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6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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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석 류영모, 다섯 개의 창으로 보다
[이코노믹데일리] 한 사상가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 권의 전기로는 부족하다. 한 사람의 삶은 하나의 얼굴로만 남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다석 류영모처럼 말보다 삶으로 사유했고 제도보다 인간을 먼저 생각했던 인물이라면 더욱 그렇다. 다석은 철학자이면서도 농부였고 종교인이면서도 교단 밖에 있었으며 스승이면서도 끝내 자신을 앞세우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다석을 다룬 전기들은 하나의 이야기로 수렴되기보다 자연스럽게 여러 갈래의 시선으로 갈라진다. 이 다섯 개의 전기적 주제는 다석을 입체적으로 비추는 다섯 개의 창이다. 첫째, 삶으로 사유한 사람으로서의 다석이다. 다석의 전기들은 그의 사상을 먼저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그가 어떻게 살았는지를 보여준다. 잣나무 널판 위에서 무릎을 꿇고 지낸 생활, 검소함을 넘어선 절제, 말보다 침묵을 택한 태도는 철학 이전에 하나의 삶의 형식이었다. 다석에게 사유는 책상 위에서 완성되지 않았다. 그것은 매일의 생활 속에서 닦이고 다듬어졌다. 이 삶의 창은 오늘의 젊은이들에게 묻는다. 우리는 지금 어떤 자세로 하루를 살고 있는가. 둘째, 동서회통의 사상가로서의 다석이다. 다석은 기독교·불교·유교·도교를 두루 공부했지만 어느 하나의 이름으로 자신을 규정하지 않았다. 그는 종교를 신념의 울타리가 아니라 인간을 깨우는 언어로 이해했다. 이 전기적 시선에서 다석은 교리의 전달자가 아니라 질문의 제시자다. 서구의 신 개념과 동양의 하늘 사상을 넘나들며 끝내 ‘사람이 깨어 있는 상태’가 무엇인지를 묻는다. 이 사상의 전기는 오늘처럼 세계관이 분절된 시대에 통합적 사유의 가능성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셋째, 우리말과 글을 살린 사상가로서의 다석이다. 다석은 언어를 단순한 표현 수단으로 보지 않았다. 말은 곧 삶이었고 글은 곧 사유의 형식이었다. 백성을 ‘씨알’이라 부른 그의 언어 선택에는 인간을 존중하는 철학이 담겨 있다. 세종의 스물여덟자를 끝까지 아끼며 쓴 그의 글은 민족주의적 감상이 아니라 인간 사유의 뿌리를 언어에서 찾으려는 태도였다. 이 언어의 전기는 디지털 언어가 범람하는 시대에 말의 무게와 책임을 다시 묻게 한다. 넷째, 제자와의 관계 속에서 드러난 스승으로서의 다석이다. 다석은 많은 지식인들에게 영향을 미쳤지만 제도를 통해 제자를 길러내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박영호는 다석에게서 ‘마침보람’을 받은 유일한 제자다. 박영호가 쓴 전기는 스승을 신격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함께 보낸 시간, 곁에서 본 생활, 들은 말과 침묵을 통해 다석을 인간으로 복원한다. 이 관계의 전기는 배움이란 무엇인가 스승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근본에서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다섯째, 시대를 통과한 양심으로서의 다석이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전쟁과 분단을 거치며 다석은 늘 시대의 한복판에 있었지만 어느 권력에도 기대지 않았다. 그는 이념의 언어보다 인간의 언어를 택했다. 이 전기는 다석을 행동하는 지식인이 아니라 끝까지 흔들리지 않은 양심으로 그린다. 혼란의 시대일수록 중심을 잃지 않는 삶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그리고 그 어려움을 감내한 한 사람의 무게를 묵직하게 보여준다. 이 다섯 개의 전기적 창은 이제 전자책(e북)이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묶여 오늘의 독자에게 다가간다. 이는 단순한 매체 변화가 아니다. 종이책을 차분히 읽기 어려운 시대, 다석의 사유가 스마트폰과 태블릿 속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느리게 읽어야 할 한 사상가의 삶이 가장 빠른 매체를 통해 전달된다는 역설 속에서 독자는 오히려 더 자주 다석을 만날 수 있다. 전자책으로 나온 다석 전기는 서가에 꽂힌 기념물이 아니라 이동 중에도 펼칠 수 있는 살아 있는 인문 자산이 된다. AI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과 청년들은 필요할 때 한 장면을 꺼내 읽고 한 문장을 붙잡고 머무를 수 있다. 