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이 사실상 ‘업비트 독주 체제’로 굳어졌다. 올해 상반기 업비트가 전체 거래대금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한 반면 2위 빗썸은 격차를 좁히지 못했고 나머지 중소 거래소들은 ‘개점휴업’ 상태에 가까웠다. 최근 네이버와의 ‘빅딜’로 날개를 단 업비트의 독주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의 건전성과 투자자 선택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7 대 3’도 옛말…압도적 격차
3일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5대 원화마켓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총 거래대금은 1162조원이었다. 이 중 업비트가 833조원으로 71.6%를 차지했고 빗썸은 300조원(25.8%)에 그쳤다. 한때 ‘7 대 3’ 구도로 불렸던 양강 체제마저 무너진 것이다.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코인원은 20조8000억원(1.8%), 코빗은 5조5000억 원(0.5%), 고팍스는 2조8000억 원(0.2%)으로 3사의 점유율을 모두 합쳐도 2.5%에 불과했다. 일평균 거래대금으로 환산하면 업비트가 하루 4조6000억원의 거래를 처리하는 동안 고팍스는 100억원대에 머물렀다. 사실상 시장 기능이 마비된 수준이다.
이용자 쏠림 현상도 극심하다. 5대 거래소 이용자 1017만명 중 절반이 넘는 540만명(53%)이 업비트를 사용했다. 빗썸은 377만명(37%)이었고 중소 거래소 3사를 모두 합친 이용자는 99만명으로 신규 유입이 사실상 끊긴 상태다.
◆ 네이버 날개 단 업비트…‘독과점의 그림자’ 시장 안정성 위협
업계에서는 이러한 격차가 앞으로 더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네이버파이낸셜과의 인수합병을 추진 중인 업비트가 네이버페이 등 막강한 핀테크 플랫폼과 연계해 투자자 유입을 가속화할 경우 ‘빅테크-거래소 결합 모델’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빗썸은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며 반전을 노리고 있지만 점유율 방어에 고전하고 있다. 코인원·코빗·고팍스는 취약한 수익 기반으로 인해 생존 자체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거래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시장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정 거래소가 시장을 독점하게 되면 상장 정책과 수수료 체계를 자의적으로 결정하며 시장 질서를 왜곡할 수 있다. 또한 해당 거래소에 시스템 장애나 보안 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 충격이 시장 전체의 리스크로 번질 위험성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특정 거래소가 상장정책과 수수료 체계를 사실상 독점하는 구조가 고착되면 시스템 리스크가 곧 시장 전체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며 “금융당국이 최소한의 공정경쟁 환경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투자자 선택권은 계속 줄어들고 시장은 더욱 기형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