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믹데일리] '가성비'의 상징이었던 샤오미가 서울의 심장부, 여의도 IFC몰에 국내 첫 공식 매장을 열고 브랜드의 정체성을 뒤바꾸는 대대적인 전략적 도박에 나섰다. 애플스토어와 한 지붕 아래 다이슨 매장 바로 옆에 자리를 잡은 것은 단순한 매장 오픈을 넘어 '저가' 이미지를 벗고 '프리미엄 테크 브랜드'로서 삼성과 LG가 장악한 한국 시장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샤오미코리아는 2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28일 정식 개점하는 '샤오미 스토어'를 공개했다. 샤오미가 첫 거점으로 여의도를 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회사 측은 "고소득 직장인과 테크 소비자 유입이 활발한 여의도를 최적 입지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는 더 이상 가격에만 민감한 소비자가 아닌 구매력과 기술 이해도를 갖춘 소비자를 정조준하겠다는 선언이다.
매장 내부는 샤오미의 이중적인 전략을 명확히 보여준다. 한편에는 110만원이 넘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샤오미 15'가 라이카 렌즈의 성능을 뽐내며 프리미엄 브랜드로의 변신을 외친다. 반면 다른 한편에는 299만원짜리 100인치 TV, 10만원이 채 안 되는 주방 가전들이 여전히 강력한 '가성비'로 고객을 유혹한다. 이는 저렴한 제품으로 고객을 유인해 샤오미 생태계에 발을 들이게 한 뒤, 궁극적으로는 고부가가치 프리미엄 제품으로 이끌겠다는 정교한 '투트랙' 전략으로 분석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매장 내에 마련된 A/S 카운터다. 샤오미는 그동안 '고장 나면 버려야 한다'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취약했던 사후 서비스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기로 했다. 공식 판매처에서 구매한 제품에 한해 현장에서 30분~1시간 내 수리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한국 시장에서 신뢰를 얻기 위한 가장 큰 승부수다.
이번 오프라인 매장은 '사람·자동차·집'을 연결하는 샤오미의 거대한 스마트 생태계 비전을 국내에서 구현하기 위한 교두보다. 비록 화제를 모았던 전기차 'SU7'과 폴더블폰의 당장 국내 출시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번 매장을 통해 스마트폰, 웨어러블, 생활가전을 하나로 묶는 경험을 제공하고 향후 에어컨, 냉장고 등 대형 가전 시장 진출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다.

조니 우 샤오미코리아 사장은 "국내 첫 공식 오프라인 매장 오픈은 한국 소비자와의 연결을 강화하고 진정한 친구 같은 브랜드가 되기 위한 여정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샤오미는 이제 '싸고 좋은 친구'를 넘어 '비싸지만 믿을 수 있는 친구'로 거듭나려 하고 있다. 외산폰의 무덤이라 불리는 한국 시장에서 샤오미의 야심찬 도전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