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그룹 제공]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의 강력한 인수 후보로 꼽혔던 카카오가 불참을 선언했다. 그러나 카카오의 이커머스 성장전략이 오픈마켓 형태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점에서 예상됐던 수순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카카오는 경쟁이 치열한 오픈마켓보다 소셜커머스 위주 성장전략을 펼치고 있다. 선물하기와 톡딜 등을 통해 기존 소셜커머스와 달리 섬세하게 접근하는 방식이다. 쿠팡은 소셜커머스로 출발해 오픈마켓으로 전환했다. 시장지배력 확대를 위해 직매입과 물류를 선택한 만큼 오픈마켓 진출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카카오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게 되면 당장 물류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현재도 이를 타계할만한 협업 등 방안은 갖추지 않고 있어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또 카카오는 ‘시장지배력 확대→충성 고객 확보’ 전략보다는 ‘연결’을 기반에 둔 전략이 주를 이룬다. 카카오의 오픈마켓 진출은 기존 이커머스 성장 전략을 완전히 뒤집는 격이며 카카오가 중시하는 ‘연결의 가치’에도 반하는 격이다.
한편 롯데는 이베이코리아 인수 시 그룹 물류 계열사인 롯데글로벌로지스와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공들여 준비한 ‘롯데온’이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면서 오픈마켓을 통한 시장 지배력 확보가 더욱 절실해진 상황이다.
쿠팡이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높은 가치를 부여받은 이유로 물류 인프라가 지목되는 점을 감안하면 롯데 입장에서는 관련 비용부담이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러나 이커머스 업계는 단순 플랫폼과 물류를 넘어 콘텐츠가 합류하는 미디어커머스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실제로 쿠팡은 OTT 사업에 진출하면서 콘텐츠 경쟁력까지 높이는 전략을 진행중이다.
롯데는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성장이 더딘 가운데 경쟁력 제고를 위한 차기 격전지인 콘텐츠 확보 등에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과거와 달리 이커머스가 단순 제품 소싱, 물류 등을 넘어 복합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그러나 롯데 입장에서는 이베이코리아 인수 외에 당장 뚜렷한 대안도 없다. 인수 성공 시 거래액 기준 3강 체제(쿠팡·네이버 연합·롯데)로 재편되지만 경쟁사를 압도할 만한 무기가 없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IB관계자는 “언론보도와 달리 IB시장에서는 카카오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다는 소식에 대해 의아했다”며 “늘 비교되는 네이버와도 성장방식이 다른데 ‘개척’이라는 DNA를 버리고 ‘경쟁’에 합류하는 모습으로 비춰졌다”고 말했다. 그는 “롯데는 유통부문에서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며 “최대 5조원에 달하는 인수비용 부담과 낮은 수익성에도 버틸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