이북은 다석의 정신을 가볍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접근성을 넓혀 더 많은 젊은이들이 스스로의 속도로 다석을 만날 수 있게 한다. 「아주 인문학적인 동방서평」이라는 제목이 그래서 어울린다. 다석은 서구 중심의 철학사가 놓친 동방의 깊이를 보여주었고 이 전기들은 그 깊이를 오늘의 언어로 번역한다. 전자책으로 다시 태어난 다석의 삶은, 빠른 시대 속에서 느림의 가치를 묻는 하나의 조용한 저항이다. 그리고 그 저항은 지금도 유효하다. 다석은 여전히 묻고 있다.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2026-01-18 15:4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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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신년 기자회견…이재명 대통령 '대전환·국민통합' 메시지 주목
[이코노믹데일리]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1일 진행하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전환'과 '국민통합'을 중심으로 어떤 국정 방향을 제시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휴일인 18일 외부 일정 없이 참모진과 메시지 방향을 점검하며 예상 질의에 대한 답변 준비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초점은 '대전환을 통한 대도약'이라는 국정 기조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데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회복 과정에서 국민의 협조에 대한 감사와 함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성장 기반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부각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대통령은 앞서 신년사에서 올해를 '대한민국 대도약 원년'으로 규정하며 지방 주도 성장, 대기업 중심이 아닌 성장, 안전 기반 성장, 문화 중심 성장, 평화 기반 성장 등을 대전환 원칙으로 제시했다. 최근 지방 주도 성장과 연계된 광역자치단체 행정통합 논의가 속도를 내는 만큼 다른 영역에서도 보다 구체적인 실행 전략이 언급될지 주목된다. 한반도 평화공존 구상도 회견에서 비중 있게 다뤄질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한미·한일·한중 외교 성과를 토대로 북한을 대화 국면으로 유도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그러나 미중 경쟁, 중일 갈등, 베네수엘라·이란 사태, 미국의 그린란드 관련 외교 움직임 등 국제 정세 변수가 겹치고, 북한의 '한국발 무인기 침투' 주장으로 남북 관계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대화 필요성과 신뢰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외교 기조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당부할 가능성이 있다. 국민 통합도 주요 메시지 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차원의 초당적 협력을 요청하고 정책 추진 과정에서 정파적 갈등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 반영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사회를 통째로 파랗게 만들 순 없다", "분열과 반목은 외풍 속에서 국익을 지킬 수 없다"고 언급하는 등 통합 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 정당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과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빨간색을 비유하며 색의 조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인사청문회, 2차 종합특검법과 법왜곡죄 신설안, 검찰개혁 관련 법안 등 정치 현안을 둘러싼 대치가 심화하며 변수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통일교·공천헌금 의혹 관련 '쌍특검' 수용을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간 상황도 부담 요인이다. 이 대통령은 회견 메시지 조율 과정에서 정치적 파장과 민생 과제의 균형을 두고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정책 방향, 환율 급등 등 민생·경제 이슈에 대한 대응 기조를 어떻게 제시할지도 관심이 모인다.
