소유구조, 의결권행사 관련 항목 점수가 낮았다"며 "E 영역은 고탄소업종이 다수를 이루는 중소기업에 대한 익스포져(리스크 노출)가 높은 것이 낮은 등급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또 MSCI가 올해 1월 들어 재평가한 결과 BB등급으로 상향 조정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은행 측은 "영문증빙자료만 인정하는 MSCI 평가 구조상 영문공시자료에 일부 누락된 정보들이 발생해 보완했다"며  "올해 1월 기준 등급은 B등급에서 BB로 상향됐다"고 밝혔다.

MSCI 주관 ESG 평가는 글로벌 평가지표 중 유일하게 기업별 결과를 공개하고 조사대상 기업 수도 가장 많다. 평가등급은 CCC등급에서 AAA까지 총 7등급이다. 

동종업계 평균보다 우위를 보이면 '선도:AAA, AA', 평균인 경우 '중간:A, BBB, BB', 평균보다 낮으면 '후발:B, CCC)'로 구분한다. 작년 평가 결과가 발표된 국내 기업은 기업은행을 포함해 모두 79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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