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인도가 조선·해양 산업을 국가 전략으로 키우고 있지만 '조선 자립'의 현실적인 해법으로는 한국 기업과의 협력이 가장 유력한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풍부한 인력과 거대한 내수 시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대형 상선과 고부가 선박 건조 역량은 아직 제한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선 생태계 전반을 함께 구축할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는 조선·해양 산업을 중장기 국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로드맵인 '마리타임 암릿 칼 비전 2047(Maritime Amrit Kaal Vision 2047)'을 통해 항만·조선·해양 물류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해군력 강화와 에너지 물류 확대, 수출입 물동량 증가에 대비한 상선 확보까지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만큼 조선 산업의 역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문제는 속도와 완성도다.
조선 인프라와 노동력을 갖추고 있는 인도지만 대형 상선과 LNG(액화천연가스)선, 군함 등 고부가 선박을 안정적으로 건조해본 경험은 제한적이다. 공정 관리, 품질 통제, 납기 준수 등 조선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시스템 산업' 역량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력이 많다고 곧바로 조선 강국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이 때문에 인도 정부의 관심은 단순한 투자 유치나 기술 이전을 넘어 조선 생태계 전반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협력 모델로 옮겨가고 있다.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중국과 유럽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현실적인 제약도 뚜렷하다.
우선 중국은 세계 최대 조선국이지만 핵심 기술 이전에 소극적인 데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인도 입장에서는 '중국 의존'을 또 다른 형태로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따른다. 다음으로 유럽은 기술력은 갖췄지만 비용 부담이 크고 대형 상선 양산 경험이나 현지화 속도 측면에서 한계가 지적된다.
이와 달리 한국 조선업은 고부가 선박을 안정적으로 대량 건조해온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설계부터 구매·생산·인력 양성까지 아우르는 패키지 모델을 구축해왔고 중국과의 경쟁 속에서도 품질과 납기 신뢰를 유지해왔다. 인도가 단기간에 조선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가장 현실적으로 참고할 수 있는 모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HD현대의 인도 행보는 이러한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국영 코친조선소와의 기술 협력은 단순 설계 지원을 넘어 생산성 향상과 인력 역량 강화까지 포함한다. 협력 범위도 상선에서 함정으로 확대되며 방산·특수선 분야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타밀나두 주와의 합작 조선소 추진 역시 단발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현지 생산 기반 구축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협력이 인도의 조선 자립 과정뿐 아니라 한국 조선업에도 전략적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글로벌 조선 시장은 중국과 한국 중심의 공급 구조가 굳어졌지만 미·중 갈등과 공급망 재편 흐름 속에서 장기적으로는 제3의 조선 허브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인도가 이 역할을 일부라도 수행할 수 있다면 그 과정에서 한국은 기술과 시스템을 제공하는 '룰 메이커'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인도의 '조선 자립'은 단기간에 완성될 프로젝트는 아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어떤 파트너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성공 가능성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조선을 산업이 아닌 '시스템'으로 키워온 한국 기업들이 인도 조선 전략의 핵심 축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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