2026-01-18 14: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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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는가
[이코노믹데일리] 중동이 다시 불안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란 전역에서 확산된 대규모 항의 시위와 이에 대한 강경 진압은 단순한 내정 문제가 아니다. 국가 권력과 시민의 관계가 어디까지 붕괴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고이자 중동 질서 전반의 불안정을 자극하는 위험 신호다. 이란은 1979년 혁명 이후 ‘성직자 통치’라는 체제 아래 국가 운영의 핵심을 신정 권력에 고정해 왔다. 통치 이념이 신앙의 절대성을 앞세우는 순간, 정치는 타협을 잃고 제도는 책임을 잃는다. 그 결과는 언제나 시민의 삶에 가장 먼저 나타난다. 최근 이란에서 시작된 시위가 물가 급등과 생활고에서 출발해 정권 전반에 대한 분노로 확산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생은 정치 위기의 가장 직접적인 지표다. 빵값과 연료비, 생필품 가격이 오를 때 체제에 대한 불만은 추상적 비판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전환된다. 오늘의 이란은 경제적 고통이 어떻게 정치적 저항으로 번지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국제사회가 이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이유도 분명하다. 첫째, 국가 폭력이 시민의 생명과 자유를 어떻게 압도하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기반 인권단체(IHR) 등 국제 인권기구들은 시위 진압 과정에서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추정치를 내놓으며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정확한 숫자를 떠나, 국가가 시민을 향해 조직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순간 그 정당성은 이미 심각하게 훼손된다. 둘째, 이 위기가 중동 전체의 지정학적 긴장을 증폭시킬 가능성 때문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살해가 중단됐다고 들었다”, “처형 계획은 없다”는 식의 완화된 메시지를 내놓았지만, 동시에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군사 옵션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인권 침해가 외부 개입의 명분으로 전환되는 순간, 중동은 다시 힘의 계산이 지배하는 공간으로 변한다. 이는 결코 새로운 장면이 아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국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시민을 보호하지 못하고 오히려 시민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는 체제는 과연 지속 가능한가. 이란 정치 체제의 핵심으로 알려진 ‘성직자 통치(벨라야트-에 파키흐)’는 성직자가 국가를 지도할 정당성을 가진다는 논리에 기반한다. 이 논리가 절대화될 경우 시민의 권리는 권력에 의해 허용되는 대상으로 전락하고, 법치는 정치 권력의 하위로 밀려난다. 지금 이란에서 벌어지는 비극은 신앙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신앙을 권력 유지의 도구로 사용하는 통치 구조다. 신앙은 개인과 공동체의 정신적 토대가 될 수 있지만, 국가 권력이 이를 독점하는 순간 정치적 다양성은 배제되고 반대 의견은 처벌의 대상이 된다. 생명과 자유, 적법절차를 훼손하는 폭력은 어떤 이념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이 사태를 둘러싼 국제 역학 또한 냉정하다. 중동은 오랜 기간 시아파와 수니파라는 종파 구도가 정치·안보 동맹과 결합해 굳어져 왔다. 이란의 영향력 약화를 반기는 세력이 있는 한편, 체제 붕괴가 내전과 난민, 국경 불안을 초래할 것을 우려하는 국가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이란이 심각한 혼란이나 내전으로 치달을 경우 난민 증가와 국경지대 불안, 역내 세력 균형의 붕괴는 피하기 어렵다. 이 틈에서 이스라엘과 미국의 압박이 군사 충돌로 비화한다면 그 피해는 다시 시민의 몫이 된다. 정권의 생존 논리와 외부의 군사적 계산이 맞물릴수록 가장 먼저 희생되는 것은 서민의 일상이다. 역사는 이를 반복해서 증명해 왔다. 그렇다면 이란은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첫째, 시민의 생명을 즉각 보호해야 한다. 진압 중단과 구금자·수감자의 적법절차 보장, 표현과 집회의 자유 회복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의 최소한의 의무다. 둘째, 통치의 정당성을 신정의 절대성에서 책임 정치와 권력 분립, 법치로 옮겨야 한다. 셋째, 경제를 민생의 언어로 재건해야 한다. 외부 제재를 탓하기에 앞서 부패와 특권, 폐쇄적 구조를 끊고 통화·물가 안정, 일자리 창출, 생필품 공급망 복원에 나서야 한다. 넷째, 국제사회와의 관계를 전쟁의 경계가 아니라 신뢰의 경로로 전환해야 한다. 긴장을 낮추는 투명성과 안전장치 없이는 제재 완화와 투자, 교역도 기대하기 어렵다. 국제사회 역시 원칙을 지켜야 한다. 시민 보호라는 명분이 군사 개입의 자동 문이 되어서는 안 된다. 무력 충돌은 단기적 정권 타격은 가능할지 몰라도, 장기적 사회 재건과 평화에는 더 큰 비용을 남겨 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실의 검증, 인권 보호, 외교의 공간, 그리고 폭력의 악순환을 끊는 국제적 협력이다. 이란은 우리에게 거울이다. 이념이 제도를 압도하고, 권력이 책임을 거부하며, 폭력이 일상을 잠식하는 순간 국가의 미래는 급속히 소진된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이는 어느 문명권에서도 타협될 수 없는 최소한의 기준이다. 인간의 존엄을 존중하는 정치는 총과 교수대가 아니라 밥과 일자리, 교육과 법으로 작동해야 한다. 이란이 변해야 하는 이유는 체제의 승패가 아니라 사람의 생명 때문이다. 그리고 그 생명을 지키는 길이야말로 중동의 평화를 향한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다.
