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믹데일리] ‘유령 소액결제’와 ‘서버 해킹’ 논란으로 대한민국 통신망의 신뢰를 뒤흔든 KT의 김영섭 대표가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초소형 기지국(펨토셀) 관리 부실을 인정하면서도 사건 축소·은폐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연이은 말 바꾸기와 늑장 대응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날 선 질타가 쏟아지면서 김 대표의 리더십과 거취 문제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개최한 ‘통신·금융사 해킹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영섭 대표는 잇단 보안 사고에 대해 집중 추궁을 받았다.
김 대표는 이번 사태의 시작점이 된 펨토셀 관리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부실을 인정했다. 그는 “펨토셀 관리 실태를 보니 여러 가지 문제가 많았다. 펨토셀 회수 과정도 허술했다”고 말했다. KT는 펨토셀 설치와 회수 관리를 외주업체에 맡기고 유효 인증 기간도 10년으로 길게 설정하는 등 경쟁사에 비해 관리가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 “은폐 의도 없었다”…늑장·축소 신고 논란엔 ‘해명’
하지만 늑장 신고와 피해 규모 축소 등 ‘은폐 의혹’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KT는 경찰로부터 사건을 통보받고도 며칠이 지나서야 대응에 나섰고 개인정보 유출 규모와 서버 침해 사실 등을 수차례 번복하며 비판을 받아왔다.


김 대표는 “(사건 초기에는) 침해가 아니고 스미싱 현상으로 파악하고 있었다”며 “축소 은폐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고 짐작은 되지만 업무 처리에서 분량이 많고 시간이 걸렸고 확인되는 대로 알려 드리다 보니 (그랬다). 그런(은폐) 생각은 안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의원들의 질타는 매서웠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장 중요한 서버 폐기를 세 번이나 말을 바꿨는데 이는 증거인멸을 위한 조직적 은폐이자 범죄”라며 “SKT 해킹 때도 청문회를 두 번이나 했는데 SKT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 역시 “KT의 초기 신고 내용이 다섯 번이 바뀌었다”며 “국민 다수가 (KT의 변명을) 믿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역시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은 “KT의 서버 폐기 문제, 신고 지연에 대해 고의성이 있었는지 파악하는 대로 필요하면 경찰 수사 의뢰 등 강력 조치하겠다”며 “KT 말에 의존하지 않고 철저하게 보겠다”고 말했다.
◆ “사태 해결 우선”…연임 등 거취 문제엔 ‘선 긋기’
이날 청문회에서는 김 대표의 책임론과 거취 문제도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소한 대표직 연임에 연연 않고 이번 사태를 책임진 이후 내려오겠다 말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직격했고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설마 연임을 생각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지금 그런 말씀을 드리는 건 부적절한 것 같고 우선 이 사태 해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하며 즉답을 피했다.
결국 이날 청문회는 KT의 관리 부실을 일부 인정받는 성과를 거뒀지만 사건의 핵심인 해킹 경로와 추가 개인정보 유출 여부 그리고 경영진의 은폐 의혹에 대해서는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진실 규명의 공은 이제 정부 민관합동조사단과 경찰의 수사로 넘어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