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믹데일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2주'란 시한을 주고 다시 외교를 통한 핵무기 개발 포기 압박에 나섰다. 이로써 무력 충돌이 임박해 보였던 미국과 이란의 대치 국면은 일단 협상을 우선하는 국면으로 들어갔다. 다만 지금까지 있어온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난항을 겪은 점을 고려하면 시한 내 협상 타결이 될 것으로 보기는 쉽지 않다.
2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대독한 성명 브리핑에서 "난 가까운 미래에 이란과 진행되거나 진행되지 않을 수 있는 협상의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사실에 근거해 (이란을 공격)할지 안 할지를 향후 2주 내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도록 다시 협상을 시도하되 이란이 2주 내로 만족할만한 합의를 하지 않는 경우 공격할 수도 있다는 '최후통첩'으로 분석된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 능력 파괴를 위해 지난 13일 이란 공습을 개시한 이래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도와 공격에 가담할지를 계속 고민해왔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군 지도부가 입안한 이란 공격계획을 이미 승인했으며 이란의 결정을 지켜보기 위해 최종 공격 명령만 내리지 않았을 뿐이라는 미 언론의 보도가 잇따랐다.
이 과정에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며 마음만 먹으면 이란 지도부를 제거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이란에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처럼 직접적인 군사 개입 가능성을 연일 내비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란과의 협상 가능성을 계속 열어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이란에 2주라는 협상 시간을 주며 협상 의지를 내보인 것에는 미국이 이란을 직접 공격할 경우 이에 따르는 위험 부담을 고려했을 수 있어 보인다.
미국 전문가들은 미국의 군사 개입이 단 한 차례의 공습으로 끝나지 않고 이란을 상대로 한 전면전이나 이란 정권의 교체 시도로 장기화하면서 미국이 과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경험한 수렁에 다시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특히 이란의 핵심 핵시설은 포르도의 산속 깊은 지하에 있어 미군이 보유한 벙커버스터 폭탄을 사용하더라도 완전히 제거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또 이 같은 중동 전쟁 참여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와 배치돼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약해진 틈을 노려 군사 개입 카드로 최대한 압박하면서 협상을 통해 유리한 합의를 끌어내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레빗 대변인은 이란과 합의하려면 이란이 우라늄을 농축해서는 안 되며 핵무기를 개발할 수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란이 거부한 미국의 제안은 "현실적이며 수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제안의 내용을 트럼프 행정부가 공개한 적은 없지만 그간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포기하고 지하 핵시설 가동을 중단하되 미국과 이란 등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이 원자력발전소에 사용할 수 있는 저농축 핵연료를 생산해 이란에 공급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까지 사흘째 '워룸'으로 불리는 백악관 상황실에서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한 데 이어 오는 23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할 때까지 주말에도 연일 국가안보팀으로부터 정보보고를 청취할 것이라고 백악관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