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대표 보안기업 SK쉴더스가 해커로부터 두 차례나 침입 경고를 받고도 일주일 넘게 해킹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다크웹에 내부 자료가 공개된 뒤에야 사태를 파악하고 정부에 늑장 신고했으며 이마저도 후속 기술 지원을 모두 거부한 것으로 확인돼 보안 기업으로서의 자격과 신뢰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SK쉴더스는 지난 10일과 13일 해커 조직으로부터 해킹 사실을 알리는 경고성 메일을 연달아 받았다. 하지만 SK쉴더스는 이를 실제 위협으로 판단하지 않고 자체 시스템에 문제가 없다고 오판했다.
결국 SK쉴더스는 17일 다크웹에 자사 관련 정보가 유출된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최초 경고를 받은 지 일주일, 두 번째 경고를 받은 지 나흘이 지난 뒤였다. 늑장 신고는 다음 날인 18일에야 이뤄졌다.
더 큰 문제는 신고 과정에서 드러난 SK쉴더스의 태도다. SK쉴더스는 KISA에 침해사고를 신고하면서 ‘허니팟(해커 유인 시스템) 테스트 중 개인 지메일 자동 로그인 설정으로 발생한 정보 유출’이라고 설명했지만 피해지원과 후속 기술 지원 요청 항목에는 모두 ‘거부’라고 표기했다. 대한민국 사이버 보안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기업이 정부의 공식적인 조사와 지원을 스스로 거부한 상식 밖의 대응이다.
이번 사고로 SK쉴더스 기술영업 직원의 지메일 계정 약 24GB가 통째로 해킹당했다. 해당 메일에는 SK텔레콤을 비롯해 금융권, 반도체 기업, 공공기관 등 주요 고객사의 보안 아키텍처, 기술 검토 문서 등 민감한 정보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2차, 3차 피해 확산 우려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최수진 의원은 “대한민국 대표 보안기업이 해커 경고를 일주일 동안 인지하지 못하고 피해 확산 우려가 큰 상황에서도 기술지원 절차조차 거부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SK쉴더스 해킹으로 통신사, 금융권, 반도체 기업 등에서 2차 피해가 우려된다. 과기부와 KISA는 민간합동조사단을 즉시 구성해 실태 규명 및 후속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