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리=신화통신) 최근 유럽연합(EU)과 미국이 지난달 달성한 새로운 무역 합의의 세부 내용을 발표했다. 많은 EU 국가들이 이번 합의가 양측 간 무역 긴장 국면을 부분적으로 완화하고 어느 정도 '안정'을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것이 유럽이 가진 자주적 지위의 취약성을 더 뚜렷하게 드러내고 대서양 횡단 무역 관계가 맞닥뜨린 문제를 반영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부 EU 국가 관료들은 유럽·미국 무역 합의 버전을 두고 유럽이 미국에 '굴복'했다고 비판했다. 막심 프레보 벨기에 외무장관은 "이는 축하할 만한 합의가 아니다"고 짚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해당 합의가 "불완전"하다면서 농산물 면세 조항에 대해 미국의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프랑수아 바이루 프랑스 총리는 합의가 "불균형하다"면서 유럽이 이로 인해 "암흑의 나날"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EU가 반강제 수단을 사용해 반격할 것을 요구하는 프랑스 정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와인 수출이 관세 면제를 받지 못한 것에 대해 프랑스와 이탈리아 생산 업체들은 '극도의 실망감'을 드러냈다. 양국의 대(對)미 와인 수출은 EU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랑 생마르탱 프랑스 대외무역장관은 "우리의 수출 산업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면서 향후 추가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럽과 미국의 합의가 유로존 전체의 경제 성장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예측했다. 더불어 관련 관세 조치가 글로벌 경제에 영향을 끼쳐 중기 인플레이션 압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프랑스 언론은 미국 정부가 강제로 불평등한 기준을 설정했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는 EU가 미국산 공산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고 미국 농산물에 시장 진입 우대 조건을 제공하는 대신 미국은 EU의 대(對)미 수출품 대부분에 15%의 관세를 부과하기 때문이다. EU는 무역 마찰이 심화되는 것을 피하긴 했으나 이로 인해 대(對)미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는 대가를 치르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는 향후 3년간 EU가 미국으로부터 7천500억 달러의 에너지 제품과 400억 달러의 인공지능(AI) 칩을 구매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