2026-01-15 10: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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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지지 않는 횃불과 낡은 단두대…이란의 '신의 적'은 누구인가
[이코노믹데일리] 21세기 문명사회에서 ‘신(神)의 적’이라는 죄명으로 자국민을 사형에 처하겠다는 서슬 퍼런 공포정치가 다시금 세계를 경롱케 하고 있다. 2주 넘게 이어지는 이란의 반정부 시위는 이제 단순한 거리 투쟁을 넘어, 생존권과 기본권,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항쟁으로 번지고 있다. 하지만 이란 당국이 내놓은 대답은 대화나 타협이 아닌 총구와 교수형이다.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총장이 직접 나서 시위 참여자 모두를 ‘사형’에 처할 수 있다고 공언하는 현실은 이란 정권이 느끼는 위기감과 그들이 가진 폭력적 속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란 당국은 시위의 본질을 왜곡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반관영 타스님 통신을 통해 ‘작전 테러 팀’ 200명을 체포했다며 총기와 수류탄 등 무기 소지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시위대가 보안군을 공격하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노출하는 것은 전형적인 독재 정권의 선전 수법이다. 이는 정당한 분노를 터뜨리는 시민들을 ‘불순한 외세 세력과 결탁한 테러 분자’로 낙인찍음으로써 무력 진압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기만술에 불과하다. 과연 거리로 쏟아져 나온 수만 명의 시민이 모두 훈련받은 테러리스트란 말인가? 테헤란에서 마슈하드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광장에 모인 이들의 손에 들린 것은 수류탄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라는 절규와 자유에 대한 갈망이다. 정권이 시위대에게 ‘신의 적’이라는 종교적 굴레를 씌우는 순간, 그 칼날은 시민뿐만 아니라 그들이 믿는 신의 숭고한 가치마저 훼손하고 있다. 모하마드 모바헤디아자드 검찰총장이 언급한 ‘신의 적’은 이슬람 율법상의 ‘모하레베’를 의미한다. 이는 신에 대항하여 전쟁을 벌인 죄라는 뜻으로, 이란 사법체계에서 가장 무거운 사형 죄목 중 하나다. 하지만 국가의 잘못을 비판하고 변화를 촉구하는 행위가 어떻게 신에 대한 전쟁이 될 수 있는가. 오히려 ‘신의 이름’으로 자국민의 생명을 유린하는 것이야말로 신의 뜻을 가장 크게 거스르는 행위다. 시위 가담자뿐만 아니라 그들을 돕는 이들까지 처벌하겠다는 경고는 사회 전체에 거대한 공포의 장막을 씌워 연대를 끊어내려는 심산이다. 이는 법의 이름을 빌린 살인이자,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신성함을 도구화하는 독성 종교 정치의 극치다. 현재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이란 당국이 인터넷과 통신을 차단했다는 점이다. 현대의 시위에서 정보의 흐름은 곧 시민의 생명선이다. 외부와의 연결을 끊는다는 것은 세계의 눈을 가리고 안방에서 ‘조용한 학살’을 자행하겠다는 선포와 다름없다. 과거의 사례를 볼 때, 통신이 두절된 암흑의 시간 동안 독재 정권의 진압 강도는 최고조에 달했다. 국제사회가 이란 내부에서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려워질 때, 시위대의 안전은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지금 이 순간에도 테헤란의 어두운 골목에서 얼마나 많은 젊은 피가 흐르고 있을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전 세계를 비탄에 잠기게 한다. 이란 정권은 기억해야 한다. 총칼로 잠시 입을 막을 수는 있어도, 이미 터져 나온 자유의 열망은 결코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100명의 사망자와 사형 위협은 시위대를 위축시키기보다 오히려 더 큰 분노의 불꽃을 당기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시민들을 ‘신의 적’으로 규정하는 정권은 이미 스스로를 ‘인간의 적’으로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 국제사회는 이란 당국의 반인륜적 폭압을 강력히 규탄하고, 인터넷 차단 뒤에 숨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모든 외교적 역량을 동원해야 한다. 단두대를 높이 세운다고 해서 권력이 영원할 수는 없다. 역사는 언제나 공포로 통치하는 자들의 끝이 어떠했는지를 증명해 왔다. 이란 시민들이 외치는 목소리는 단순한 소음이 아니라, 낡은 체제가 무너지는 붕괴의 전주곡이다. 그들이 다시 세상과 연결되고, ‘신의 적’이라는 부당한 낙인 없이 존엄을 지킬 수 있을 때까지 세계의 연대는 멈추지 말아야 한다.
