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믹데일리] 구글에 이어 애플까지 국내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공식 요청하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애플은 과거 구글과 달리 우리 정부의 안보 요구 조건을 모두 수용하겠다는 유연한 태도를 보여 향후 반출 허가 여부에 중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애플은 전날 국토지리정보원에 5000대 1 축척의 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는 2023년 2월 국가 안보상 이유로 한 차례 불허된 이후 두 번째 시도다.
애플의 이번 접근 방식은 구글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정부는 지도 반출의 핵심 조건으로 △국내 서버 설치 △안보 시설에 대한 가림(블러), 위장, 저해상도 처리 등 세 가지를 요구해왔다. 애플은 국내에 서버를 두고 있으며 세 가지 보안 처리 요구를 모두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도 데이터는 SK텔레콤의 티맵을 사용하겠다고 명시했다. 반면 구글은 국내 서버 설치를 거부하고 안보 시설에 대해서도 가림 처리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애플이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전격 수용하면서 공은 다시 정부로 넘어갔다. 정부는 오는 8월 11일까지 구글의 지도 반출 요청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며 애플의 요청에 대해서는 9월 중 답변해야 한다.
하지만 반출 허가는 여전히 간단치 않은 문제다. 국내 플랫폼 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5년간 1조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구축한 국가적 자산인 정밀 지도 데이터를 해외 빅테크에 내줄 경우,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산업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다. 사실상의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과의 통상 마찰 가능성도 부담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제한을 무역장벽으로 지목한 바 있어 이번 결정이 향후 통상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정부는 국가 안보와 국내 산업 보호, 외교 통상 문제 사이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