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믹데일리] LG유플러스가 최근 불거진 해킹 의혹에 대해 “침해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정작 LG유플러스의 서버 관리를 담당하는 핵심 협력업체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해킹 피해를 공식 신고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이는 LG유플러스의 해명이 사실과 다르거나 최소한 사건의 심각성을 축소하려는 ‘꼬리 자르기’ 시도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15일 국회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실이 KISA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LG유플러스의 외주 보안업체 ‘시큐어키’는 지난 7월 31일 KISA에 시스템 해킹 사실을 자진 신고했다. KISA는 신고 다음 날인 8월 1일부터 시큐어키에 대한 기술 지원(조사)에 착수했다.
이는 지난달 미국 보안 전문지 ‘프랙(Phrack)’이 제기한 의혹과 정확히 일치한다. 당시 프랙은 해커 집단이 시큐어키를 먼저 해킹해 계정 정보를 탈취한 뒤 이를 이용해 LG유플러스 내부망에 침투, 8900여 대의 서버 정보와 4만2000여 개의 계정 정보를 빼돌렸다고 보도했다.
KISA는 이미 지난 7월 19일, 화이트해커의 제보를 통해 이러한 해킹 정황을 입수하고 LG유플러스와 KT 그리고 시큐어키 측에 침해사고 신고를 안내했다. 하지만 LG유플러스와 KT는 “유출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신고를 거부했고 시큐어키만이 KISA의 요청에 응해 공식적인 조사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는 “시큐어키를 통해 유출된 아이디, 패스워드로는 현재까지 자사 서버에 침투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침해 신고를 하지 않았다”며 “패스워드가 일방향 암호화로 복호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진행 중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사에 최대한 협조해 모든 내용을 투명하게 밝힐 수 있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협력업체가 해킹 피해를 공식 인정한 상황에서 원청인 LG유플러스가 ‘침해 흔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충권 의원은 “이번 사태는 기업이 자진 신고를 회피할 경우 정부와 전문기관이 신속히 대응할 수 없는 제도적 허점을 드러낸 것”이라며 “국민의 재산 피해와 직결된 만큼 철저한 진상 규명으로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를 위해 법과 제도를 반드시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협력업체의 신고로 인해 해킹 의혹의 진실을 밝힐 공은 정부의 민관합동조사단으로 넘어가게 됐다. LG유플러스가 과연 협력사의 보안 실패와 무관한지 아니면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인지 조사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