2026-01-12 09: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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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주 KB국민은행장 "리딩뱅크 넘어 '확장·전환'으로 새 도약" 선언
[이코노믹데일리]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은 2일 신년사를 통해 '확장'과 '전환'을 핵심 키워드로 제시하며 "기업금융과 자산관리 강화, AI 기반 영업 혁신을 통해 KB의 금융영토와 전략적 지향점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이날 서울 여의도 신관에서 '2026년 시무식'을 개최했다. 이어 이 은행장은 2026년 새해를 맞아 '확장'과 '전환'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이는 단순히 고객 수를 늘리고 시장을 확대하는 차원이 아닌, 국민은행의 전략적 지향점을 바꾸는 또 다른 혁신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행장은 새해 중점 추진 방향으로 △고객 신뢰 강화와 사회적 가치 창출로 은행 경영의 지향점 확장 △영업 방식의 발전적 전환 △차별화된 역량과 실행력의 원천 구축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최근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와 고객정보 보호, 내부통제 등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관련 노력에 있어 한 치의 부족함도 있어서는 안된다는 의지를 밝혔다. 아울러 생산적 금융 전담 조직인 '성장금융추진본부'를 신설해 국가전략산업과 관련 기업으로 자금의 흐름이 전환되게 함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국민과의 신뢰를 강화해 '세상을 바꾸는 금융'의 사명을 실천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그는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채널, 조직, 영업방식도 고객 중심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리테일 금융의 No.1을 넘어 기업금융과 자산관리를 선도하는 은행으로 변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신년사 전문. KB국민은행 임직원 여러분! 2026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언제나 KB국민은행을 믿고 성원해 주시는 고객님과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계신 임직원 여러분께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올해는 ‘붉은 말(馬)’의 해입니다. KB와 인연을 맺고 함께 동행(同行)하고 계신 모든 분들께 대지를 박차고 달려가는 붉은 말의 힘찬 기운이 가득 전해지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임직원 여러분, 지난 2025년은 '생성형 AI'를 중심으로 빠르게 전개되는 변화 속에서 금융의 미래를 선도하며 더 높이 도약하고자 힘을 모은 시간이었습니다. 변하지 않는 금융의 본질을 깊게 고민했고 고객과 영업의 의미를 재정의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중장기 대면채널 혁신 추진, 임베디드 금융의 확대와 코어뱅킹 현대화 1단계 오픈 등 KB의 다음 10년을 위한 지속 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석과불식(碩果不食)'의 자세로 착실하게 다져왔습니다.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 속에서도 KB국민은행의 미래를 함께 개척해 나가고 계신 모든 임직원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임직원 여러분, 오늘 저는 2026년 새해를 시작하면서 '확장'과 '전환'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금융의 대전환기를 맞아 과거의 전통과 관행을 뛰어넘을 수 있어야만 미래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리테일 금융의 강자'라는 과거의 명성에 안주하지 말고, 절박함과 신중함 속에서 새로운 고객과 시장으로 KB의 금융영토를 내실 있게 확장해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고객과 사회 트렌드 변화에 맞게 우리의 생각과 행동도 과감히 '전환'해야 합니다. 