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미국 전고체 배터리 기업인 팩토리얼 에너지와 공동개발협약(JDA)을 맺고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현대차·기아는 팩토리얼 에너지와 함께 전고체 배터리의 셀, 모듈, 시스템뿐 아니라 배터리 양산과 실제 전기차에 탑재하는 단계까지 아우르는 통합적인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미국 전고체 배터리 개발업체인 솔리드에너지시스템(SES), 솔리드파워에도 투자했다. 현대차가 올해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오는 2025년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시범 양산한 뒤 2027년 양산 준비, 2030년부터는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대체한 차세대 배터리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에 주로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주행거리가 길고 충전속도가 빠른 데다가 화재 위험성도 낮아 배터리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대차뿐만 아니라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전고체 기술 확보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배터리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제너럴모터스(GM)도 SES에, 포드·BMW 등은 솔리드파워에 투자했다. 폭스바겐은 노스볼트·퀀텀스케이프와 공동으로 2025년께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가장 앞선 곳은 일본 도요타로, 지난달 7일 세계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를 적용한 전기차 시제품을 공개했다. 도요타의 전고체 배터리 양산 예정시기는 2025년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배터리 3사도 전고체 배터리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기업 중 가장 앞선 곳으로 평가를 받는 삼성SDI는 오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자체 개발 프로젝트와 함께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일본연구소 등과 협업해 전고체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경쟁사 대비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한 삼성SDI는 현재 점유율·생산능력 등에서 후발주자인 SK온에게 따라잡힌 상태로, 전고체 배터리에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전고체 배터리와 관련해 상온 충전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그간 전고체 배터리는 60℃ 이상 고온에서만 충전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음극재에 들어가는 소재를 '마이크로 실리콘'으로 바꿔 25℃ 상온에서도 빠르게 충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고체 배터리 외에 리튬황 배터리 등 다양한 차세대 배터리 개발도 병행 중이다.
SK이노베이션도 최근 솔리드파워에 3000만달러(약 353억원)를 투자하고 전고체 배터리 공동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29일 진행한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도 리튬이온 배터리와 함께 전고체 배터리 신규 투자를 강화하는 투트랙 전략을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된다고 해서 배터리 패러다임이 곧바로 전환될지는 미지수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가 차세대 배터리가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긴 하지만,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는 2025~2030년 시기까지 현재 주력인 리튬이온 배터리가 안전성이 개선되고 단가 하락까지 이어진다면 전고체의 비교우위를 장담하기 어렵다"면서 "업계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리튬이온 배터리 성능 개선과 차세대 배터리 개발이라는 투트랙을 준비하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