우리의 확장과 전환은 단순히 고객 수를 늘리고 시장을 확대하는 차원이 아닙니다. KB국민은행의 전략적 지향점을 바꾸는 또 다른 혁신이 되어야만 합니다. 이러한 확장과 전환의 관점에서 세 가지 중점 추진 방향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첫번째는 고객 신뢰 강화와 사회적 가치 창출로 은행 경영의 지향점을 확장해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금융으로 고객의 행복한 삶을 돕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꿈과 사명이 있습니다. 최근 들어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 고객정보 보호, 빈틈없는 내부통제 등의 가치가 그 어느때 보다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보이스피싱 같은 금융 범죄와 사고가 근절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나갑시다. 올 한해도 소상공인, 자영업자, 청년, 고령층 등 우리 사회의 금융 소외계층을 지원하고 취약계층 분들이 경제적으로 재기(再起)할 수 있도록 포용하는 따뜻한 손이 되어 드립시다. 또한, 생산적 금융 전담 조직인 성장금융추진본부를 신설하고 지원체계를 강화해 온 만큼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국가전략산업과 관련 기업으로 자금의 흐름이 전환되게 함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국민과의 신뢰를 강화하여 세상을 바꾸는 금융의 사명을 실천해 나갑시다. 두번째는 영업 방식의 발전적 전환입니다. 인구구조 변화 등으로 급격하게 다양화, 개인화되고 있는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채워드려서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우리의 채널, 조직, 영업방식도 고객 중심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리테일 금융의 No.1을 넘어, 기업금융과 자산관리를 선도할 수 있는 영업조직으로 변화해 나가야 합니다. 스마트한 조수이자 성실한 동료인 AI 에이전트 활용을 통해서 전보다 더 많은 자원을 高가치 전문 상담업무와 고객관리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의 영업현장은 고객에게 최고의 고객경험과 만족을 드림으로써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평생 금융 파트너로 거듭나게 될 것입니다. 세번째는 차별화된 역량과 실행력의 원천 구축입니다. ‘확장과 전환’이 성공하려면 반드시 사람과 시스템의 조화를 이루어 내야 합니다. 무엇보다 여러분이 미래 핵심직무인 기업금융(RM), 자산관리(PB) 분야에서 최고의 직무 전문가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에 KB국민은행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직무전환(Reskill)과 역량 개발(Upskill)을 위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지원체계를 확립해야 하고 경험 많은 선배와 젊은 후배가 서로의 부족함을 보완하며 함께 역량을 높이는 세대 간의 균형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실행력의 원천이 되어줄 고객가치와 협업 중심의 시스템 영업이 올바로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임직원 여러분! 오늘 말씀드린 KB국민은행의 확장과 전환은 미래 금융기술과 인간의 휴먼터치가 결합된 고객경험 혁신의 새로운 여정이 될 것입니다. '중후표산(衆煦漂山)'이란 말이 있습니다. 여러 사람의 숨결이 모이면 산(山)도 움직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저는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도 우리 KB국민은행이 계속 전진할 수 있는 저력은 KB만의 하나된 추진력에서 나온다고 믿습니다. 리딩뱅크 KB국민은행의 위상을 확실하게 다지는 2026년을 함께 다 함께 만들어 갑시다. 감사합니다.
2026-01-02 13: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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㉕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기술의 방향이 바뀔 때 기업은 주저말고 진화해야 한다"
[이코노믹데일리] 누구에게나 별이 빛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 찰나의 결단으로 기업의 운명을 바꿔냈고, 또 누군가는 위기 속에서 미래를 향한 길을 만들었습니다. 이 기획은 한국을 움직인 리더들의 선택을 돌아보며, 지금 같은 격변기 속에서 기업의 생존과 도약에 필요한 통찰과 용기를 다시 떠올려보고자 합니다.<편집자 주> 박정원 회장이 2016년 두산그룹 회장에 취임했을 때, 두산은 '전통적인 중공업 중심 기업'이란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수십 년간 중장비·에너지·산업기계가 뿌리를 이루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2010년대 중반부터 기술 패러다임이 빠르게 ‘친환경’과 ‘탄소 저감’으로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그 변화의 압력 앞에서 그는 새로운 시대를 위한 길을 택했습니다. 전통 제조업에 안주하지 않고, 두산그룹의 미래를 수소터빈, 연료전지, 차세대 에너지 설비로 재설계한 것입니다. 특히 2019년, 두산은 국내 기업 최초로 수소 전소(全燒) 가스터빈 기술 개발에 본격 착수하며 미래 에너지 사업을 그룹의 핵심 전략으로 올렸습니다. 박 회장은 “기술의 방향이 바뀔 때 기업은 주저하지 않고 진화해야 한다”는 철학을 반복해 말했습니다. 그는 가스터빈 기술을 기반으로 수소 연소가 가능한 터빈 개발에 나섰고, 2020년부터는 연료전지 생산 역량을 그룹의 신성장 축으로 명확히 세웠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개발이 아니라 두산이란 기업군의 존재 이유를 재정의하는 전략적 결단이었습니다. 그의 대표적 메시지는 간명했습니다.“미래 에너지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입니다. 지속 가능성은 기업의 새로운 경쟁력입니다.” 이 말은 변화에 대한 당위의 선언이 아니라, 기업 전체가 향해야 할 실행의 방향이었습니다. 2021년 이후 두산은 수소터빈 실증 프로젝트를 본격화하고, 연료전지 사업을 글로벌 파트너십 기반으로 확장했습니다. 박 회장은 단지 ‘친환경’이란 시대적 흐름에 동참하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는 에너지 산업의 근간을 바꾸는 기술에 대한 장기 투자, 인력 재편, 연구개발(R&D) 확대, 해외 기술 협력을 실질적으로 추진했습니다. 이 시기부터 두산은 전통적 중공업 기업이란 틀을 벗어나 미래 에너지 생태계를 만드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또한 한국 산업이 2030년 탄소중립 전환을 목표로 속도를 높이던 2020년대 초, 수소터빈과 연료전지 기술이 국가 경쟁력 강화에 어떤 의미를 갖는 지를 강조했습니다. 두산의 기술 전환은 기업 하나의 변신을 넘어 산업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지탱할 수 있는 실질적 모델이 되었습니다. 박 회장은 업계와 정부, 글로벌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통해, 한국 에너지 기술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조건을 꾸준히 다졌습니다. 그의 리더십이 남긴 발자취는 분명합니다. 전통적 제조기업의 DNA 위에 새로운 기술을 얹고, 거대한 산업구조의 변화를 직접 실행하며 미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향성을 선명히 제시했습니다. 이는 두산그룹의 매출이나 기업 규모만을 위한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그리고 대한민국의 다음 10년 산업 경쟁력을 준비하기 위한 실천적 판단이었습니다. 박정원 회장의 별의 순간은 바로 그 전환의 결정에서 피어났습니다. 중공업의 시대에 머무르지 않고, 두산을 탄소 저감과 미래 에너지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이끌겠다는 비전을 행동으로 옮긴 때였습니다. 그의 선택은 기술과 산업, 그리고 미래 세대의 에너지 환경을 향한 책임감이 만든 길이었습니다. 지금 두산은 2020년대 중반에 들어서며 수소터빈과 연료전지라는 기술 자산을 통해 새로운 산업 질서 속에서 존재감을 확고히 세워가고 있습니다. 에너지 전환의 시대, 박정원 회장의 결단은 한국 산업의 또 다른 가능성을 밝히는 별빛으로 남아 있습니다.
2025-12-12 16: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